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교역비용 낮추면 총수출 5.51% 증가”
KIEP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수출기반 후방 GVC 참여도, 전자상거래 교역 확대 시 상승”
오늘날 ‘직구’나 ‘역직구’로 친숙한 전자상거래 무역에서 한국의 교역비용이 모든 교역상대국에 대해 5%씩 감소할 때, 우리나라의 총수출은 5.5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간재 총수출은 9.5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출의 경우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 및 지역에서 1% 이내로 총수출이 증가했고, 중간재 수출의 경우 일본과 중국, 기타 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간재 수출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더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무역 활성화가 역내 중간재 교역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시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를 출간하고 세계 교역에서 전자상거래가 늘어날 때 나타나는 변화를 글로벌 가치사슬을 중심으로 다각적으로 분석해 이처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국경 간 전자상거래(Cross-Border Trade) 거래액 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B2C 전자상거래 판매액은 연평균 21% 성장했고, B2B 전자상거래 거래액 규모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6% 성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역국인 중국의 글로벌 B2B 전자상거래 규모는 2016년 이후 연평균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전환의 장기적인 흐름을 고려할 때 전자상거래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며, 향후 국제무역의 주요 방식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총매출액은 약 26조7000억 달러인데, 그중 81.7%가 B2B 거래로 분류되고 나머지는 B2C 거래로 분류됐다.
전체 전자상거래 매출액 기준 상위 4개국인 미국, 일본, 중국, 한국에서 전자상거래 매출액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특히 미국, 일본, 한국에서는 전체 전자상거래 대비 B2B 전자상거래 매출액의 비중이 85%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는 반면, 중국은 41%에 그쳤다.
B2C 전자상거래의 경우 관련 지표 중 소매 전자상거래 매출액, 글로벌 디지털 구매자 숫자, 총 소매 매출 대비 전자상거래 비중, 사용자 침투율 등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전자상거래 규모를 결제금액으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과 2022년 사이 해외 결제금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신흥시장에서 11%로 나타났으나 선진국에서는 2%대에 그쳐, 신흥국에서 국경 간 B2C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B2B 전자상거래의 경우 B2C 전자상거래와 마찬가지로 2016년 이후 총상품가치 기준 시장 규모가 계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2020년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전년도보다 낮게 나타난다. 전자상거래 무역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많은 중국의 경우 B2B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기준 72.8%로 매우 크게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콰징(跨境)으로 불리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기준 40%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해당 비중은 지속해서 증가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B2B 전자상거래가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전자상거래 시스템 도입하면 무역 참여도↑ = 보고서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변화 양상과 통계청의 기업활동 조사 통계자료를 활용한 분석 결과, 전자상거래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체가 도입하지 않은 기업체에 비해 전체 GVC 참여가 높아졌다.
또 관계회사와의 GVC 참여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났다. 전체 GVC 참여와 관계회사와의 GVC 참여를 비교했을 때 전자상거래 통합관리시스템의 도입은 관계회사와의 GVC보다 전체 GVC 참여를 높이는 데 장기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별 분석에서는 전자상거래 통합관리시스템의 도입이 제조업체와 도·소매업체의 전체 GVC와 관계회사와의 GVC 참여를 모두 높이는 데 유의미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소매업체에서의 전자상거래 시스템 도입은 제조업체의 도입보다 관계회사와의 GVC 참여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입 변화를 조사한 결과, 제조업에서는 전자상거래 통합관리시스템의 도입이 수입 증가에 유의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소매업에서는 수출입 증가에 모두 유의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생산성 수준 차이를 감안해 분석한 결과 전자상거래 시스템 도입 이후 기존에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수출입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체의 GVC 참여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 정도가 각국의 GVC 전후방 참여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을 때,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될수록 GVC 후방 참여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가 확대될 경우 시장 내 경쟁이 확대되어 가격 및 품질이 우위에 있는 해외 중간재를 이용할 유인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따른 GVC 참여도 증가 효과는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교역비용 줄이고 GVC 참여도 높여 = 연구에서는 세계투입산출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자상거래와 GVC의 양적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이론모형을 구축했다. 특히 ‘정보 마찰의 해소에 따른 거래 네트워크의 확대’와 ‘재화와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통한 생산 및 전송의 효율화’라는 이점을 가진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특성을 모형에 반영했다.
구체적으로 ‘정보 마찰의 해소에 따른 거래 네트워크의 확대’는 중간재 수요 기업이 전자상거래에 참여할 때,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기업이든 아니든 중간재 판매 기업 모두와 거래를 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자상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중간재 수요 기업보다 확률적으로 더 낮은 생산비용을 가진 기업과 거래를 할 가능성이 커지는 효과다.
아울러 ‘재화와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통한 생산 및 전송의 효율화’를 통해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중간재 판매 기업이 자사 상품 또는 서비스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기술 혁신을 통해 확률적으로 생산비용을 낮추고, 동시에 전통적인 교역비용 일부를 줄이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글로벌 전자상거래에 중국을 중심으로 모든 국가와의 교역비용이 5% 높아지는 충격을 발생시킨 결과, 글로벌 전자상거래가 있을 때가 없을 때보다 공급망 충격의 파급효과가 전반적으로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전자상거래로 인해 새로운 거래 채널이 늘어나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늘어날 때 교역비용의 증가가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는 국가 간 디지털 협력이 강화될수록 물리적 측면이든 정책적 측면이든 교역 장벽을 낮추는 노력이 무역 증진에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KIEP 보고서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경 간 전자상거래와 GVC에 관해 ▷국경 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 전략 마련 모색 필요 ▷생산성이 낮은 기업체들을 위한 전자상거래 시스템 도입 지원 고민 필요 ▷주요국과의 교역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방안 모색 필요 ▷관련 통계 구축 필요 등 네 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했다.
특히 “아시아 역내에서 발생하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 국가와의 교역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 아라산커우=신화/뉴시스) 중국의 경우 콰징(跨境)으로 불리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기준 40%까지 치솟은 바 있다. 사진은 신장(新疆) 아라산커우(阿拉山口) 종합보세구 내 콰징 전자상거래 분류통관센터에서 7월 24일 직원들이 창고에서 물품을 환적하고 있는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