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시리즈 8 - 유병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대화자 간 녹음의 위법성 여부
(월간현대경영 2022년 02월호)
4차 산업혁명 시대, 날로 복잡해지는 기업법무의 올바른 방향 제시를 위해
기업법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업법무 시리즈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의 변호사 세 분의 건필을 기대합니다.
최근 모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와 한 기자 사이에서의 전화 통화 녹음 내용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사실 대화나 통화 당사자 사이의 녹음은 매우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소송 실무상으로는 당사자들이 이를 녹취파일 및 녹취록의 형태로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변호사들 또한 의뢰인에게 상대방과 대화 내지 통화할 경우 녹음을 권하거나 녹음할 것을 유의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대화(통화) 당사자 사이에 녹음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우선 이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현행법상 대화 녹음 등을 금지하며 이에 대한 처벌조항을 두고 있는 법률은 통신비밀보호법인데,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어서 대화 당사자는 여기에서 ‘타인’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 당사자 간의 녹음은 해당 조항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당연히 이에 따른 처벌도 불가능하다. 다만,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합법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배포되지 아니할 권리’를 ‘음성권’이라 정의하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라 보았고, 당사자 간이라고 하더라도 그 대화 내용은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전화 통화내용을 비미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 제10조 제1문과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이러한 입장은 위 판결에 한정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대화 당사자 중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보는 것이 법원의 일반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은 일방의 녹음이 정당행위 내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면 녹음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결국 대화 내지 통화 녹음의 위법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소송상 증거수집 목적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위 수원지방법원 판결), 녹음의 구체적인 경위 및 전후 사정, 대화 당사자 사이의 평소 관계(피녹음자가 녹음자에게 수시로 폭언 등을 했다는 사정0, 녹음 자료의 사용 방식 등이 폭 넓게 고려되는 것으로 보인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17. 선고 2018가소1358597 판결).
요컨대, 현행법상 대화 당사자 사이의 녹음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민사상으로는 충분히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불법행위라는 판단이 이루어지더라도 약간의 위자료 정도가 인정되는 정도이므로, 불법녹음을 사전에 차단하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유병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과대학
사법연수원 39기
전문분야: 노동, 건설
저서: 국가계약법
임황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서양사학과 사법연수원 36기
미국공인회계사
전문분야: 형사, 내부조사, 회계관련 분쟁
수원지검, 청주지검, 제주지검
박영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경제학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삼일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전문분야: 증권, 회사법, 회계 관련 분쟁
저서: 유럽증권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