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유지땐 반쪽도시"

[해피걸]

노선 유지땐 반쪽도시"

2002년 7월 전주시는 당시 전라선 복선 전철화사업을 추진중이던 건설교통부에 전라선 이설을 요구했다. 건교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사업 착공을 앞두고 전라선 이설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35사단 이전 이후 북부권 개발이 진행되더라도 현재의 노선이 유지되면 북부권 개발 취지가 반감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전라선 이설의 필요성과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신시가지 조성사업에다 혁신도시 건립까지 추진되면서 전주 서부권을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다른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미동과 송천동 등 북부권도 그 중 한 곳이다. 특히 전라선 철길 너머에 있는 주민들의 불만은 다른 어느 지역에 못지 않다.

　3일 철길 넘어 찾은 송천동과 전미동 지역은 적막감만 감돌 뿐 전혀 생동감을 느낄 수 없었다. 젊은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논일을 하거나 골목 입구에 모여 앉아 농을 하는 노인들만 간혹 눈에 띌 뿐이었다.

　하늘 높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철길 아래쪽과는 전혀 달랐고, 시골 여느 농촌마을과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북부권이 낙후한 이유는 전라선 철길이 도심과의 교류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 곳 주민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송천동에서 농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62)씨는 “철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내 쪽은 개발이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북쪽은 시골이나 마찬가지”라며 아파트 하나 없는 주변을 가리켰다.

　이 때문인지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는 35사단 이전과 북부권 개발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전미동 미산초등학교 근처의 한 부동산업자는 “35사단 이전 효과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고 지금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푸념부터 늘어놨다. 그는 “전라선이 지금처럼 도시를 양분하면 아무리 대규모 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북부권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며 “북부권이 살기 위해서는 전라선이 만경강 쪽으로 이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부권이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일단 전라선이 이설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민들의 바람은 현재로선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전라선 복선 전철화사업을 추진중인 건설교통부가 현재의 노선을 유지하는 내용으로 상당부분 사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내년에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하반기쯤 공사를 착공할 예정이다.

　이대로 추진되면 송천동 메가월드에서 호성동 진흥 더블파크까지 3.6㎞ 구간에 거대한 방음벽이 설치될 전망이다. 이 경우 두 가닥 철로만 있는 지금보다 더 큰 정서적 괴리감이 유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라선 이설 필요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민간사업자 선정 및 착공 등 사업 추진과정에서 북부권 주민 등의 반발이 예상돼 이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