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팬데믹을 견뎌내며 살아 있는 이 가운데 세계 최고령이었던 스페인 할머니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117년 168일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미국 일간 USA 투데이 등이 21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1907년 3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스페인 북동부 올롯(Olot)에서 살다 눈을 감았다.
고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관리하던 유족은 전날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마리아 브라냐스(모레라)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녀는 바라던 대로 죽었다. 잠자던 중 평화롭게 고통 없이 갔다. 우리는 영원히 그녀의 조언과 친절함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전염과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살아 남았다. 고인은 가족과 함께 1차 세계대전 와중인 1915년 스페인으로 돌아가려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배에 올랐는데 고인의 부친이 바다 위에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 모레라 여사도 당시 사고로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다.
모레라 여사는 스페인 내전(1936∼1939) 발발 5년 전인 1931년 의사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남편이 72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0년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슬하에 자녀 3명과 손자 11명, 증손자 13명을 뒀다. 한 자녀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110세를 넘긴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의 자세한 면모를 검증하는 노인병학(Gerontology) 연구 그룹은 고인을 세계에서 알려진 이들 가운데 최고령 인물로 기록했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는 20일 홈페이지에 올린 포스트를 통해 "세계 최고령 할머니가 어제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게 돼 슬프다"고 했다.
고인은 역사적으로 검증 가능한 연령을 따졌을 때 여덟 번째로 오래 산 사람이었다.
'미소 지으며 자유롭고 만족스럽게'
죽기 며칠 전 모레라 할머니는 몸이 약해진 것을 느낀다고 미리 죽음을 예고한 듯했다. 그녀의 계정에 올라온 포스트는 "시간이 가까워졌다. 울지 마라, 눈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날 위해 힘들어 하지 말라. 내가 어디로 가든지, 난 행복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족의 포스트에 따르면, 며칠 전에는 본인 입으로 가족에게 털어놓았다. "어느 날 난 여기를 떠날 것이다. 난 다시 커피를 마시려 하지 않을 것이며 요거트를 먹지도 않을 것이다. 난 내 기억들, 내 반추들을 남겨둘 것이다. 난 이 몸으로 존재하는 일을 그만 둘 것이다. 어느 날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가까워졌다. 이 긴 여정은 끝날 것이다. 죽음이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는 것에 넌더리가 난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난 내가 미소 지으며 자유롭고 만족스럽다는 것을 알게 됐으면 한다.”
누가 알려진 사람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았나?
프랑스 아를르에 살던 잔느 칼멩인데 122년 164일을 살았다. 1875년 2월 21일 태어나 1997년 8월 4일 저하늘로 떠났다. 살아 생전 장수 때문에 언론이 즐겨 찾았고 워낙 건강했기 때문에 의료 연구 대상이 됐다. 그녀는 또 검증 가능하게 120년 이상을 산 유일한 사람이었다.
누가 가장 최근에 최고령으로 세상과 작별했나?
프랑스에서 안드레 수녀로 불린 루실 란돈이 1904년 2월 11일 남부 알레 마을에서 태어나 119번째 생일을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난해 1월 17일 118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
누가 이제 세계 최고령 생존자인가?
노인병학 연구 그룹은 이제 이토오카 토미코가 세계 최고령 생존자로 기록된다고 밝혔다. 1908년 5월 23일 태어난 일본 할머니다. 20일 기준 116년 89일로 전 세계 110세 이상의 슈퍼 백세 생존자 가운데 여성으로는 일곱 번째가 된다. 남성은 한 명도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