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오백쉰여덟 번째
몇 살까지 살아야 해?
아침에 세수하며 거울을 보니 거기에 화 난듯한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너, 누구냐?’ 물으니, 그 친구도 ‘너, 누구냐?’하고 물었습니다. ‘너, 나를 알아?’하고 물으니 역시 그 친구도 ‘너, 나 알아?’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왜 화가 났는데?’하고 물으니, 그도 똑같이 내게 물었습니다. 자기를 마주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퍼뜩 화 난 얼굴의 이유가 생각났습니다. 지난밤 꿈자리가 어수선했고, 꿈속에서 나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떠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화를 냈던 모양입니다. 왜 화를 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말이 많아진 나에게 화를 냈는지도 모릅니다. 인도의 영적인 스승이며 침묵의 성자로 알려진 메헤르 바바 Meher Baba는 1925년 7월 10일부터 44년 동안 침묵을 지키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깨우기 위해서 왔으며, 참된 것은 침묵 속에서 주고받는다.”라고 했답니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관계에서는 눈빛만으로도 소통이 됩니다. 부부들은 작은 몸짓만으로도 알아챕니다. 어떤 이는 아무리 좋은 말도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으면 소음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뜻을 이제야 압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을 바랍니다. 바바가 그랬습니다. “최선을 다하라. 그런 다음에는 걱정하지 말며 내 은총 안에서 행복하라”, 장수비결을 그렇게 가르쳤을까요? 바바의 가르침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장수라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최선을 다하고 진리 안에서 살면 행복할 것이고, 그게 장수이고, 잘사는 것이라고 일러 주었을 겁니다. 그러니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그런 기대수명 따위에 휘둘리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들립니다. 오늘에 충실하면 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