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김두식 선생이 쓴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에 나오는 얘기인데, 인권(人權)에 관한 책입니다. 재미도 있어 읽어 볼 만 합니다. 인용을 해 보면‘지랄 총량의 법칙은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사춘기에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나중에 늦바람이 나서 소비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죽기 전 까지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재미있지요?
이 법칙을 알고 나니 생각나는 여러 가지 헛 생각들입니다.
<질량불변의 법칙>
저는 감히 일연스님을 존경합니다.
깨달음의 깊이, 행적, 업적, 등등도 대단하지만 스님은 대단한 효자이었습니다. 그러니 효도를 해 보지 못한 제가 존경 할 수 밖에 없네요.
일연스님이 처음 깨달음을 얻은 곳이 무주암 또는 보당암이라고 합니다. 물론 비슬산이지요.
보당암이 어디인지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대견사지로 결정이 났다네요. 여기에서 일연스님은 ‘이 세상 모든 것에 티끌만한 더할것도 없고 티끌만한 뺄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근기가 약한 제가 생각할 때 ‘질량불변의 법칙’이 아닌가 생각했지요.
그런데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고, 질량이 불변하는 만고의 진리가 스티븐 호킹이라는 넘에 의하여 서서히 깨어지고 있는 것이 천체물리학의 현 주소입니다.
그리고 대가리 아니 머리 깎고 가출, 아니 출가하면 세상과 깨끗하게 인연 끊고, 부모형제와도 안면몰수 인연 끊어야 한다고 엉터리로 가르치는 협잡꾼이 있는 모양인데 이런 싸가지 없는 헛소리 들으면 안됩니다.
<노름돈 불변의 법칙>
내기골프에서 잃은 돈과 딴 돈은, 꼴까닥 숨 넘어 갈 때 계산 해 보면 비슷하다는 이상한 법칙입니다.
초보일 때는 고수에게 잃고 고수가 되면 초보 것 따 먹고....
<재산 총량의 법칙>
사람은 태어날 때 자기 평생의 재산이 정해져 있습니다.
태어날 때 금숫가락 물고 나오면서 이걸 많이 타고 난 사람은 평생 놀고 먹습니다.어릴 때는 외가집에서, 커서는 처갓집에서, 늙어서는 사돈집에서 살지요.
쪽박 차고 나오면서 이걸 적게 타고나거나 아예 마이너스로 타고 나는 넘은 일평생 헉헉거리며 재산 모으다가 인생 쫑(鐘)칩니다.
모은 것은 只 재산이 아닙니다. 일평생 쓴 것 만이 你 재산이지요. 타고 나와 쓴 것이 자기 재산이지, 쌔 빠지게 모은 것은 자기 재산이 아니라는 말이지요.(근데 이걸 잘못 알아들어서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도 의외로 많이 있심다.)
천석을 하는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하루 일과는 새벽에 일어나서 들에 나가 하루 종일 쌔(혀, 舌) 빠지게 일하고 캄캄한 밤에 돌아오는 것입니다. 먹는 음식도 늘 험하게 먹었고 옷도 늘 넝마같은 것만 입었습니다. 왜냐구요? 재산 모아야 되니까요.
그런데 이웃집에 백수건달이 살았는데 재산 한 푼 없이 늘 백구두신고 양복 빼 입고 수시로 떵떵거리며(여기에서 떵! 떵! 하는 것은 장구소리입니다)기생 데불고 놀며 먹고삽니다. 신경질이 난 천석 부자가 ‘우리도 좀 잘 먹고 살자’하고 결심을 하고 염소를 한 마리 잡아서 가족끼리 삶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이 부자가 덜컥 죽었습니다. 염라대왕 앞에 끌려간 부자가 항의를 했지요.
“아니 옆집 백수건달은 재산 한 푼 없이도 잘 먹고 사는데 천석 가진 내가 염소 한 마리 잡아먹은 것이 무슨 죄가 된다고 저승으로 잡아왔소? ”
“야 임마 그 재산이 니(你) 것인 줄 알았냐? 你 역할은 그 재산 지키는 역할일 뿐이다 새꺄 !!”
<행복총량의 법칙>
있는 넘이나 없는 눔이나, 배운 년이나 못배운 뇬이나
잘난 년놈이나 못난 뇬넘이나 일평생 느끼는 행복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이상한 이론입니다.
돈 많은 넘이라고 꼭 행복하지도 않고 돈 없는 년이라고 꼭 불행하지도 않다는 헛소리인데, 저 같이 타고난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쫄짜가 지어낸 개소리이겠지요.
<술 지랄 총량>
누군가가 알코올 총량의 법칙은 없냐고 묻네요.
다들 잘 아시잖습니까?
그 외에도 밥 숫가락 놓기 전에, 요단강 건너기 전에 ,소천하기 전에, 천화하기 전에, 입적하기 전에, 황천 가기 전에, 골(谷)로 가기 전에, 등등등 전에 저지를 다른 지랄들이 많겠지요.
하기사 사는 것 자체가 모지리, 몽땅, 전부, 모두, 지랄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지랄 총량법칙 제 2편>
그런데 사람이 한평생 하던지 떨도록 되어있는 지랄총량을 일찍 채우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죽숟가락 놓을 때가 다 되도록 채우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국 채우지 못하고 황천행을 하면 어떻게 될까?
지랄은 일찍 떨수록 좋다네요, 일찍 지랄하고 일찍 끝내어야 되지, 이거 일찍 마무리 하지 않으면 인생 개 아작 납니다.
초딩때 개구지고 호작질하고 싸움질 하고 하던 애가
중딩이 되면서 어엿해 져서 공부하고, 사색하고, 인생의 목표를 정해 살고, 부모 고마운 줄 알면 이건 철 들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초딩 때 정말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고 부모님 따라 교회나 절에만 열씸히 댕기고 아멘 아멘, 또는 나무아미타불. . . . . 하다가
어라! 이게 내 인생이냐 남 인생이냐? 초딩 때 채우지 못한 지랄이 발작하면 담배피고, 싸우고, 책 없이 학교 댕기고, 퇴학하고, 중핵교를 대안핵교로 4년씩 댕기고 하는 겁니다.
부모님이 엄격하고 착실하고 모범적인 크리스찬 또는 훌륭한 불제자의 자식이 대개 중딩 때부터 개지랄 떠는 것은 초딩 때 지랄을 채우지 못해서입니다.
이걸 빨리 끝내면 좋은데 고딩 때까지 연장되면 골치가 좀 아프지요. 잡질까지 해댑니다.
대학때는? 지가 무슨 독립투사라고 머리띠매고 이제까지 못한 지랄을 한꺼번에 채울려니 혈서쓰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도술 시범 보이고, 분신하고, 지랄을 한꺼번에 폭발시키지요.
바람도 늦바람이 더 지랄입니다.
꺼병이도 못되는 주제에 지가 봉황인줄 착각하고, 대권 도전 어쩌구 하면서 지랄을 떨고,
늙어서 권력에 눈멀어 까막소 가고, 쩐(錢)에 눈멀어 노욕 부리고, 여자에 눈멀어 추태보이고, 건강에 눈멀어 비암잡아묵고 곰 씰개 빼 묵고, 지랄을 떠는 것이지요.
이렇게라도 지랄총량을 다 채웠으면 괜찮은데 영 못했다면?
인생 한번도 어긋남이 없이 부드럽게 공손하게 시키는 대로 규범대로 착실하게,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에게 우애있고 나라에 충성하고 모든 제도에 순종하며 산 훌륭한 인격자?
드디어 한꺼번에 찾아오는 지랄!! 치매 걸리지요.
비릉빡(壁)에 똥칠 하지요.
그런데 그 지랄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비명횡사했다면?
원귀가 되어서 온갖 데, 자식 형제 배우자 친척 후손 등등 온갖 사람에게 들어붙어, 넘 꿈에 꺼정 나타나서 호작질하며 그 지랄총량을 채울려고 온갖 사람을 괴롭히고 자기도 괴로워 하지요.
그러니 자식들 중에 별종이 나타나면 ‘이건 지랄총량을 일찍 채울려고 하는구나’ 하며 지랄을 빨리 잘 떨도록 도와주고
내가 아직까지 지랄 떨지 않았다면 하루빨리 한시바삐 지랄하던지 떨던지 하면서 신속히 총량을 채울 일입니다.
그러면 드디어 지랄 총량을 다 채우면?
정말 총량을 다 채우고 나면?
“아!! 나는 아무 여한이 없다!!”라는 골 빈 놈이 하는 헛소리 같은 독백을 지껄이는 것으로, 마지막 지랄을 떨고
도교를 믿는 사람은 신선이 되어 우화등선 할 것이요
야소교를 믿으면 천국으로 갔다가 부활을 할지도 모를 일이고
불교를 믿으면 성불 하실 것이고
유교를 믿으면 내가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니 내 핏줄을 이은 후손이 입신양명하여 나의 명예까지 드높여 줄 것이며.
아무것도 믿지 않은 사람은 그냥 조용히 황천을 간다고 밥숫가락 놓겠지요.
앞으로 더 생각 해 보면 이 법칙의 진화된 모습도 알아 내겠지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2012. 8. 白又
첫댓글 어제 도서관에서 읽은 김두식교수의 "욕망해도 괜찮아"도 추천합니다.
영화 [색(色)과 계(戒)]에서 따 온 색(色)= 욕망과 계(戒)= 규범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리얼하고 재미있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