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습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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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열 손가락이 춤추게 하라
글쓰기는 쉽다 : 백지를 응시하고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이마에 핏방울이 맺힐 때까지(Writing is easy : All you do is sit staring at a blank sheet of paper until drops of blood form on your forehead.)
미국 저널리스트 진 파울러가 남긴 글쓰기 명언이다. 백지를 응시하기만 하면 글이 써진다니 정말 대단한 염력이다. 지금부터 백지 한 장을 놓고 같은 방식으로 해 보라. 글이 나오기는커녕 눈알이 먼저 튀어나오지 않을까.
우리는 가끔 실어증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현상을 경험한다. 보이는 것은 어떤 형식이든 글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을 표현하고 논리적인 글을 이어가는 작업에서는 막힐 때가 있다. 특히 중요한 문서를 작성해야 할 때 그런 상황이 연출된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글쓰기를 머릿속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만약 글을 쓰려는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거나 연필만 굴리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다음처럼 할 텐가.
영국 시인 에디스 시트웰은 글을 쓰기 전에 열려 있는 관 속에 들어가 눕곤 했다.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머릿속으로 백날 글을 써야 소용없다. 그것은 생각이지 글이 아니다. 우리 앞에 엉킨 실타래가 있다고 하자. 머릿속에서 푸는 것이 빠르겠는가, 아니면 손에 놓고 푸는 것이 더 빠르겠는가? 글쓰기의 최고 악덕은 백지 위에 글을 쓰지 않는 것이다. 글이 나오지 않을 때는 연관된 단어 하나라도 백지에 쓰라. 물론 못물 터지듯이 어느 순간 글이 쏟아질 때도 있다. 그러나 글이 글을 이끌어내는 일이 빠르다. 실마리가 될 수 있는 활자 하나라도 기록하면 그 단어가 또 다른 단어, 나아가 문장을 이끌어 낸다.
글쓰기에는 실제로 글이 나오지 않는 단계, 글을 쓰긴 하지만 문제가 있는 단계, 글을 제법 쓰지만 세련되지 못한 단계가 있다. 각 단계별로 처방이 따로 있다. 초보자에게는 첫 번째가 관건이다. 막힌 도랑물처럼 길이 뚫리고 물길이 열려 글이 콸콸 쏟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방법이 ‘마구 쓰기’다.
마구 쓰기는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쓴다 하여 ‘프리 라이팅’이라 불린다. 문법이나 글의 형식, 내용에서의 규제를 벗어나는 글쓰기다. 상소리를 해도 좋고 낯 뜨거운 내용을 써도 좋다. 우리의 목적은 다만 활자로 백지를 채우는 일이다. 백지 혹은 자판에다 글을 쉬지 않고 마구 써내려 가는 방식이다. 단어의 나열, 문장의 파편이나 토막글도 상관없다.
연필 드로잉 할 때, 틀렸다고 지우개를 집어드는 순간 또다시 맥은 끊긴다. 틀리면 기존의 선을 무시하고 그 위에 다시 긋자. 지저분해진다고? 그게 더 멋있다. 곱게 다듬어지지 않고 거칠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선, 그것이 빠른 드로잉의 매력이다.
―백남원, 〈드로잉의 정석〉
골프 용어 중 ‘웨글(waggle)’이란 단어가 있다. 골프 선수들이 샷을 하기 전에 이리저리 몸을 흔들면서 하는 몸풀기다. 긴장감을 없애고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 원하는 샷을 날리기 위한 워밍업이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손가락 웨글이다. 타자기 앞에 손을 놓고 피아노 치듯 꼬물꼬물 손을 위아래로 흔들어라. 가상의 자판 위에 타이핑을 하는 셈인데 글을 나오게 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런 다음 실제 자판 위에 손을 놓고 활자를 마구 쳐라.
마구 쓰기를 처음 하는 이는 마구 쓰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행위인지 알게 된다. 그냥 백지를 채우는 일이 처음에는 마치 소설 한 편을 쓰는 듯 어렵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캄캄하다. 머릿속이 백지장이다. 이렇게 해 보자. 그냥 단어만 나열하자. 주변에 있는 사물 이름을 적어보자. 쉼표는 필요 없다. 책 이름도 괜찮다. 컴퓨터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책 이름을 나열하자.
☆ 서가의 책 이름 적어보기
음모는 없다/ 대칭과 아름다운 우주/ 경제학자 철학에 답하다/ 미술관 옆 인문학/ 백산주요소/ 만만한 출판기획/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요리 본능/ 이토록 아찔한 경성/ 천 년의 침묵/ 모반의 연애편지/ 난문쾌답/ 야만인을 기다리며/ 잔혹한 통과의례/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변역은 글쓰기다/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6도의 악몽/ 디자이노베이션
☆ 보이는 사물 이름 나열하기
라디오/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스피커/ 컴퓨터/ 옷장/ 서재/ 책꽂이/ 휴지/ 달력/ 책/ 공책/ 노트/ 연필/ 가슴/ 몸/ 다리/ 몸통/ 얼굴/ 머리/ 손톱깎이/ USB/ 주민등록증/ 명함/ 종이/ 물고기/ 창문/ 유리/ 하늘/ 나무/ 숲/ 공원/ 벤치/ 자동차/ 모자/ 골프백/ 기타/ 피아노/ 축음기/ 비디오/ 선풍기/ 구름/ 햇살/ 전화기/ 파리/ 새/ 그네
<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한 줄도 쓰기 어려운 당신에게(임정섭, 경향BP, 2013)’에서 옮겨 적음. (2020.10.10. 화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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