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엘넥라시코'... 최후의 영웅은 오지환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LG의 준플레이오프(PO) 4차전이 열린 17일 서울 잠실구장. 두 팀 사령탑은 이날 가용한 모든 자원을 쏟아부을 뜻을 밝혔다. LG는 2승1패로 앞서 있지만 이날 경기를 내주면 19일 최종 5차전을 고척 원정에서 치러야 한다. 넥센의 5차전 선발은 에이스 앤디 밴 헤켄. 이미 2차전에서 밴 헤켄은 7⅔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LG 타선은 밴 헤켄에 삼진 5개를 당했고, 3안타에 그쳤다. 5차전까지 간다면 LG로서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5차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오늘 경기에 선발 자원 헨리 소사와 어제 등판한 데이비드 허프 외에 전 투수가 불펜에서 대기할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넥센 역시 마찬가지다. 벼랑에 몰린 넥센으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선발 스캇 맥그레거 이후 오주원, 박주현을 비롯해 김상수, 이보근, 김세현 등이 대기할 것"이라고 배수의 진을 쳤다.
5차전까지 간다면 넥센은 승부를 걸어볼 만했다. 밴 헤켄이 LG 소사보다 선발 싸움에서 우위에 있는 까닭이다. 소사는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안타를 8개나 내줬다. 1회와 4회 1사 만루에서 넥센의 한방이 터지지 않은 운이 따랐다. 과연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사활을 건 총력전이 펼쳐졌다. 선발 투수가 난조를 보였지만 불펜 투수들이 혼신의 역투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선발은 LG가 먼저 무너졌다. 믿었던 류제국이 2이닝 만에 강판했다. 1회를 산뜻하게 출발했던 류제국은 2회만 4점을 내줬다. 이택근과 박동원의 적시타에 이어 서건창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LG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회 오지환이 1타점 적시타로 2회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수비 실수를 만회했고, 상대 유격수 김하성의 송구 실책으로 1점을 더 벌었다.
5회도 LG는 상대 수비에 편승해 동점을 만들었다. 무사 만루에서 넥센 1루수 윤석민이 채은성의 파울 뜬공을 놓쳤다. 기사회생한 채은성은 몸에 맞는 공으로 1점차까지 추격했고, 양석환의 땅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두 팀은 팽팽한 불펜 싸움을 벌였다. LG는 이동현에 이어 윤지웅, 김지용, 진해수, 정찬헌 등이 6이닝 무실점투를 펼쳤고, 넥센도 오지원, 김상수, 이보근이 7회까지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막아냈다.
승부는 8회 갈렸다. 넥센이 선두 타자 고종욱의 안타로 기회를 잡았지만 정찬헌에 막혀 3명 타자가 범타로 물러났다. 반면 LG는 이천웅, 박용택이 1사에서 넥센 마무리 김세현에게 볼넷을 얻어낸 기회를 살렸다. 4번 루이스 히메네스가 범타로 물러났으나 오지환이 우익수 앞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결국 LG는 5-4 승리를 지켜내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NC가 선착한 PO에 진출했다. 오지환은 이날만 5타수 4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준PO MVP에 올라 최후의 영웅이 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오지환은 62표 중 46표를 얻어 팀 동료 허프(12표)를 제쳤다. 4경기 타율 5할(12타수 6안타) 3타점을 올린 오지환은 상금 200만 원을 받았다. 비록 넥센은 졌지만 후회 없는 가을야구의 전설을 만들었다. 박병호(미네소타), 유한준(케이티) 등의 전력 누수에도 정규리그 3위로 자존심을 세웠다. 비록 가을야구를 짧게 접었지만 명불허전의 엘넥라시코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