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반려동물을 통해 노화를 알았다고 합니다.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길렀는데, 이름은 “짱아”였습니다.
이 녀석은 가족들이 집을 다 나가면 혼자 심심해하고,
집을 지키다가 잠이 들기도 하고, 두려우면 짖기도 했지요.
짱아가 너무 심심해 보여서 1년쯤 되었을 때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만 임신했는데도 배 속에서 너무 커서 자연분만을 못 하고,
돈을 들여 수술로 딸 강아지 “땅콩”이를 낳았습니다.
암컷이라고 하며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5만 원을 더 요구하더군요.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그땐 기분이 좋아서 그냥 줬습니다.
검정색 땅콩이는 한 손에 올려놓을 만큼 작았습니다.
엄마견 짱아는 가족이 없을 때도 새끼를 청결하게 돌보느라 바쁘게 지냈습니다.
가끔 새끼가 열이 나거나 아파서 낑낑거리면, 짱아는
밤새도록 땅콩 입 안까지 혀를 넣으며 열을 내려주려 하기도 했지요.
짱아의 모성애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끔 내가 땅콩이를 꺼내어 만지고 있으면 얼른 되돌려 달라고 낑낑거리고,
바닥에 내려주면 물고 집으로 들어가 젖을 물리곤 했습니다.
엄마가 돌보는 새끼는 한 번도 큰 병치레 없이 잘 자랐습니다.
어찌나 어미가 잘 챙겼는지 우리는 목욕 외에는 간섭하지 않았는데도,
새끼는 어미보다 덩치가 더 크고 튼튼하게 자랐습니다.
교미했던 아빠견도 작았는데, 제왕절개로 태어나서 그런지 더 큰 것 같았습니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이나 휴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집 앞 용담공원 풀밭에서 재미있게 뛰놀았습니다.
아가 땅콩이가 혼자 밥도 잘 챙겨 먹고 독립적으로 자라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너무 예뻐 자주 안아주고 함께 놀기도 했습니다.
반면 짱아는 아빠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아 많이 서운해했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집 안에서 잠만 자더니,
가족들이 부르면 다리를 절뚝이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중학생이던 아들이 애견병원에 데려가 진단을 받아본다고 하기에 그러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들어와서는 울먹이며 짱아 다리를 수술해야 한다고,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다리를 잘라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짱아를 데리고 공원에 나가서 운동을 시켜봐라. 그럼 잘 걸을 수 있을 거야.”
아들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저는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요.
누가 맞았을까요?
제 말이 맞았습니다.
제가 짱아를 제일 잘 아는데, 이 녀석은 가족이 자기를 보고 있을 때는
다리를 절지 않고 잘 다닙니다.
짱아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요. ㅎㅎㅎ
공원에 가족들이 모두 나가서 땅콩이와 짱아를 내려놓으니,
둘 다 깡충거리며 잘 뛰놀았습니다.
제가 어릴 적, 우리 집은 아버지가 동물을 좋아하셔서
개와 가축을 많이 키웠습니다.
애완견은 의료보험도 안 되고…
애견센터는 꼭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애견을 상대로 하는 직업군입니다.
그러니 반려견을 사랑하신다면, 애견센터 한 곳의 진단만으로 결정하지 마십시오.
죽기 전까지 모든 검사와 치료비를 뽑아내려는 곳도 있습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습니다.
반려견을 여러 마리 키우기보다는 한 마리를 정성껏 키우시길 바랍니다.
짱아가 커지면서 장난치다 보면,
새끼가 엄마에게 싸움을 걸기도 하고,
엄마가 처음에는 양보하지 않다가 점차 양보하게 됩니다.
양보하다 보니 땅콩이는 자기가 대장인 줄 알게 됩니다.
애완견들도 배려를 받으면 그것이 배려인 줄 모르고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는 것 같습니다.
반려견을 둘 키웠지만, 저는 여전히 짱아가 더 좋았습니다.
집도 각각 마련해줬는데,
땅콩이가 엄마 집을 차지하고 자고 있으면
짱아가 저를 찾아와 낑낑대며 제일 먼저 나오게 해달라고
저를 빤히 쳐다보며 ‘신고’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새끼의 욕심스런 행동을 혼내주기도 했습니다.
짱아는 자신이 땅콩을 낳았다고 생각하고,
땅콩은 성견이 되어 엄마가 필요 없다고 느끼니,
제가 짱아를 더 좋아하는 걸 보면 질투도 했습니다.
어릴 땐 사랑스럽게 재롱떨고 건강하던 반려견들도
10년이 지나니 재롱도 점차 없어지고,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사람이 하는 말을 조금씩 알아듣게 되고,
집에서 뭘 물어뜯거나 망치는 일도 없이
가족들과 동일한 생활습관을 익혀 같이 살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짱짱하던 짱아는 등이 휘고 다리를 절고,
눈도 어두워지고, 치아도 빠지고…
15년 동안 아침 인사하며 같이 살아온 짱아가 결국 자연사하게 됩니다.
시골 같으면 전염병 돌아 가축이 죽으면 양지바른 땅에 묻어주곤 했는데,
도심에서는 그럴 만한 장소조차 없습니다.
알아보니 불법이랍니다.
시골에서는 집단 가축이 죽으면 밭을 파고 대량으로 묻는 것도 봤는데,
우리가 그렇게 하면 불법이랍니다.
그래서 반려견 화장장에 전화해서 일산까지 찾아가
짱아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작별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문을 열자 땅콩이가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땅콩이는 알고 있었는지, 함께 있던 짱아를 찾지 않았습니다.
땅콩이는 자기만 아는 녀석입니다.
사랑을 독차지하면, 영원히 가족과 살 수 있게 된 거라 생각했겠지요.
그러나 땅콩도 1년 후 같은 곳에서 정리해 주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소통이 시작되면 말이면 말, 마음이면 마음, 눈빛이면 눈빛으로 정이 남는 것 같습니다.
짱아나 땅콩이, 이 녀석들은 모두 ‘소통’했습니다.
이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사람과 눈 마주치고, 보고 배우는 게 너무 많아 마음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아른거리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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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하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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