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예정했던 제시각에 무사히 모든 수속을 다 끝낸 우리는 가조엔의 지극한 환대에 감사드리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버스차창 너머로 나누고, 드디어 오쿠타마의 비경이 품은 일본화의 거장 가와이 교쿠도의 자취를 찾으러 오메시로 떠납니다.
산천의 빛깔은 우리나 여기나 매 한가지인가봅니다... 녹음이 주는 안도감, 청량감이 주는 긍정의 메시지, 긍정하면서 생기는 용기, 오전 여기 한 곳만 들르는 다소 비효율적(?)인 일정이랄수도 있겠지만, 여기는 다른 답사지와는 좀 떨어져 있어서, 이렇게라도 들르는 경우말고는 도통 들르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그래서, 우리 답사팀은 팀이라서 이렇게라도 올 수 있었을 이 곳을, 시내 요지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답사지 대신 들릅니다..
과연, 계곡을 들어서면서 다들 그 경쾌한 계곡물소리, 울창한 숲내음, 그리고 뭔가 차분하면서 신비함 조금 보탠 천변 숲길이 기대감을 높였네요^^ 기품있는 스기야 민가로 새로 지은 교쿠도 미술관은 원래있던 가와이 교쿠도의 최만년의 거처를 개수한 건물입니다. 물론 건물도 스기야 건축의 거장 요시다 이소야 작품이라, 눈여겨볼 일이지만, 우리는 답사컨셉에 경도되어 도쿄까지 날아온 바에야 건물 북쪽 마당에 베풀어져있는 나카지마 켄의 가레산스이 정원이 더 기대되네요^^
미술관 규모 자체는 아담하여 그닥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을 듯하고, 물론 일본화에 조예가 깊을수록 더 눈에 밟히는 유품과 유작들이 더 많았을테지만, 일단 문외한인지라, 발걸음도 가볍게 전시관을 스치듯 일별하며 지나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와이 교쿠도의 일본화단에서 어느정도 존중받는 화가일지 짐작되는 훈장에 눈길이 머뭅니다.
드디어 정원으로 나왔습니다... 대강의 이미지는 공부하고 오긴 했지만, 실물 정원은 훨씬 더 근사합니다^^
아침 날씨요정의 마법가루 한바탕 뿌린 마냥 살짝(?) 구름 낀 날씨에 시시각각 인상이 달라지고, 배경음향처럼 타마 강소리가 곁들여진 고산수 모래의 타마강이 흐르듯 멈춰있는 정원의 인상은 꽤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동적이라는 인상이네요^^
페놀로사가 나라 야쿠시지 동탑의 목탑 각층의 역동적인 변화를 '얼어붙은 음악'이라 감탄했는데, 이 곳 고산수엔 정적인 모래결로 표현된 타마강 정원에, 타마 강 물소리의 역동적인 인상이 음악처럼 더해져, 또다른 '얼어붙은 타마 강 물결'이구나, 하는 생각이 언듯 들었네요^^
모치즈키 교쿠센(望月玉泉, 1834-1913)과 고노 바이레이(幸野楳嶺, 1844-1895)는 가와이 교쿠도의 교토 시절의 스승이고, 하시모토 가호(橋本雅邦, 1835-1908)는 도쿄 시절의 스승입니다. 혹여 나중에라도 일본화에 심취하게 되어 사승관계에 관심이 생기게 되면, 어떻게 화풍이 이어지고 새로워지는지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만... 오늘은 시간도 쫓겨서... 라는 핑게로 역시나 일별하고 넘어갑니다@@
위 기록사진을 가만히 보아하니, 지금 미술관 끝자락에 붙어있는 화실이, 생전 예술혼을 이어가던 그 화실같고, 가와이 선생님께서 걸터앉아 계신 그 연못(?)가가 바로 이 가레산스이 정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징검다릿길(?) 같아 보입니다...
이제 아쉽지만, 교쿠도 미술관 정원 답사를 마무리하고, 또다른 명품정원을 품고있는 포레스트 인 쇼와칸 호텔 예약시간을 맞춰야합니다@@ 이 곳 정원도 역시 랭킹에 여러 차례 오른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근데, 버스 타러 올라가는 산길 옆에 피었던 이름없는(??) 꽃, 다들 이름을 몰라 궁금해했었는데, 나중에 허브임님 알아봐주신 이름이, 바위취였었네요^^
한시간 반여 달려와 둘러본 교쿠도 미술관 답사를 잘 마무리하고, 이제 다시 한시간여를 아키시마 시로 되돌아가서 다시 한번 점심 먹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