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UN국제플라스틱협약을 요구하기 위하여 부산을 가기로 했다.
물론, 요구 행진만 하고 오는 것은 아니다.
부산까지 갔으니 부산을 즐기고 오고 싶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 컸다.
나는 부산을 즐기려면 적어도
우리가 전지구적 위기를 맞은 기후위기에 대해 한번쯤 공부하고 고민하고 행동하는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설득과 강요와 이해로 몇일을 보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국제플라스틱협약 요구 집회에서
들고 외칠 피켓만들기부터 시작했다.
일정 첫날, 추운 날씨에 빌딩숲을 뚫고 오는 찬바람을 맞으면서
벡스코를 한바퀴 돌았던 행진은 불구하고 보람찼다.
특히, 풍물패를 뒤따랐던 우리는 그들이 청소년들이고
대안학교(온새미) 학생들이라는 것에서 동질감을 더 느꼈는지도 모른다.
장단에 맞춰 걸음을 걸었고, 흥을 돋워주는 그들에게 거듭 고마웠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 다음 우리는 목표는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하는 것이다.
서둘러 산복도로를 향하는 차 안에서는
서로 공부해 온 내용을 한줄이라도 발표하며
피난민 생활을 상상할 수 있게 애써보았지만
산복도로 전시관을 관람하며 설명들었던 시간이 상상력을 더했고
비탈길을 구불구불 올라가서
슬라브건물(집) 옥상을 이용한 주차장에서의 두런두런 나눔이 천마디 말보다 월등했다.
찬바람과 야경과 비탈길과 옥상의 주차장과 계단들.
잠시라도 그들이 피난민들의 삶을 상상하고, 그 생각이 전쟁이 무엇인지까지 가 닿기를.
다음날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높고 화려한 건물과
해운대와 송정바다 광한리 바다를 누비며 부산을 즐겼다.
부산의 바다는 하늘의 은혜를 입은 선물이었다.
이른 아침 겨울바다의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과
모래밭을 맨발로 걷는 부산의 시민 및 관광객들과
놀다가 아예 바닷물에 들어가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과 아빠의 웃음소리와
갈매기, 설치예술품, 드넓은 모래밭 등등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은
(입을 쩍벌리고, 좋다를 연신 외치는 녀석들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부산에서 살라고 하면 못살겠단다.
골짝을 이용한 도시의 형성으로 평지의 아파트 단지보다 비탈길에 세워진 집들이 많고
넓더라도 복잡한 (화려한 광한대교까지 포함해서) 도로를 이용한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단다.
광주처럼 평평한 땅에 고만고만하게 들어찬 도시가 좋단다ㅎㅎ
짧은 여행동안, 우리는 1회용품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애썼고
도시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비닐, 플라스틱이 나올 땐
서로 언짢은 표정과 말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우리는 즐겁게 잘 다녀왔다.
버스 문이 고장나서 기사님은 마음을 졸이고 고생을 하셨겠지만
국제플라스틱협약을 요구하는 행동도 했고
부산의 과거와 현재도 잘 경험했고
우리끼리의 연대도 높였고(단, 두녀석이 당일 펑크를 냈지만)
우리는 잘 다녀왔다. 무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