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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사회의 도래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플랫폼의 스케일과 구성 원리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이 플랫폼 구축을 통해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등 다수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이 과정에서 모든 참여자가 가치와 혜택을 얻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연결성은 이용자 데이터의 수집 및 활용과 분리할 수 없다. 디지털 플랫폼상에서 발생하는 참여자들의 모든 활동과 상호작용은 플랫폼 기업의 핵심 자원이다.
소셜 미디어의 확산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은 플랫폼 기업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규모와 유형을 확대함으로써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효율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수집된 빅데이터의 가공과 분석 역량 역시 함께 개선되면서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이 더욱 용이해졌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을 통해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 가공해서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이터 기업으로 진화했다.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은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화(datafication)를 더욱 고도화하고 효율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대량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통해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처리하여 이용자의 행동양식, 선호, 취향 등을 예측한 후,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를 추천하는 게 가능해졌다. 빅데이터의 분석은 상품 및 서비스 사업자에게 상업적으로 판매될 뿐 아니라, 이용자 데이터에 기반한 타깃 광고 등에 활용한다. 데이터의 수집, 가공이 데이터의 상품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데이터화와 데이터 상품화는 플랫폼을 경제 영역을 넘어서 보다 큰 함의를 배태하는 사회적 실체(social entity)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디지털 플랫폼이 단순히 경제적 상호작용만 발생하는 영역이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실천과 상호작용의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이러한 실천과 상호작용의 매개(intermediary)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의 수집 및 상업적 활용의 주체라는 점에서 플랫폼을 공적 가치(public value)의 담지자로 인식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호세 반다이크 등(Jose van Dijck et al., 2018)은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가 “대부분의 사회경제적 교류와 흐름이 데이터에 기반하고 알고리즘에 의해 추동되는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특성”을 갖는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플랫폼 사회(platform society)’라 명명하였다. 또한 플랫폼은 사회 내 다양한 층위들에 존재하는 이해관계의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고 외현되는 통합적 사회영역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플랫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기술적 특성뿐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들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실천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플랫폼 생태계의 특성, 그리고 그러한 생태계를 관통하는 다양한 규범, 가치, 이데올로기 등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미디어 플랫폼과 데이터
소셜 미디어, 포털, OTT 등의 미디어 플랫폼은 이용자의 다양한 데이터가 수집되는 대표적인 데이터 원천이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우리의 사회적 삶의 매개는 대부분 미디어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소위 ‘사회의 매체화(mediatization of society)’는 우리 삶의 전 영역에 미디어가 편재적으로 관여함을 설명하는 용어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 경제, 문화는 미디어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와 결합되고 미디어에 의해 매개되는 제도가 있었던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은 이러한 매체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안드레아스 헵(Andreas Hepp, 2019)은 인간의 사회적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디지털 미디어와 그 하부구조에 복잡하게 연관되고 있으며, 이는 매체화의 진전과 강화(deep mediatization)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디지털 미디어에 의한 사회의 매체화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플랫폼 연구와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들은 여가 및 노동시간의 많은 부분을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에서 보내고, 이 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흔적을 플랫폼상에 데이터로 남기게 된다. 그리고 미디어 플랫폼에 의한 개인정보의 대량 수집과 상업적 활용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감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 흔적을 플랫폼상에 데이터로 남기게 된다. 그리고 미디어 플랫폼에 의한 개인정보의 대량 수집과 상업적 활용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감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경제영역을 넘어서 사회문화적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효율성뿐 아니라 규범적 고려 역시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러한 인식에 근거한다.
데이터는 미디어 플랫폼 운영의 핵심적 기제이자 자원이다. 미디어 플랫폼은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콘텐츠 데이터와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한다. 데이터 수집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의해 활성화되고 실행된다. 미디어 이용자들이 플랫폼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사용하는 디바이스들에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앱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다. 데이터의 내용들은 인터넷 상의 프로토콜(IP) 주소와 지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관심사, 선호도, 취향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이 함께 포함된다. 미디어 플랫폼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다양한 유형을 포괄하고 있다. 기본적인 인간의 존재와 감정과 상호 작용에 관련된 거의 모든 데이터들이 수집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미디어 플랫폼들이 학습하는 이용자 데이터의 편향성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기계 학습에 기반한 이용자 데이터 분석이 편견, 차별, 불평등, 불공정 등을 내포하면서 사회적인 윤리성과 공정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알고리즘 편향성 문제는 차별과 불평등이 상존하는 사회적 차원과 분리해서 사고할 수 없다. 모든 학습 데이터들이 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데이터 자본주의 시대로의 거시적 재편 과정에서 미디어 플랫폼은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은 점점 데이터를 중심으로 콘텐츠-광고-상품-서비스를 다방면으로 결합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다면 시장의 중추로서 단순히 콘텐츠의 소비 수단이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의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동시에 이용자들의 미디어 활용 방식 역시 다양화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 이용자들은 개별 콘텐츠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고, 데이터 생성자이면서 데이터 상품 자체가 되는 복합적 위상을 차지한다.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이 방대한 이용자 행위 데이터를 축적하고, 점점 더 많이 이용자를 이해하게 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이용자 통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사회를 바라보는 낙관적 시각
지능정보기술이 플랫폼의 고도화와 기능적 효율화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능정보사회는 결국 플랫폼이 주도하는 혹은 플랫폼 기반의 사회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자동화된 알고리즘 체계를 활용하여 이용자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관심, 취향, 사회적 연결망, 뉴스피드와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한 후 이용자의 미래 행동에 대한 예측을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Mansell & Steinmueller, 2020). 혁신적 지능정보기술이 이끄는 미래 플랫폼 사회를 바라보는 지배적(혹은 대중적) 견해는 낙관적이고 공리주의적이다. 기술 개발자와 기업에게 플랫폼 사회는 기술혁신의 노력이 결실을 본 이상적 사회로서 이전 사회에서 해결되지 못한 다양한 문제들을 기술을 통해 해결한 진보적이고 발전된 사회다.
이들의 기술관과 사회 비전은 가치중립적이고 실용주의적 성격을 띤다. 사회문제 해결의 미시적 도구로서 기술은 규범이나 윤리적 판단의 영역이 아니며, 오로지 문제 해결 역량과 유용성에 의해서 평가되어야 하는 물리적 대상이다. 따라서 기술을 채택하고 활용하는 것은 진보와 발전을 지향하는 개인과 공동체의 합리적 행위로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일련의 부정적 파생물이나 외부성은 또 다른(기술 혹은 경영) 혁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일시적이고 잠정적 해프닝에 불과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나 알고리즘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나 규제 요구에 반응하는 방식은 이러한 인식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신기술을 통한 자본주의 혁신으로서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경제에 대한 낙관주의적 시각은 데이터를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원유(oil)에 비유하는 은유적 표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데이터를 일종의 천연자원으로 보는 시각으로서 산업자본주의의 번영을 이끈 핵심 자원인 석유처럼 데이터가 디지털 혹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발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러난다. 데이터를 천연자원으로 인식하는 것은 데이터 수집 및 가공 과정에 내재하는 정치, 경제적 속성을 중립화하고 희석시킨다. 데이터 소유관계와 데이터화 및 상품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자연화 (naturalization)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천연자원으로서 데이터는 마치 데이터가 전체로서 국가나 국민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공공재처럼 인식되게 한다. 데이터 활용이 국가의 경제 발전에 필수적이며 궁극적 혜택은 모든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일종의 신화를 낳게 되는 것이다.
플랫폼 사회와 지능정보기술에 대한 낙관적이고 기술 결정론적인 시간은 정책 및 규제기구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바둑 대결 이후 정부 관계부처 합동이 발표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안)>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잘 드러난다. “인공지능과 기술과 데이터 활용 기술을 융합하여 기계에 인간의 고차원적인 정보처리 능력(인지, 학습, 추론)을 구현하는 기술”로 정의된 지능정보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범용기술로…사회 전반에 혁신을 유발하고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파급력을 지닌다”(관계부처 합동, 2016, pp.3-4). 경제적 생산성과 효율성 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코어 기술로서 지능정보기술은 산업 구조의 대대적 변화를 촉발함에 따라 경제, 사회 전반의 혁명적 변화를 초래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인으로 간주된다.
대책안은 지능정보기술이 산업 전반에 구조적 대변혁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지능정보기술의 선제적 도입 및 확산을 통해 국가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시장이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승자독식이 발생하므로 후발주자 전략이 아닌 선점 전략(First Mover Strategy)이 중요하며,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개선을 통한 데이터 시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지능정보사회 초기 문검임을 고려한다 해도 정부 대책안은 지나치게 지능정보기술의 역할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이나 경제적 효과를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다. 반면 플랫폼의 핵심 구성 원리인 데이터화와 데이터 상품화가 파생시키는 문제와 이에 대한 대책은 정책적 관심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이러한 편향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지능정보기술 선진국인 미국, 중국, 영국 등에서도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이러한 인식은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5년간 58조원을 투자해 9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디지털 뉴딜은 4대 분야에서 12개 추진과제로 구성된다. 디지털 뉴딜의 대표 과제는 데이터댐, 지능형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국민 안전 기반 시설 디지털화, 디지털 트윈 사업이다. 정부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이 핵심축이며, 디지털 뉴딜은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을 최대한 활성화하는 이른바 ‘데이터 댐’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뉴틸 정책을 통해 글로벌 리더 국가로 성장하겠다는 정부의 야심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학자들은 한국판 뉴딜 정책이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발전주의 국가의 전형적인 친기업 정책이며 사회적 삶의 데이터화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 지적한다.
지능정보기술과 데이터화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흔히 ‘데이터주의(dataism)’라는 용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데이터주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역할을 강화하고 데이터의 흐름을 제약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고리즘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신뢰하는 입장으로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기술의 적극적인 채택과 활용이 사회 혁신과 진보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게다가 데이터주의는 소셜 미디어,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 해석, 유통하는 정부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신뢰를 특징으로 한다(Van Dijck, 2014). 데이터화 기술로서 알고리즘 자체뿐 아니라 그 알고리즘을 만들고 다양한 지능정보기술을 사용하는 공적, 사적 기관과 제도가 믿을만하다는 신념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은 자연스럽게 수집된 데이터와 데이터화된 주체, 즉 개인과 명확한 연관성을 전제하게끔 할 뿐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에 근거해 개인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낸다.
플랫폼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
플랫폼 사회에 대한 낙관론은 디지털 인문학, 마르크시즘, 정치경제학, 페미니즘, 법학, 윤리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낙관론이 플랫폼 사회의 기술적 유용성과 경제적 가치에 매몰되어 있으며, 플랫폼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 규범이나 윤리, 공적 가치 등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료, 금융, 사법, 치안, 미디어 분야 등에 지능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생산성이 증대하고 업무나 서비스 효율성이 제고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인종, 성별, 계층, 생활수준 등에 따른 차별, 개인 데이터의 대량 수집과 상업적 활용을 통한 감시 및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 맞춤형 정보 제공으로 인한 사회적 다양성의 약화, 그리고 확증 편향 및 집단 극화가 초래하는 민주주의의 위기 등의 심각한 사회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비판이론이나 정치경제학 연구자들은 플랫폼의 핵심 구성 원리인 데이터 수집과 상업적 활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들은 플랫폼 사회의 등장을 자본주의 축적양식의 변화를 통한 질적 변환이라는 보다 거시적 맥락에서 접근하면서, 지능정보기술 기반 플랫폼 사회의 본질은 플랫폼 자본주의(Platform Capitalism), 데이터 식민주의(Data Colonialism), 혹은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데이터는 일종의 자본(capital)이 되고 있으며(Sadowski, 2019).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계량화된 형태의 데이터로 끊임없이 전환하여 이를 상업적 용도로 활용해 이윤을 얻고 있다. (Mejias & Couldry, 2019).
영국 킹스칼리지 대학(King’s College London) 교수인 닉 서르닉(Nick Srnicek)은 <플렛폼 자본주의 (Platform Capitalism)>(2016)에서 데이터 추출과 분석 알고리즘에 기초한 가치의 새로운 추출 및 수탈방식이 플랫폼 자본주의의 특징이라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소위 ‘자산 가격 케인스주의’의 출현으로 디지털 경제의 기초가 형성되었으며, 이윤 생산의 장기적 하락과 제조업 부진으로 인한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에 주목하였다. 그 결과 플랫폼은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이자 이윤 창출의 기제가 되었고, 플랫폼 기업은 거대 독점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닉 쿨드리(Nick Couldry, 2020)는 데이터 기반 사회는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지속이자 확장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인간의 삶과 관계는 이윤추구를 위한 투입물 즉 데이터 상품으로 전환되는데, 인간 경험이 이윤 창출의 수단이 되는 이러한 상황은 데이터 수집의 주체는 정부를 포함해 다양하지만, 특히 주목해야 할 데이터 수집의 주체는 소위 ‘사회계량화섹터(social quantification sector)’인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의 민간 플랫폼 기업이다(Couldry & Jejias, 2018). 즉 이들이 데이터 식민화이 핵심 추동력이며 클라우드 제국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플랫폼 사회는 데이터 식민주의ㅡ이 특성을 가지며, 이는 인간 삶의 전유를 위한 새로운 사회 질서다. 이들이 보기에 플랫폼 사회에서 인간의 경험은 개인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행동 데이터를 생산하는 원료가 되는 것이다.(Zuboff, 2019). 따라서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데이터 생산의 대상이 되고 이를 통해 특정한 이해집단의 이익에 복무하게 되는 데이터 식민화(a mode of data colonialism)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플랫폼 사회에서 일상화된 데이터 수집과 상업적 활용을 비판한 역작 <감시자본주의 시대(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2019)로 큰 호평을 받은 쇼샤나 주보프(Shoshanan Zuboff)는 감시자본주의를 “인간의 경험을 무료로 추출하여 예측, 판매로 이어지는 숨은 상업적 행위의 원재료로 이용하려는 새로운 경제 질서”라 규정한다. 또한 감시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의 전례 없는 부, 지식, 권력의 집중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악성 돌연변이라고 비판한다. 구글 등의 플랫폼 기업은 감시를 통해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업에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따라서 감시자본주의 시대의 인간은 단지 천연자원에 불과하며, 플랫폼 기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비판론자들에게 지능정보기술과 플랫폼 사회의 편익과 혜택은 인간의 존엄과 인권적 가치, 그리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대가로 얻는 안락함과 편리함이자 삶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이들은 일상화된 데이터 수집과 상업적 활용에 주목하면서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사회가 감시와 차별을 조장하고, 사회적 다양성과 민주적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플랫폼 사회의 등장이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사회문화적 영향
플랫폼이 경제 영역을 넘어 개인과 공동체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실천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핵심 공간으로 부상함에 따라 플랫폼 사회의 사회문화적 함의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와 산업적 활용에 대한 정책 및 학술적 논의는 넘치는 데 반해 플랫폼 기반의 사회가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사회문화적 영향에 대한 논의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 이는 혁신 기술에 대한 경제주의적 편향과 기술이 사회 진보를 반드시 성취할 것이라는 기술 결정론적 낙관론이 낳은 결과다.
물론 과학기술의 진보를 두려워하거나 반대할 필요는 없다. 과학 기술 발전을 통한 생산력 증대와 근대화가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었는지는 역사가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 역시 개인과 공동체에 다양한 편익과 혜택을 주고 잇다. 정보와 콘텐츠에 대한 접근뿐 아니라 인간 삶의 많은 영역을 매개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없다면 일상생활의 영위가 불가능할 정도다. 요즘 유행인 표현을 쓰자면,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진보가 특정 집단의 배타적 이익에 복무하면서 마땅히 전체 사회가 누려야 할 편익과 혜택이 감소하거나, 기술 활용 과정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정한 기술은 개발과정에 배태된 목적을 성취하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고 사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가 문제라는 주장은 그럴듯하지만, 기술에 관한 수많은 신화 중 하나에 불과하다. 과학기술의 발명이 순진한 천재에 의한 우발적 발견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은 특정 기술에 대한 동시대적 관심사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 경제적 스폰서십을 애써 모른 체 한 결과다. 자본주의적 욕망이 지배하는 시대에 혁신 기술이 개인과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에 복무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거나 무지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 이용자는 물론이고 정부를 비롯한 모든 이해당사자가 혁신 기술로 인한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험요인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지능정보기술을 통한 플랫폼의 데이터 수집과 상업적 활용이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사회문화적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이를 위해 먼저 플랫폼의 특성과 핵심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플랫폼의 특성과 메커니즘으로 인해 초래되는 주요한 사회적 결과를 데이터 감시, 프라이버시 침해, 데이터 독점, 데이터화된 주체, 집단 극화와 사회적 다양성의 약화로 유형화해 논의한다. 각 사회적 결과의 발생은 플랫폼 특성 때문일 수도 있고 플랫폼 메커니즘 때문일 수 있다. 혹은 플랫폼 특성과 메커니즘의 복합적 상호작용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민성 개념에 대한 소개를 통해 플랫폼 사회에서 이용자의 미래에 대해 논의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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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uboff S. (2019).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Public Affairs. 김보영 옮김(2021). <감시자본주의시대>. 문학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