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3일 오후 1시 진주시 옥봉동 더원 결혼식장
따안 딴따 따안~~
신부입장의 멘트가 흘러나오자
아리따운 신부는 아빠 손을 잡은 채 조심스레 한 걸음 한 걸음 신랑에게로 향해 가는데 가슴 속 켜켜이 쌓인 슬픔과 외로움을 온 몸으로 인식하는 애틋한 모습에 오늘 하루만큼은 신부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다.
우리 일행은 주례사의 귀한 말씀보다 신부의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으며 시어머님께서 신부의 아픔을 보듬어 안으시는 모습도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그날은 왠지 기쁨보다 짠한 마음이 더해와 신부 후배 4명이서 부른 발랄하고 경쾌한 축하송도 슬픔 곡조로 들리었다.
두 번째로 등장한 둘째딸은 짧은 치마바지와 귀여운 상의에 토끼 모양의 예쁜 리본으로 깜찍 발랄한 모습으로 치어리더 걸처럼 뛰고 흔들면서 애써 식장 분위기를 뒤집어가며 섹시댄스. 몸털기 동작으로 언니, 형부와 모든 축하객을 웃겨 줄때도 우린 눈물 섞인 웃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순명이 친구는 현대미포조선 현장에서 근무 중 불행하게도 산업재해를 입어 수년 동안 병원생활을 하느라 힘겨운 나날을 보냈으며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버거운 삶을 이겨내지 못하고 오랜 병환생활을 하다 2년 전 야속하게도 가족 곁을 떠나 버리고 배우자를 잃은 친구는 두 딸과 아들을 훌륭히 건사하면서 보다 밝은 내일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멀고 먼 진주까지 달려와 준 대구, 부산, 청도, 울산 친구님들의 진심어린 축하는 삶의 용기요, 희망이요, 격려였기에 큰 위로가 되어 친구의 앞날엔 좋은 일만 있을 것입니다.
나랑은 중학시절 많은 날들 운동장에서 함께 구르고 달린 친구였기에 더없이 특별한 인연인 셈이죠.
친구가 입사 당시의 현대미포조선은 수리조선이었으나 최근엔 수많은 배를 수주하여 건조하는 사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주가도 엄청나답니다.
우리 일행은 울산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는데 명수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받아보니 함안 휴게소에 차를 세워 술과 음식을 내려주고 가란다.
아이고, 너무 잘 됐다.
그렇지않아도 음식을 50명분이나 준비했는데 탑승인원은 31명이니 음식이 많이 남아 고민이었는데 천만 다행이었다.
그날 우리 일행의 인솔자는 구라리 동기생 김순수 오빠였는데 고향사람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도 빠짐없이 푸짐하게 다 챙겨 주셨다.
출발하면서 차창 밖을 내다보니 친구들은 우리들과의 작별이 아쉬운지,
내려준 술과 음식들이 고마운건지 어찌나 오래토록 손을 흔들든지... ㅋㅋ
혼주인 순명이는 최근 아들이 교통사고로 입원중인데 그날 외출 승낙을 받아 별도의 차에 아들을 태워 이동하느라 하객들만 타서 그런지 잔칫집 분위기는 온종일 조용하고 무겁게 느껴져 총무를 불렀다.
병환아! 시동 걸어라.
문상아! 일어나라, 정숙아 나가자, 나도 일어났다.
희선아! 일 나라, 세영아, 나온 나.
경순아! 뭐하노, 와중에 정순이는 자고 있다.(ㅋㅋ)
경쾌한 디스코 메들리에 몸을 맡기며 분위기를 주도하자
그제야 참고 참았던 아저씨도 일어나고..분위기는 점점 밝아지면서 춤 출 자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한 바탕 잔칫집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는데 어느새 울산이다.
둘둘 친구 9명은 울산대공원 남문 앞에 하차하여 장미축제에 합류했다.
폼 내려 신고나선 구두는 얼마나 불편하든지...
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곤 울산법원 앞에서 쑥 밀면 집을 운영하시는 경순 오빠 집으로 자리를 옮겨 보따리를 풀었다.
맛집으로 유명해진 쑥 밀면을 시켜 소주 한잔 기울이며 울산지역 단합을 위한 야외모임과 재울 둘둘회 회칙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 후 얼마간의 농담이 오가다 저쪽 구석에 앉은 문상이가 큰 소리로
“진희야! 니, 내한테 반했나?”
“그래, 반했다. 이제 그만 마시고 집에 가자”.
정류장에서 동구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상이는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주면서 택시타고 가란다.
택시비 25,000원 나온다며 더 달라고 농을 하니 만원짜리 한 장을 또 꺼낸다.
“아이고, 이 문둥아, 내 걱정 말고 마나님 맛난 거나 사 가라”.
취기 가득한 친구의 비틀거림은 잔칫집 다녀오시는 우리 시아버님 모습 같다.
아버님은 국가유공자로 어머님과 함께 대전 현충원에 안치되어 계시며 매년 6월 6일을 기점으로 현.중 보훈회에서 단체 참배 행사를 하는데 금년엔 순명이 잔치랑 겹치는 바람에 처음으로 불참이다.
현충원 참배 떠나는 남편한테 대신 안부 부탁을 드렸다.
“아버지요! 집사람은 오늘 다른 일이 생겨 같이 못 왔는데
대신 음식 챙겨주고 꽃값 주면서 안부 전합디더.”
아버님왈
“큰 며느리 바쁜 거 다 알고 있다”
비로소 하늘과 땅이 하나임을 알게 되었답니다.
울산대공원에서 찍은 사진 몇 장만 올리려 했는데 어제 결혼식은 여느 결혼식과 다르게 느껴져 한자 올려봅니다.
먼 길 달려와 친구의 딸내미 결혼을 축하 해주신 친구와 축의금으로 대신해 준 둘둘 친구님께 순명이 친구를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내의 어원은 안해이며,
안해는 집안의 태양이라고 하더군요.
여보(如寶)는 보배와 같다는 뜻이고
당신(當身)은 마땅히 내 몸 같이 소중하다는 뜻이며
사(死)랑은 죽을 때까지 너랑 나랑이랍니다.
사랑하는 둘둘 친구님들!
부부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껴보시고 더욱 사랑하면서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알콩 달콩 살고지고 살고지고 ... ....
울산에서
첫댓글 세세님.지 는 자는척하고 친구들노는거 기깅하고 있었심더 .누가누가 더잘흔드노.옆눈으로 감상했지예 ㅋㅋ
역시.우리친구가 제일입디더 ㅋ
우리의 둘둘회 여부회장님의 튀는 유머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댓글 우리 카페에서 좀더 자주 만나입시더
진짜 차말로 재미있심데이
1학년 4반 때 한반이었던 순명이의 가슴 찡한 장녀 결혼식 장면과 요즘 근황 그리고 멋진 글과 함께 울산 친구들 소식 정말 재미있게 읽었네여
역시 우리 대 이서중고총동문회 부회장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