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어 다니는 돌멩이다. 나는 춤추는 소나무다. 나는 물방울 튀기는 샘물이다. 나는 휘파람 부는 바람이다. 나는 게으른 구름이다. 나는 쪼그려 뛰는 개구리다. 나는 변기에 묻은 똥이다. 나는 갯벌에 뒹구는 망둥어다. 나는 굴러 다니는 빈 병이다. 나는 죽어 가는 사람의 눈에 낀 눈꼽이다. 나는 당장 사라져도 좋을 공백이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무소속이다. 나는 무국적자, 주소가 없다. 나는 평행우주의 노숙자. 나는 한번 쓰고 바로 사라져 버리는 일회용. 나는 흙구덩이 묻힌 오래 된 잡지. 나는 물 속에서 사는 물귀신. 나는 허공을 먹고 사는 벌레. 찰나에 생멸하는 나는 임시적 vibe. 모든 언어와 문자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입에서 나온 말들이 겨울 아침 입김처럼 날아간다. 매 순간이 퍼진 국수가락처럼 뚝 뚝 끊어진다. 모든 존재가 뱀처럼 기어와 절벽 끝에서 떨어진다………꽃은 어디서나 피고 어디서나 떨어진다. 끊임없이 피고 지기 때문에 꽃밭에는 늘 꽃들로 가득하다. 나도 죽고 너도 죽는다. 그러나 생명들이 끊임없이 피고지기에 세계에는 생명으로 가득하다. 생명의 바다에 귀의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