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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六 章 강호의 후기지수들.
왕자안은 웃으며 말했다.
"하긴 우리는 이미 친구일 것이오."
백기는 다소 특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말했다.
"당신도 내일 아침에 출동한다죠?"
왕자안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소. 백낭자도 거기에 함께 가게 되는 것이오."
백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전에 출동하는 사람들은 기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단은 초절정의 무공을 지닌 사람들만을 정했는데, 우리는 아직 그와 같은 경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함께 갈 수가 없어요."
왕자안은 말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곳을 지키게 되겠군요."
백기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 점에서 당신은 아주 특별한 경우로군요. 이번에 출동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젊은 사람은 아마도 당신 하나밖에는 없을 거예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과찬의 말씀이요."
백기는 고개를 저로 저었다.
"과찬이 아니네요. 음..... 그런 의미에서 내가 당신에게 무림의 기재들을 소개시켜 줄까요?"
아마도 백기는 어떤 자리를 마련해 놓고서 일부러 왕자안을 찾아왔던 모양이었다. 왕자안은 이에 주저 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럽시다."
그러자,
"그럼 이쪽으로 저를 따라 오세요."
백기는 즉시 왕자안을 데리고 한쪽의 복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 삼성맹의 대전은 실로 거대하여 그 내부에는 복도가 마치 거미줄처럼 무수하게 뚫려져 있어서 만일 그 지리를 헤매기가 쉬울 정도였다.
백기는 그러한 복도를 익숙하게 천천히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것을 보고 뒤따르다가 왕자안은 문득 이렇게 물었다.
"참! 그 백장생이라는 분은 잘 계시오?"
백기는 그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이윽고 웃으며 고개를 돌려서 대답했다.
"그래요. 그 분은 항상 편안하게 사시는 분이시지요. 아주 건강하세요."
일반적으로 무공을 형성한 강호의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가 있었다. 왕자안은 말했다.
"당시에 나는 그분께 신세를 진 적이 있었는데 이제 다시 만나게 되면 그 신세를 갚고 싶다고 전해주시기 바라오."
백기는 이에 하얗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왕자안은 그녀의 웃음에 감염되었기라도 하듯이 따라서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아직 멀었소."
백기는 고개를 저었다.
"바로 여기에요."
(..........)
백기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어느새 그들은 하나의 작은 거실의 입구에 이르러 있었다. 두 사람은 즉시 안으로 들어섰다.
이 거실은 다소 초라한 면모도 있었고 게다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거실은 전체가 마치 터질 듯한 기운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당금의 젊은이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자안은 거기에서 이미 낮이 익은 사람들도 여러 명이나 볼 수가 있었다.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않은 왕자원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황기 등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한 가지 기이한 일은 그들 가운데에서 상관남매가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그들은 사람들의 중앙에 서 있었고 독고상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독고상은 젊은이들만이 모여 있는 자리에 참석하기가 곤란하여 일찌감치 자리를 피해버린 모양이었다. 헌데, 당연한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 상관남매 특히 상관엽은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상관엽을 향해 반쯤 조롱하는 듯이 질문공세를 퍼붓고 있었던 것이었다.
"핫핫핫, 너의 사부가 그렇게도 대단하다는 말이냐? 하지만 우리는 너의 사부와 동년배에 속할 테니 너는 우리를 사백이라고 물러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 사람은 이제 약관의 나이로서 사천당문의 아들은 다비수 당소라는 청년이었다. 그는 암기에 능하여 다비수라는 별호를 얻었으며 무공은 그저 일류급에 해당되는 것이었지만 암기만큼이나 눈빛이 예리하고 재체가 있어 보였다.
그 당소가 소리치자 즉시 여기저기에서 동조하는 소란이 일어났다. 상관엽은 솔직히 무공으로는 눈앞의 당소를 이길 수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지금 군중의 힘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상관엽은 안색이 벌겋게 변해서 소리쳤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솔직히 제아무리 나이가 차이가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들을 사백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주 지겨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당소는 짐짓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아니 어째서 아니라는 말이지?"
상관엽은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너희들은 나의 사백이 아니야."
당소는 능글능글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상관엽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봐. 너의 사부의 나이가 지금 약관이 아니냐?"
상관엽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다."
당소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너의 사부와 우리는 서로 친구간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상관엽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 그렇다."
당소는 기이하게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그런데 너는 바로 너의 사부의 제자가 아니냐? 따라서 너는 사부의 친구에 대해서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인지 알겠지?"
상관엽은 그 말에 일순 우물쭈물했다. 당소는 그것을 보고 다시 소리쳐서 말했다.
"그러니까 어서 우리들 사백들께 인사를 올리라는 말씀이다!"
순간, 주위에서 듣고 있던 청년들의 왁자하니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상관엽의 순진해 보이는 모습을 보고는 그것을 놀려먹으려고 하고 있던 것이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그만들 둬요. 당신들은 그야말로 일치가 없군요."
그것을 바로 황가의 음성이었다. 당소가 다소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니, 염치가 없다니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오?"
황가는 일단 그를 바라본 다음에 시선을 돌려서 주위의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어 말했다.
"강호상의 배분이라는 것은 사실 사문의 규율이나 혹은 그 무공의 정도로 따르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단지 나이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동배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어패가 있는 거예요."
당소는 놀라서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의 동배가 아니라는 말씀이오?"
그때였다. 문득 다른쪽에서 한 사람의 음성이 들려와서 사람들의 주위를 환기시겼다.
"그래요. 이분의 배분은 사실 당금의 강호상에서 제일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다시 그쪽으로 향했다. 다름이 아니라 왕자안과 백기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문득 하북팽가의 환도 팽위가 포권하며 입을 열어 물었다.
"소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근거가 있는 것이오?"
백기는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그래요. 사실 이분의 배분으로 말하자면 당금의 최고배분이신 환우삼성 가운데의 한분이신 신주개성과 같은 배분이기 때문이에요."
다비수 당소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아니 자신의 증조부와 배분이 같다니 이거야 어디 말이나 되나?"
백기는 그를 한차례 싸늘하게 주시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그것은 이미 공인된 것이에요. 즉, 신주개성과 이분의 사문은 원래 같은 곳에서 출발하고 있었으며 배분이 같다고요."
사람들은 그 말에 일순 다함께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들은 비로소 백기가 장난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에, 황기가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강호의 친구들이라고 할 수가 있으니 구태여 그러한 배분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봐요. 즉, 우리들은 무공이 높은 저 사람이 선배라고 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저기에 계시는 당소협께서는 혹시 저 상관소협을 이길 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
당소는 그 말에 안색이 다소 붉어졌다. 그는 이제까지 의기양양하게 상대방을 비방했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자신이 궁지에 몰린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기실, 당소는 무공으로 본다면 상관엽과 약간 뒤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배경으로 상관엽을 처음 부터 누르려고 했던 것이었다.
당소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묵묵히 있는 것을 보고는 백기가 웃으며 말했다.
"자! 우리는 지금 상당히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상태에요. 지금은 우리 중원의 동도를이 서로 뭉쳐서 이 난관을 극복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누구를 배타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서로가 친구로 생각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여기에 무림의 젊은 기인 을 한분 소개시켜 드리겠어요!"
백기는 이어 왕자안을 가리켰다. 이미 얼마 지나지는 않았지만 왕자안에 대한 소문은 빨리도 퍼져 있어서 주위의 사람들은 특별히 누가 소개시켜 주지 않아도 그를 알고 있었다.
"바로 개방의 백의제자이신 왕자안 왕공자이세요."
백기가 그럼에도 새삼스럽게 소개를 하자 왕자안은 그들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확실히 조금 전의 이 백낭자의 말은 금옥과도 같은 좋은 말이외다. 우리들은 나이가 젊고 하니 모든 것을 떠나서 친구로 사귀는 것이 좋겠소. 나는 이렇게 여러분들과 만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이오."
이제까지 상관남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조롱하던 사람들도 이제 백기 등이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서자 더 이상 그럴 수가 없었다. 그것을 보고 문득 제갈세가의 청년인 소제갈 제갈방이 입을 열어 왕자안에게 말했다.
"당신은 소문에 듣자니 아주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지금 우리와 처음으로 맞이하는 상황에서 한수 보여주실 의향이 없으시오?"
사람들은 그 말에 일순 눈빛에 강렬한 흥미를 일으켰다. 기실, 무림인들은 무공에 대해서는 거의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솜씨를 본다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일이었다. 이에, 왕자안은 즉시 고개를 끄떡였다.
"좋소. 헌데 여려분들 가운데에 나의 부탁 하나를 들어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소이다."
제갈방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부탁인데 그러시오?"
왕자안은 말했다.
"내가 재주를 보이려면 반드시 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 아직 그 사람이 나서지를 않는구려."
(.......?)
제갈방은 다소 어리둥절해 하다가 물었다.
"그렇다면 내가 대신 도와준면 되지 않겠소?"
왕자안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걱정이 없겠소이다."
제갈방은 물었다.
"그럼 제가 무슨 일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것은 제가 시키는 한가지의 일을 해주시는 것입니다."
제갈방은 물었다.
"그 한가지의 일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저기에 있는 술통을 일장으로 부숴주십시요."
(............?)
사람들은 그 얘기를 듣고는 하나같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지금의 이 자리에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개봉하지 않은 술통이 당연히 있었다. 왕자안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그 술통을 제갈방에게 일장으로 부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기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가 무림의 신진들로서 그 무공은 대대가 일류고수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왕자안은 구태여 그 술통을 일장으로 부숴달라고 하는 것인가?
그 술통은 아직 개봉되지 않아서 만일 일장으로 후려치게 되면 반드시 그 속의 술이 터져 나와서 사방으로 비산될 것인데, 그것은 대체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기실 이 가운데에서 황가 등은 이미 왕자안의 재주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미소하고 있었다. 제갈방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것이 바로 저에게 하는 부탁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소. 미안하지만 그 일을 좀 해주시겠소?"
(...........?)
제갈방은 이제까지 이렇듯 무모한 부탁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얘기를 듣게 되자, 일순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때 백기가 나서서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제갈소협, 만일 그의 부탁이 그렇다면 그대로 해 보시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만일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저희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겠어요."
제갈방 등은 이 백기등의 미소녀들이 어째서 사사건건 왕자안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은 왕자안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제갈방은 한번 심호흡을 하여 마음을 안정시킨 다음에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가서 술통을 향해 일장을 내리쳤다.
제갈방은 물론 그 일장에 약간의 기교를 부리게 되었다. 제아무리 백기가 책임을 져주겠다고 했지만 그러나 만일 자신이 일장을 날려서 너무나도 주위의 피해가 커지게 되면 역시 체면이 손상되는 것이었다.
이 제갈세가에 나름대로의 무공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소리 없이 상대를 격파하는 음풍도라는 유명한 절학이 있었다. 그것은 소리 없이 다가가서 상대방의 반격이 있기도 전에 이미 상대방의 내장을 파열하는 무서운 내가의 장력이었다. 실로 그러한 장력을 사용하게 되면 술통속의 술이 거의 밖으로 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의 제갈방의 생각은 창오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로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이었을까?
실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 술통은 어이가 없게도 텅 비어 있었던 것이었다.
퍽!
흡사 두부가 깨지는 듯한 가벼운 격파음과 함께 그 술통은 박살이 나서 흩어졌는데도 뜻밖에도 그 내부는 텅 비어 있었고 술이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
재갈방 등은 그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 술통은 이미 술이 들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체 그 속의 술들은 갑자기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제갈방 등이 문득 어떤 것을 깨닫고는 왕자안을 바라보자 그는 담담히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 당신이 나를 그렇게 도와주었으니 나도 마땅히 거기에 보답해야 하겠군요."
이어, 왕자안은 멀리서서 하나의 술 호로를 들고는 제갈방의 비어 있는 술잔에 술을 따르는 것이었다.
(.........?)
제갈방은 멍하니 그러한 광경을 보았다. 그렇게 멀리서 내력을 이용하여 술을 따르는 것은 확실히 고명한 내가의 수법이었다. 그렇다면 왕자안은 이러한 절기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었을까?
제갈방은 무심코 그 술잔을 들어서 한잔을 마셨다. 그런데, 왕자안은 그것을 보고는 이어 말하는 것이었다.
"아아! 제가 이거 저분께만술을 따라드리고 있으니 여려분들 가운데에는 다소목이 마르시는 분이 계시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제가 모든 사람들께 술을 따라드리기로 하지요."
이어, 왕자안은 계속해서 허공을 격하고 비어 있는 술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는데 이때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원래, 주위의 사람들은 왕자안이 술을 따르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술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다른 술통을 가져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왕자안이 들고 있는 그 작은 술호로에서는 무려 십여 개의 술잔을 가득 채우고도 계속해서 술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러한 것을 몰랐었으나 나중에는경악하여 안색마저 변했다. 그것은 어찌나 신기한지 마치 사슬과도 같았다. 그러나, 기실은 왕자안이 고도의 공력으로 술통속의 술을 모조리 응축시켜서 그 술호로의 속에 담아 놓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실로 그것은 불가사의한 능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도대체 아직 개봉하지도 않은 술통 속에서 술을 감쪽같이 뽑아내어서 그렇게 할 수가 있다는 자체가 이미 상상을 불허하는 능력인 것이었다. 기실, 왕자안은 자주 그와 같은 술자리에서의 재주를 보였었으나 과거의 경우와 지금은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사람들은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감탄을 하고는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우와! 최고다.........."
왕자안은 모든 사람들의 술잔에 술을 따르려다가 문득 그와 같은 환성을 듣고는 우수를 들어 올려서 답례했다.
"과찬의 말씀이시오."
그때, 왕자안이 다시 그 술호로를 탁자위에 내려놓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남궁세가의 자제인 섬전검 남궁민이 나서서 웃으며 그 술호로를 잡아서 들어보았다.
그 술호로는 아주 무거웠다. 아마도 그것은 거의 한통의 술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남궁민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하다가 왕자안에게 물었다.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것이오?"
왕자안은 이에 그저 가볍게 웃을 뿐 묵묵했다. 즉, 지금은 그가 내력으로 응축시켜 놓고 있기 때문에 무사한 것이지 만일 그가 내력을 거두기만 하면 그것은 마치 폭약처럼 터져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남궁민은 이에 그만 혀를 내둘렀다.
"하하, 이거 참 대단하군."
이어, 그가 할 수 없다는 듯이 그 술호로를 다시 탁자위에 내려놓자 이번에는 체구가 건장한 하북 팽가의 철혈도 팽홍이 나서서 말했다.
"왕공자! 이거 그 술이 남아 있다면 나에게 주는 것이 좋겠소. 하하하, 나는 원래 그러한 술이라면 얼마든지 마시고 싶은 사람이외다."
어이없게도 팽홍은 마치 세숫대야와 같이 커다란 대접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그렇게 생긴 사람은 대부분이 호걸형으로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왕자안은 이에 즉시 술호로를 기울여서 술을 따라 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가 들고 있는 술호로는 아주 작아서 그 커다란 술잔속에 서너 개는 들어갈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실로 기이하게도 그 술호로에서 흘러나오는 술은 이미 계속해서 흘러서 그 커다란 술잔을 가득 채우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팽홍은 아주 유쾌한 듯한 웃음을 터트리며 그 술잔을 기울여서 한 모금을 마셨고 장내에는 금세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거 참으로 통쾌하게 마시는구나."
그것을 보고 재갈방과 남궁민 등이 서로 앞을 다투어서 대접을 들고는 왕자안의 앞에 와서 술을 따라주기를 원했다. 비록 그 술은 그들이 마시던 것과 다르지 않았으나 실로 놀라운 무예가 깃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천하의 그 어떤 명주보다도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즉시 그들에게 계속해서 술을 따라 주었고 그들로 하여금 쉽게 취하게 하였으며 또한, 매우 친해졌다. 그런데, 남궁민이 문득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어째서 그 술이 그치지를 않지? 이미 한통의 술은 다 마신 것 같은데?"
그러자, 사람들은 그저 무심코 흘러버리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고는 의아해했다. 과연 지금 왕자안은 이미 한통 이상의 술을 계속해서 따라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혹시 그 술호로가 요술이라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팽홍이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말했다. 이에, 황가가 문득 기이한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옆의 한사람에게 말했다.
"어서 저쪽의 술통을 부숴봐요!"
알고 보니 그쪽에는 천으로 가려놓은 술통들이 서너 개가 아직 개봉되지 않고 있었는데 예비용이었다.
(..........!)
사람들은 이에 즉시 황가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비록 술이 취했지만 즉시 환성을 지르면서 그쪽으로 다가가서 각기 일장씩을 날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그 술통들도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닌가?
왕자안은 이미 그 술통속의 술들도 사용해 버린 것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