탐 철학 소설 21
인간의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을 싯다르타의 삶에서 듣다
◇ 책 소개
철학적 사유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불교의 창시자인 싯다르타는 이러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고통’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 인간은 왜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일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6년간의 고행을 한 끝에 결국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열반에 들 때까지 이 진리를 전하며 중생들을 깨우치는 데 생을 바쳤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문형렬은 한 종교의 교리를 넘어서는 모든 인간 보편의 진리를 싯다르타의 깨달음 안에서 찾을 수 있음을 《싯다르타, 흰 고무신을 선물하다》를 통해 보여 준다. 할머니의 죽음을 준비하는 선재에게 어느 날 나타난 나무부처님의 이야기는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고통스러워하는 우리 모두에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를 전해 준다.
◇ 출판사 서평
인간의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을 싯다르타의 삶에서 듣다
사성제와 팔정도는 불교의 핵심 교리이다. 현세의 삶이 곧 고통이고[고제(苦諦)], 그 괴로움의 원인은 끝없는 애집이며[집제(集諦)], 이러한 모든 욕망에서 벗어나 괴로움이 소멸한 경지는 열반이니[멸제(滅諦)], 번뇌와 업을 끊고 열반에 도달하는 길[도제(道諦)]을 여는 것이 사성제요, 이러한 깨달음과 열반으로 이끄는 올바른 여덟 가지 길을 팔정도라 한다. 즉, 바른 견해[정견(正見)], 바른 사유[정사유(正思惟)], 바른 말[정어(正語)], 바른 행위[정업(正業)], 바른 생활 수단[정명(正命)], 바른 노력[정정진(正精進)], 바른 마음 챙김[정념(正念)], 바른 집중[정정(正定)]의 길을 걸으면 욕망에 집착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물아홉에 출가한 싯다르타는 6년간의 고행 끝에 이러한 생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가르침을 싯다르타의 삶 속에서 찾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이 책에 나오는 선재는 사고로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와 반찬 가게를 하며 살고 있는 소녀이다. 그런데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마저 선재의 곁은 떠나려고 한다. 먼 길을 떠나기 흰 고무신을 사 달라는 할머니의 부탁. 선재는 그 고무신을 신고 할머니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떠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마음이 무겁다. 그때 집에 있던 나무 불상이 선재에게 나타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재는 나무 불상의 이야기를 들으며,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배워간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할머니에게 흰 고무신을 신겨 드린다.
《싯다르타, 흰 고무신을 선물하다》에서 싯다르타의 가르침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야기 속 이야기를 담은 액자식 구성을 통해 삶과 죽음,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습니다. 이러한 네 가지 고통을 일컬어 생로병사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러한 숙명적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이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는 뜻의 싯다르타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와, ‘잠에서 깨어난 사람’의 뜻을 가진 부처가 되어,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고, 동시에 이 진리의 세계를 가르치는 사람’의 뜻을 가진 여래로 살다 열반에 든 사람.
고통이란 어디에서 오고 그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진리를 깨달아야 하는지, 종교적인 가르침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싯다르타의 삶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흰 고무신을 사 달라는,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할머니의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은 선재에게
나무부처님이 들려주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
인문학을 처음 시작하는 청소년을 위한 철학 소설 시리즈
청소년 인문서 분야의 혁신이라고 평가되며 중고교 교사와 학생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탐 철학 소설'은 동서양 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한 편의 소설로 풀어낸, 청소년을 위한 교양 소설 시리즈입니다. 소설을 읽듯 재미있게 읽다 보면 어느새 철학자들의 딱딱한 이론이 내 삶과 연관되어 쉽게 이해됩니다. '탐 철학 소설' 시리즈는 내용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여러 공공 기관 및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권장도서 ★한우리독서운동본부 필독도서
★아침독서신문 추천도서
◇ 본문 내용
“할머니, 왜 백여덟 번을 절하나요?”
“나무부처님이 말씀하시더구나. 우리에게는 눈과 귀, 코, 혀, 몸과 마음 여섯 개가 있지?”
할머니는 선재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선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는 색깔, 소리, 향기, 맛, 느낌, 그리고 법칙이 있단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좋다, 나쁘다, 좋지도 싫지도 않다는 세 가지 생각을 하거든. 선재도 생각하고 있지. 달이가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 도 있지?”
“그럼요, 할머니. 숙제하고 있는데 자꾸 옆에 와서 놀자고 하면 싫기도 해요.”
“그래, 누구나 다 그렇단다. 좋은 것은 즐겁고, 싫은 것은 괴롭고, 좋지도 싫지도 않은 것은 그냥 내버려 두거든.”
“그래요. 달이가 저 혼자 놀고, 나는 숙제하거나 반찬 심부름한다고 바쁠 때에는 달이를 잊어버려요.”
“그렇단다. 눈과 귀, 코, 혀, 몸과 마음 이 여섯 가지와 세상의 색 깔과 소리, 향기, 맛, 감촉, 그리고 법칙, 이 여섯 가지가 부딪쳐서 그때마다 좋고, 나쁘고, 나쁘거나 좋지도 않고, 괴롭고, 즐겁고, 내버려 두는 느낌으로 서른여섯 가지 복잡한 생각이 생기지. 그것은 어제, 오늘, 내일 늘 생기는 것처럼 아주 오래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아주 먼 내일에도 있어서 백여덟 가지 괴로움이 된단다. 그래서 108배를 하면서 그게 다 사라지게 해 달라고 지극하게 정성을 하나로 모으는 거란다.”
“36 곱하기 3 해서 108번 절하는 거네요. 그런데 할머니, 그게 무슨 뜻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그건 말이다. 네가 직접 거듭 해 봐야 알 수 있단다. 너는 아직 어리니까 할머니 따라서 같이 108배를 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단다. 우리가 반찬을 만들 때 말이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소금을 더 넣거나 덜 넣겠지?”
“맞아요, 할머니. 저번에 콩잎을 담글 때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숙제를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어서 그만 소금을 많이 넣었어요.”
“그러게 말이다. 소금을 많이 넣으면 짜고, 우리 콩잎을 사 간 사람이 싫어하는 거와 같단다. 콩잎을 소금과 양념을 섞어서 맛있게 담그면 사람들이 아주 좋아해. 정신을 집중해서 반찬을 만들어야지. 108배를 하는 것은 그와 같단다.”
- 3장 <흰 고무신을 찾아서> 중
그는 명상에 명상을 거듭하여 드디어 온갖 욕망을 떠난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한 단계에 이르렀고, 이어 그런 생각마저 떠난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찾아왔고, 기쁨과 즐거움마저 떠나는 단계가 왔다. 마침내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으면서 한없이 맑고 향기로우면서도 어떤 것에도 장해를 받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는 깊은 명상 끝에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 바로 괴로움, 번뇌 때문임을 드디어 알았다.
‘사람들은 왜 서로 미워하고 싸우는가? 자기만 이익을 더 많이 가지고 행복하려 하기 때문이다. 행복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기 때문이고 어리석음이 없어지면 싸움도 고통도 사라진다.’
그가 마음을 덮고 있었던 모든 때를 걷어 내어 고요하게 하니, 그의 속에서 한없이 깊고 향기로운 울림이 번져 오는 것을 보았다. 오랜 명상 속에서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지난날 모습이 다 보였고, 이들이 죽고 태어나는 모습이 낱낱이 보였으며, 마침내는 모든 괴로움과 고통이 사라지고 더러움이 말끔히 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만났던 지혜롭고 자비로운 이 깨달음은 본래 우주에 있는 것이며 누구나 그곳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눈을 떴다. 보리수 아래서 명상에 든 지 이레째 되는 날이었고 진리를 찾아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나선 지 6년째인 기원전 589년 음력 12월 8일 새벽이었다.
- 6장 <깨달음으로 가는 길> 중
선재는 나무 불상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를 따라 긴 여행길을 떠나고 있었다.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던 갠지스 강물이 넘실거리며 흘러갔고, 히말라야 산자락의 눈이 녹아 흐르는 개울물이 지나갔다. 가족을 만나러 다시 찾아갔던 그에게 선재는 묻고 싶었다. 한 번도 그를 낳아 준 왕과, 키워 준 왕비, 그리고 야수다라 공주와 아들 라훌라를 보고 싶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선재는 사진 속에 남아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아기 때의 선재를 안고 있는 두 사람은 사진 속에서만 늘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선재의 마음을 아는 듯 나무 불상이 먼저 물었다.
“선재야, 너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보고 싶은 모양이구나.”
“그래요, 싯다르타. 세상에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아요. 그렇지만…….”
“그래, 왜 나도 그렇지 않았겠느냐? 사람은 하늘에서 주어진 목숨이 다하면 다시 하늘로 돌아간단다. 네 부모는 모든 힘을 다 바쳐 너를 구했으니 그 공덕이 더할 나위 없이 크고 아름답단다. 저기 해마다 피는 감꽃 속에도 있고, 하얀 주먹밥 꽃 속에도 있고, 보름달에 도 있고, 그 마음들이 다 있단다.”
“그런 말씀 마세요. 손이라도 잡아 보고 싶고, 가만히 품에 한 번이라도 안겨 보고 싶어요.”
“그래, 그래. 네 반찬 만드는 솜씨가 할머니처럼 이르게 되면 그때 너도 알게 될 거다. 네 어머니와 아버지가 얼마나 기뻐하는지를 말이다. 나의 가족들이 하나 둘, 깨달음의 길에서 다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 8장 <가족들과의 만남> 중
◇ 인물 소개 : 고타마 싯다르타(Gautama Siddhātha, BC 624년~BC 544년)
세계 4대 성인의 한 사람으로, 불교의 창시자입니다. 스물아홉 살에 화려한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한 그는 6년간의 고행 끝에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었습니다. 그는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인 사성제와 깨달음과 열반으로 이끄는 올바른 여덟 가지 길인 팔정도를 주된 가르침으로 중생들을 깨우치고자 했으며, 그것은 불교의 핵심 교리가 되었습니다.
◇ 작가 소개 : 문형렬
영남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대학원 철학과를 나와 교사, 기자,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197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198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바다로 가는 자전거》, 《눈먼 사랑》, 《아득한 사랑》, 《연적》, 《어느 이등병의 편지》 등과 소설집 《언제나 갈 수 있는 곳》, 《슬픔의 마술사》, 시집 《꿈에 보는 폭설》, 《해가 지면 울고 싶다》가 있다. 또한 동화집 《성 프란치스코》, 《동자승 말씀이 기가 막혀》, 《실크로드의 여인 기황후》 외 다수가 있다. 2012년 현진건 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