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밤에도 보신각에서는 어김없이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퍼질 것입니다. 매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어느덧 국민적인 축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제야의 종은 불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기원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중국 송(宋)나라 때 사찰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기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헌에서도 제야의 종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 없습니다. 불교를 숭상하던 고려시대에도 제야의 종이 없었으니, 불교를 억압하던 조선시대에 있었을 리가 만무합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널리 유행했습니다. 일본 각지의 사찰에서는 제야를 맞이하면 사찰의 종을 108번 치는 풍습이 있었는데, 1927년부터 동경방송국이 이를 생중계하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29년, 일제강점기였던 우리나라에서도 타종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최초의 타종 행사는 경성방송국에서 진행되었는데, 일본의 사찰에서 종을 빌려와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직접 쳤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매년 전국 각지의 유명한 사찰에서 타종 행사를 열고, 이를 생중계했다고 합니다. 결국 제야의 종 행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유래하였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중국에서도 소주(蘇州) 지방의 한산사(寒山寺)라는 유명한 사찰에서 매년 제야의 종 행사가 열립니다만, 그 기원을 찾아보면 역시 일제강점기입니다.
지금처럼 보신각에서 타종 행사가 열리게 된 것은 해방 이후인 1953년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타종 행사는 이미 우리의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으니, 이제 와서 새삼 기원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행사라도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각국의 특색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러고보면 매년 마지막 날 한밤중이 되어서야 확정되는 ‘제야의 종 예산안’은 세계 어디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전통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