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집에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살고 있다. 그 학생은 나와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아직 내가 경찰관인지는 모르는 눈치이다. 왜냐하면, 집에 들어갈 때 먼 거리에 서 있어도 내가 볼까봐서인지 현관문 번호키의 번호가 보이지 않도록 조그만 손으로 철저히 가리고 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내가 예비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 같았지만, 그 아이가 아주 현명해보였고 혹시 발생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잘 교육한 부모의 현명함이 느껴졌다.
옆집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범죄예방 실험을 했던 방송이 떠올랐다. `집에 어린이 혼자 있을 경우 모르는 사람이 부모와 아는 사람 또는 심부름이라며 문을 열어달라고 할 경우 열어줄까?' 이런 주제의 실험이었는데 참가한 부모들은 아이에게 교육을 철저히 했으니 실험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대부분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순수한 어린이들은 너무나도 문을 쉽게 열어주었다. 부모의 철저한 교육(?)과는 다르게 실험에 속은 아이가 훨씬 많았으니 그러한 순수함이 아이들의 특성일 것이다. 이러한 순수함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어야겠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하니 부모로서 걱정이 크다.
범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각 가정에서 보호자의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보호자가 어린이와 동행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 상황을 설정한 후 어린이가 몸에 익숙할 정도로 반복교육을 하여 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겠다.
윤한수 인제경찰서 남면파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