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 뉴스를 보니까 눈이 왔더군요.. 그것도 아주 많이 왔더라고요.. 3월 중순도 지나서 하순에 들어서는 이 시기에 그렇게 눈이 많이 오다니.. 그러고 보니까.. 전에 서울에 있을 때 4월 달에 눈이 엄청 많이 와서 강남역 근처에 누군가 눈사람을 만들어놨던게 기억이 나네요... 그 때만 해도 나에게는 참 봄날 이었는데... ㅎㅎㅎ
자 오랜만에 한국 가는 뱅기표를 샀습니다. 그 동안 계속 얘기해왔던 한국에 격리만 없어지만 바로 간다... 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4월 5일 인천 공항에 도착합니다... 체류 기간은 약 24일 정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날은 4월 29일 입니다... 좀 아쉽죠... 사실 오랜만에 가는 거라서 좀 오래 있고 싶지만.. 이곳에 직장에서 혹시 연락이 올까봐 일단은 그 동안 목말랐던 갈증만 해소하려고 합니다. 만약 일을 시작하게 되면 1 년 후에 다시 휴가를 받던지 해서 다시 가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혹시 이제 갔다오면 또 한 동안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사실 나이가 자꾸 들어가면서 한국 나가는 것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건강도 전 같지 않습니다... 작년 10월 달에 갑자기 치솟은 혈당도 그렇고 혈압약도 계속 먹고 있는 중이고.. 체력도 떨어져서 옛날 같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하는데.. 나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늙는 것이 싫고 인정하기 싫어서 해대는 스스로를 기만하는 거짓말 일 뿐입니다. 무슨 나이가 숫자에 불과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이곳에서 알게 된 지인 한 분이 역학을 한 30년 이상 연구를 하셨다는데... 소원이 한국에 가서 철학원 여는 거 랍니다.. 자꾸 나보고 한국에 같이 가서 철학원을 동업하자는데... 글쎄요... 그 분 이야기에 일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분 나이가 60대 후반 입니다.. 그 나이에 취직을 할 수도 없고.. 새로 사업을 일으킬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나라에서 주는 연금 돈 1000불로 삶을 꾸려 나가야 하는데... 물론 나라에서 푸드 스탬프라고 먹을 꺼 사먹으라고 한 달에 한 300불 정도 되는 돈도 보조를 해 주지만 .. 삶이 아무래도 궁핍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정작 고정 된 일이 없으니까.. 매일 방에 앉아서 테비나 보고 하루 하루 시간 떼우기에 급급하게 됩니다.. 등산을 가려고 해도 솔직히 이곳 등산 재미 없습니다.. 원래 엘에이 지역은 사막 지역 입니다. 산에 가도 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인공적으로 물을 주고 나무를 심고 가꾸기 전에는 산에 나무 보기가 힘든 곳이 이 곳입니다. 그래도 전에는 그래도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 보는 기분에 산에 좀 다녔는데.. 요즘은 기운이 딸리는 거 같습니다..
노인들의 최고 시간 떼우기는 아무래도 골프죠.. 9홀 골프를 치면 10불 이면 칩니다.. 18홀을 돌아도 대부분 걸으면 30불 내외 카트를 타면 50불 내외니까 칠만 한데.. 가격이 좀 비싸니까 9홀 걷기가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매일 갈 수는 없쟈나요...
성능 좋은 차들을 가지고 있어도 갈 데가 없습니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심심하고 재미가 없고 몸이 비틀리게 됩니다.. 그래서 자꾸 향수가 묻어있는 고향 한국을 찾게 되는 겁니다..
그 분이 한국 가서 철학관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입니다. 뭐 큰 돈 벌려고 가는 것도 아니고 사주 봐서 무슨 큰 돈을 벌겠습니까? 한국에 가서 살면서 여기저기 여행도 편히 다니고 용돈이나 벌리면 저녁 때 가볍게 쏘주나 한 잔 기울이면서 살고 싶은거죠..
미국에서는 사주 장사가 잘 안됩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 중에 교회 안 나가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대부분 교회에 나갑니다. 미국 생활에서 교회는 한인 교포들에게 유일한 사교장이기도 하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 자랑도 할 수 있는 곳이죠.. 그런데 그런 교회에서는 사주 나 역학 같은 것은 미신이라며 아주아주 싫어하거덩요.. 그래서 한인 사회에서 철학관은 살아남기 아주 아주 어려운 사업 중에 하나입니다.
그 분 얘기가 나 이렇게 엘에이에서 하루하루 폐인처럼 죽을 날 만 기다리면 살기 싫다.. 그래도 한국은 엘에이보다 철학관이 장사가 될 거 아니냐? 갈데도 많고... 그래서 가고 싶다... 에~~~ 그분 말이 반은 맞지만 반은 안 맞는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죽을 날 만 기다리느니 한국에 가서 몸이라도 뒤틀어보고 싶다는데는 동의 합니다.
어쨋던 그 동안 코로나 때문에 못 가던 한국을 그야말로 격리가 해제 되자마자 한 달음에 달려가려고 합니다. 가서 지인들도 만나고 형제 친척들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 이제들 많이 나이들이 들어서 정말 얼마나 더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나도 요즘 몸이 뒤틀리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하루 유튜브로 시간 떼우는 것도 지겹고... 갈데도 마땅치 않은데다가... 만날 사람도 별로 없어요.. 물론 한국 가서도 마찬가지죠.. 누가 나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자꾸 가고 싶은게... 누군가는 죽을 때가 가까워져서 그런다고 하는데... 그럴 지도 모르죠..
首丘之心 落葉歸根 수구지심 이요 낙엽귀근 이라.. 여우도 죽을 때는 머리를 제 낳은 언덕 쪽에 두고 잎사귀도 떨어지면 그 뿌리로 돌아간다는 옛말 처럼 자꾸 나이가 들 수록 고향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한국에 도착해서도 계속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게으름으로 자주 글을 올리지 못해서 점점 나 자신이 나 스스로에게 잊혀져 가는 것 같은데.. 이번 한국 방문으로 에너지도 얻고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