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건에 포위되고 사람에 치이며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 회의를 느끼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꼭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홀가분하게 살아보자는 ‘미니멀라이프가’ 유행이다. 소유 대신 이용가치에 주목하여 정수기, 침대 매트리스, 공기청정기 등을 렌탈하는 시장이 급증했고, 서점에서는 미니멀라이프나 정리의 기술을 다룬 책의 판매량이 늘었다.
물질 만능시대. 넘쳐나는 물건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현대인에게 ‘삶의 다이어트’ 미니멀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집 안에 빼곡히 들어선 물건을 처분하고 텅 빈 공간에서 여유를 찾는 미니멀리스트가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초 주요 대형서점에선 미니멀라이프, 정리의 기술과 관련된 도서의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저장강박증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물건 버리기·비우기 운동에 나섰고 넘쳐나는 정보와 문어발식 인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니멀라이프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예술분야에서 주목받던 철학 미니멀리즘에서 발전했다. ‘최소한’이라는 뜻과 ‘주의’가 결합된 미니멀리즘은 현대인이 삶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춰 소박하게 살아가는 미니멀라이프로 확대됐다.
미니멀라이프의 목표는 버리는 생활을 통해 삶의 여유를 찾는 것이다. 단, 아무것도 갖지 않는 무소유와는 의미가 다르다. 최소한의 물건을 쓰면서 최대한의 삶의 가치를 추구한다. 정리의 대상은 물건에 국한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늘어난 인맥과 정보도 해당된다. 이를 통해 시간과 감정, 돈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개인주의 가치관이 팽배한 젊은 층과 저성장 국면에서 소비를 줄이는 40대들이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로 꼽힌다. 특히 40대는 50~60대인 제1차 베이비부머와 비교하면 성공과 성취의 기회가 상당히 적기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 40대는 빚이 많은데다 교육비 등 소비지출도 이른 세대보다 훨씬 많다. 통계청의 ‘2014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가 안고 있는 금융부채는 5036만원으로 50대(5222만원) 다음으로 많다. 또 교육비 등 소비지출도 2910만원으로 높은 편이다.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소비를 줄이는 미니멀리스트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고급화된 주택보다 가격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은 ‘미래 주거트렌드’ 세미나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주거트렌드의 변화로 ‘주택규모 축소’와 ‘실속형 주택의 인기’를 꼽았다. 중소형주택은 매매하기 좋고 관리비 부담이 적은 데다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고 살림을 정리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대단지 아파트 선호현상도 미니멀라이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많은 가구가 밀집된 대단지라면 굳이 가정에 모든 것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공용시설’을 이용해 단지 내에서 부족한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어지는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독서실과 헬스클럽, 마트 등이 단지 내에 위치한다. 굳이 집 안에 공부방을 조성하거나 운동기구를 들여놓지 않아도 가볍게 공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필요한 식재료들도 인접한 마트에서 그때그때 사면된다. 심지어 중소형평형만으로 이뤄진 단지 중에는 외부 손님을 위한 접대방(게스트룸)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집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미니멀라이프로 접어든다. 사들인 물건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 물건을 들여놓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대여하는 시장도 커지고 있다. 필요한 물건을 무조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렌탈이 가장 활성화된 시장은 정수기, 침대 매트리스, 공기청정기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품이다.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면서 렌탈 시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8조5000억원 수준이던 개인 및 가구용품 렌탈 시장은 올해 25조9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니멀리스트는 자동차 또한 보유가 아닌 사용 측면에서 바라본다. 이 트렌드에 발맞춰 롯데렌터카는 세금·보험·이용료 등을 포함해 월 30만~40만원에 다양한 신차를 선택, 이용할 수 있는 신차 장기렌터카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별다른 초기 투자비용 없이 최소 1년에서 최장 5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계약종료 후 자신이 타던 차량을 인수할 수도 있다.
미니멀라이프가 낳은 신풍속도는 작고 소박한 결혼식을 올리는 ‘스몰 웨딩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대신 본인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요즘 결혼 트렌드다. 신부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벗고 캐주얼한 드레스를 입은 채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미국에서 확산된 ‘100가지 물건만으로 살아가기 프로젝트’를 실천하면 효과적으로 물건을 버리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생할에 적용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의 집에서 필수적인 용품과 버리기 애매한 물건, 버릴 물건을 분류해 목록을 짠다. 그 후 물건을 언제, 어떻게 나눠 버릴지 계획을 세운다. 추가로 사로 싶은 물건이 생기면 산 물건의 개수만큼 같은 종류의 물품을 버리는 것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방법이다. 물론 추억이 담긴 인쇄물이나 사진은 날짜와 폴더명으로 저장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이남의 머니위크 기자
참고도서
☜ 미니멀리스트
☜ 붓다의 정리법
☜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
☜ 두남자의 미니멀라이프
출처 / 한국교직원신문 2016-06-07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