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석 감독은 독립영화 감독이다. 다큐를 찍어왔다. 지존파 이야기로 한국 현대사를 묘파한 <논픽션 다이어리>, 인디밴드 밤섬해적단에 대한 다큐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고 설리의 이야기를 다룬 <페르소나: 설리> 등 여러 작품으로 그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세공하며 한국 다큐 진영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좀 아는 처지이기도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처럼 꼼꼼하게 공들여 한국 현대사 아카이빙을 구축한 감독도 드물 것이다. 당연히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그 동안 진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황당하게도, 이런 감독이 서부지법 폭도로 몰려 기소됐다. 4월 16일 공판을 앞두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정윤석 감독은 12.3일 이후 여의도, 한남동,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누비며 극우들의 폭력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서부지법 폭동 과정을 촬영하러 갔고 근접 거리에서 그들의 폭력 행위를 촬영하다가 폭도로 몰려 기소된 것이다.
정 감독은 그 동안 JTBC 등과 협조 체계를 유지하며 촬영해왔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14일 방송한 JTBC <내란, 12일 간의 기록> 제작진으로도 참여했단다.
하지만 JTBC 취재진이 지난 2월 한국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반면에, 정윤석 감독은 서부지법 폭도로 몰려 기소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서부지법에 들어가 촬영한 방송국 기자는 칭찬을 받고, 독립영화 감독은 졸지에 폭도로 몰려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극우 유투버들은 좌익 감독이라며 그의 신상을 폭로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단다.
정말 황당한 일이다. 국회 직원이며, JTBC 방송국이며 그의 신원을 보증하고 그가 폭도가 아니라는 것을 증언했음에도 검찰은 그를 폭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슬쩍 들춰봐도 상황과 맥락을 충분히 알 텐데, 저 정도면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정윤석 감독은 무죄다. 이런 이유로 유죄가 선고된다면, 과연 한국의 그 어느 예술가가 카메라를 들고 이 어처구니 없는 세상을 근접에서 기록하고 고발할 수 있단 말인가.
예술-문화 단체들, 인권 단체들이 탄원서를 회람하고 있다. 30초도 안 걸린다. 한 예술가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사 간곡히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