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개요
- 언 제 : 2021. 6. 9(수)
- 누 가 : 섬 & 인 4명
- 어 디 : 충청수영 / 충남 보령시 오천면, 청라면 소재
- 날 씨 : 맑음
- 여 정 : 오천포구(충청수영, 갈매 못) – 우유창고 - 청소역 – 갱’s 카페
나들이여정(앨범)
오천항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나이 들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인데요, 해서 또 떠납니다. ㅎ
오랜만에 천수만(淺水灣)에 위치한 '오천(鰲川)'항을 찾습니다.
'보령' 북부권역 생활중심지로 '주포', '주교', '청소' 등과 함께 핏줄이 엉킨 고장입니다.
백제시대엔 '회이포(回伊浦)'로 불리기도 했다는데, 앞바다 쌍오도(雙鰲島)의 '오(鰲)‘와 ’내[川]‘ 닮은 바다의 의미가 합해져
생긴 이름입니다.
충청서북부 내륙 깊숙이 뻗어있는 만(灣) 때문에 일찍부터 수로(水路)로 활용되었습니다.
신라시대엔 당(唐)과의 교역창구였으나 고려시대 왜구침입이 잦자 군선(軍船)이 주둔했고, 조선시대에 이르러 수군사령부
충청수영(忠淸水營)이 설치되면서 군사요충지가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오늘도 단출하게 넷입니다.
충청수영
조선시대 성곽(城郭)인 보령(保寧) 충청수영(忠淸水營, 충남기념물 9호)부터 탐방합니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소성마을에 있습니다.
조선 중종 5년(1510년)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였던 '이장생'이 이곳 자라[鱉] 지형에 장대하게(1,650m) 축성했습니다.
관아건물(영보정, 관덕정, 대섭루, 능허각, 고소대)을 비롯하여 5개의 옹성(甕城)과 4개의 문(진남, 만경, 망화, 한사)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치형 석문(石門)과 일부 건물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조선초기엔 군선(軍船) 140여척과 8,000여명의 수군(水軍)이 배속되어 서해안에서 한양으로 가는 조운선(漕運船)을 보호하며
이양선(異樣船)을 감시했으나, 고종 33년(1896년)에 이르러 폐영(廢營)되었습니다.
주변 경관이 수려해 시인묵객의 발걸음이 잦았지만, 군율집행 터였던 서문 밖은 천주교 신부들의 순교장소였습니다.
'오천'성으로 불리다가 2009년 '수영'성으로 바뀌면서 사적 501호로 승격 지정되었다죠.
망화문(望華門) 터에 화강석을 다듬어 만든 아치(Arch)형 문을 보며 당시 석조예술을 가늠합니다.
임진왜란 시 왜군격퇴에 일조했으며, 병자호란 땐 강화도까지 진출하는 등 국토방어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복원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성곽트레킹
1km 남짓한 성곽 따라 옛 성터를 잠시 둘러봅니다.
곡식을 관리하던 ’진휼청(賑恤廳)‘과 내삼문인 ’공해관(控海館)‘, 그리고 복원중인 ’장교청(將校廳)‘과 정자 '영보정(永保亭)'까지
두루 살핍니다.
성지(城址) 뿐만 아니라 주변지형이 거의 원형으로 유지되어 충청지역 수군지휘부의 편제와 조직 등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적으로 역사/학술가치가 높다는 평입니다.
고려 말 왜구침입이 잦자 축성하여 중국무역과 해안(18개 읍)을 통솔하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세웠습니다.
수영성곽에서 내려다보는 오천포구(鰲川浦口)가 그림입니다.
옛 영화(榮華)는 퇴색되었지만, 어항(漁港)으로서의 역할은 여전합니다.
해안 따라 길게 이어진 선착장에 어선들이 쉬고 있는데요, 별도의 피항(避港)시설이 필요 없을 만큼 자연조건이 좋은
포구입니다.
앞서 걷기보다는 뒤에서 쫓아가듯 걸어가는 여유가 더 좋습니다.
내 고향 대천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서해 바람에 온 몸이 반응합니다.
오찬
모처럼 오천에 왔으니 예서 점심식사 해야죠.
1일과 6일에 '오천'장이 서면 각종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인데요, 특히 이곳은 잠수기(潛水器)로 잡는 키조개가
유명합니다.
키조개 코스요리를 생각했다가 ’그그들‘ 정모를 위해 숨기고, 충청수영 바로 앞에 있는 ’오양손칼국수‘를 두드립니다.
비빔국수와 바지락칼국수의 조합이 일품이라는데, 우선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넣고 비벼먹습니다.
음~ 맛있는데요, 옛 배고플 때를 회상하며 폭풍 흡입합니다. ㅎ
찰지고 탱글탱글한 면발도 맵지 않아 좋고, 양도 많은 게 저절로 엄지 척~!
배부르게 먹고 2층에 있는 ’달보드레‘카페에도 들립니다.
칼국수 먹은 영수증 들이대면 10% 할인입니다. ㅎ
순교성지 갈매 못
다음은 ’갈매 못‘성지 탐방입니다.
충청수영 군율집행 터인 갈마진두(渴馬津頭)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 때 5명의 성인('다블뤼'주교,
'위앵'신부, '오메트로'신부, '황석두'회장, '장주기'회장)이 치명(致命)한 곳입니다.
1866년 3월 사형선고를 받고 충청수영으로 이송되어 하룻밤을 묵은 다음 약 10여리 떨어진 이곳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효수형(梟首刑)을 당했습니다.
대원군이 이곳을 처형장으로 택한 것은 명성황후의 국혼(國婚)이 예정된 시기로서 수도에서 200여리 이상 떨어진 곳에서
형을 집행해야 탈이 없으리라는 무당의 예언과 러시아와 프랑스함대가 침략을 시도한 외연도(外煙島)가 가까이 보이기
때문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200여명의 군인들을 비롯하여 주민들과 신자들이 순교현장을 지켜봤습니다.
망나니 칼날에 한분씩 목이 잘리며 솟아오른 피가 모래사장을 짙붉게 물들였다는데요, 기둥에 걸어놓은 머리사이로
하늘에서 은빛 무지개가 내려와 주위를 놀라게 했다죠.
무서운 곳으로 전래되어 마을사람들도 찾지 않던 이곳은 길도 없어 인근 오천성에서 배를 타야만 올 수 있었으나,
1927년부터 성지로 관리되어 순례자들을 맞고 있습니다.
순교성인들의 피를 연상시키듯 의미심장한 낙조가 무척 아름답다죠.
참수현장을 기록한 '병인년치명자면례(丙寅年致命者緬禮)'의 내용이 가슴을 울립니다.
우유창고
천북면 굴 단지의 추억이 생각난다기에, 휙~ 한 바퀴 돌고 가기로 합니다.
근데 길가에 있는 Thema cafe ’유유창고‘가 발목을 잡습니다.
우유박스를 쌓아 만든 Unique한 느낌의 우유창고 간판이 눈길을 끄는데, 건초창고를 개조한 공간이라네요.
우유목장체험도 하고 소들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지만, 날씨가 더워서인지 소들은 집구석에 쳐 박혀 나오지 않네요.
근처에 있다는 청 보리밭도 더운 날씨 탓에 쉽게 포기하기로 대동단결 -.
여러 유제품 판매중인데요, 예까지 왔으니 라떼 한잔 먹어보려다가 가격보고 턱이 빠질뻔 했습니다. ㅎ
살짝 쫄아개지구(^^) 아이스크림으로 시원하게 정신 차리려다가 갱/s카페를 가야기에 그냥 나왔습니다.
어쩌다보니 오늘 여행 Concept은 카페탐방이 될 것 같네요.
청소역
1931년 전 구간이 개통된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1961년 준공) 역사(驛舍)라는 ’청소‘역이 근처에 있습니다.
원형그대로 보존되어 철도역사적 가치가 커서 등록문화재 30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광천과 대천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역인데, 원래는 마을이름인 ’진죽‘이라 불렸으나 후에 ’청소‘로 바뀌었다죠.
자그마한 간이역인데요, 진짜 실내가 ’쥐不R‘만 합니다. ㅋ
작은 공간이지만 갖가지 조형물도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에서 영화 ’택시운전사‘도 촬영했군요.
아~ 계란 까먹고 싶어질 정도로 추억이 소환됩니다.
시간 멈춰버린 풍경들에 취합니다.
잠시 옛날로 돌아가 푹~ 빠집니다.
갱‘s 카페
복귀하면서 들려야할 곳이 또 하나 있습니다.
청라면 향천마을을 지나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속에 허름한 건물이 보이는데, 요즘 인스타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카페 ‘갱(坑)s Coffee’입니다.
성주산자락에 위치한 전망 좋은 카페로 많은 이들이 몰리는 Hot place 관광지입니다.
옛 광부들이 이용하던 샤워장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었다는데, ‘갱s’란 이름처럼 아래에서 보니 음침합니다. ㅋ
허나 계단을 오르자 테라스에 물을 채우고 물레방아까지 설치한 독특한 설계에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건물전면의 큼직한 통유리를 통해 멀리 서해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죠.
Gallery가 있는 카페라지만, 가격이 꽤 사악(邪惡)합니다. ㅎ
Americano(6,000원), Latte(7,000원), Strawberry milk tea(8,000원), 노을Ade(8,000원) -.
하지만 멋진 갱‘s카페에서 예쁜 View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다니, 아깝지만 참습니다. ㅎ
차분한 풍경에 커피 한 모금 덧씌우고,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기 좋을 듯합니다.
허나 늙어서인지 View보다 시원한 곳을 찾으니, 오늘도 낭만을 누른 현실이 한판 승~! ㅎ
본전은 뽑아야겠기에 여러 포즈로 사진 찍으며 카페외부까지 두루 훑습니다.
초록한 산에 둘러싸여 더욱 운치 있게 느껴졌는데요, 이런 곳에 카페를 차릴 생각을 하다니 신기합니다.
View 감상하면서 옛 추억도 떠올리며, 심신이 Healing된 시간이었습니다.
만찬
날씨가 ’자갈치‘횟집을 찾게 만듭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식사는 꼭 계룡에서 챙기는 착한(^^) 사람들입니다.
곳곳마다 오른 가격에 짜증이 나지만,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생각해 참습니다.
물 회 한 그릇에 오늘 여행을 Review하며, 모두 행복한 표정입니다.
생각해보면 인연도 가끔씩 가꿈이 필요합니다.
마음 밭에 설렘이란 씨앗을 심고는 배려와 양보를 비료삼아 기다림이란 물을 주어야 환희라는 꽃이 피어납니다.
권태로 찾아오는 상대의 허물도 여전한 관심으로 비바람 견디면, 우정이 곤고해집니다.
인연도 텃밭이니 가꾸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꺼억~ 잘 묵었따~!”
에필로그
[나 가고 너 남아도, 산 빛 물빛 여전할까
향기 실은 풀꽃내음 바람 불어 좋은날
오월 산 초록물결 파도소리
너 가고 나 남아서, 이 푸르럼 그대론데
내 가슴에 노을 지면 박꽃처럼 눈도 뜰까
고와라, 연초록 잎아
여름가면 단풍들라] ('김의식'/오월산아)
살면서 어딘가 머무를 곳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관계와 집착을 잠시 끄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안식과 위로를 얻는 게 소소한 행복입니다.
그래서 또 떠날 것입니다.
“아~ 세월은 잘 간다~!”
목욜(6. 10) 오후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