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1](월) [동녘이야기] / [허균 얼 톺아보기] 성소부부고 살피기 023#
✦권4 문부1 서(序) / 명사가시선(明四家詩選) 서(序)
https://youtu.be/gHdJouj0OGM
오늘은 명나라 시인들로 으뜸가는 자리에 있는 네 님들의 시들 중에서 가려 뽑아 놓은 시집에 덧붙인 글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허경진 선생님은 제목을 명가시선(明家詩選) 서(序)라고 하여 제목에서 네 명을 뜻하는 사(四)를 빼먹어 버렸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읽어 보겠읍니다. 허경진 선생님의 풀이를 따라 갑니다.
명나라 사람으로 시를 짓는 자들은 선듯, “나는 성당(盛唐)이다. 나는 이두(李杜) 이백(李白)과 두보(杜甫)다. 나는 육조(六朝)다, 나는 한위(漢魏)다”라고 스스로 표방하여 모두가 문단의 맹주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내가 보기로는 그 말을 표절하거나 그 뜻을 답습하여 모두가 짚 아래 짚을 얽음을 면하지 못하면서도 과장되게 스스로 내노라 하는 것이니, 이는 야랑왕(夜郞王, 야랑은 오랑캐 나라 이름으로 그 나라 왕은 스스로 제 나라가 가장 큰 체하였다)에 가까운 것이 아니겠는가?
홍정(弘正, 명나라 효종의 연호인 홍치와 무종을 뜻함) 연간에는 광악(光嶽)의 기(氣)가 온전하여 빼어난 백성들이 무성히 흥기하였다. 이때 북지(北地)에서 깃대를 세우고, 신양(信陽)에서 뗏목을 이어 으리으리하여 제법 성당(盛唐)과 더불어 눈금을 다투었으니 어찌 위대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당시의 유풍(流風)이 서로 숭상함으로써 온 세상이 바람에 쓸리듯하여 마침내 몸에 성한 살갗이 없다는 나무람을 듣게 되었으니 이는 모의(模擬)하는 자의 허물이지 어찌 작가를 나무라겠는가.
역하생(歷下生, 산동성 역성에서 태어난 이반룡을 가리킴)은 뛰어난 재주로 때를 틈타 일어나서 그 재주를 떨쳤고, 오군(吳郡, 강소성 오군에서 태어난 왕세정을 가리킴)이 마침내 그 뒤를 이어 일어나 중원에서 산처럼 우뚝 서서 천고(千古)를 흘겨보며 바로 한나라의 양사마(兩司馬, 한나라의 문장가인 사마상여와와 역사가인 사마천을 아울러 가리킴)와 백대 뒤에 저울대를 다투었으나 아! 또한 기이하도다.
이 네 위대한 분들(이반룡, 왕세정, 하경명, 이몽양)은 실로 하늘이 재주를 부여하여 명나라의 성함을 울리게 하였으니 그들이 지은 시는 모두 조화(造化)에 참여하여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빛을 주고 전대 사람들을 능가할 만하였다. 어찌 표방하고, 표절하는 자들과 나란히 가리켜 꼽을 수 있겠는가?
중묵(仲黙, 하경명의 자로 명나라 시인)의 시는 화창하고 수려하여 이전의 것대로 본받아 따르거나 이어 나가는 도습에 머물고, 흉내낸 데에 병이 있긴 하지만 육조(중국 선종(禪宗) 제6조인 당나라 혜능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짐)와 이두(李杜)를 넘나들어 꽃송이처럼 사랑스럽다. 헌길(獻吉, 이몽양의 자로 명나라 시인)은 조이고, 늦추고 하는 웅장한 힘이 오로지 소릉(少陵, 당나라 시인 두보의 호)에게서 나오기는 했으나 도도하고 망망하여 기운이 절로 창대(昌大)하다. 이 두 사람은 당나라 때와 비교하여도 역시 개천(開天, 당나라 현종의 연호인 개원과 천보를 가리킴) 때를 통털어 명가(名家)라 하겠다.
우린(于鱗, 이반룡의 자)은 우뚝 솟고, 맑고 장엄하여 논자들이 민아산(岷峨山, 민산과 아미산을 가리킴)의 쌓인 눈으로써 비교하는데 거의 합당하다고 할 만하다. 고악부(古樂府, 원나라의 좌극명이 편집한 선집)는 그대로 모방함을 면치 못했으나 수천 년 동안 감히 본받는 사람이 없더니 우린(于鱗)이 홀로 비슷했다. 그가 “이것저것 재며 따져 변화를 이루었다”라고 한 것은 그냥 한 말이 아니며 오언(五言)은 그 율법(律法)에 꼭 들어 맞아 심전기(沈佺期, 당나라 초기의 율 시인)나 송지문(宋之問, 당나라 초기의 율 시인)의 맑고 힘찬 것 그대로이다.
원미(元美, 왕세정의 자)에 이르러는 큰 바다가 넘실거리듯 하고 쌓은 것이 지극히 커서 어쩌다 격(格)이 근세(近世)에 떨어진 것이 있지만 그대도 만대(萬代)를 포함하고, 백씨(伯氏, 태백 이백을 가리킴)를 감싸 안고 삼가(三家)를 굽어 취하여 채찍과 활로 몰고 부렸으니 무사(武事)에 비하자면 바로 초(楚) 패왕(霸王)의 거록(鉅鹿, 진나라 말기에 항우가 진나라의 주력 부대를 무찌른 전투를 가리킴) 싸움과 같다고 하겠다.
이 사가(四家)의 시만 본다면 명나라의 시를 다 보았다고 할만하다. 내가 뽑은 사가(四家)의 시는 모두 1,300백 편에 24권이다.
창곡(昌穀, 서정경의 자로 명대의 문장가, 화가)∙정실(庭實, 변공의 자로 명대의 문장가)∙명경(明卿, 오국륜의 자로 명대의 문장가)∙자여(子輿, 서중행의 자로 명대의 문장가) 등 여러 시인의 작품들도 역시 약롱(藥籠, 약을 넣어 두는 채롱이나 궤)에 갖추어 간직할만하지만 바빠서 겨를이 없으니 훗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여 겨우 읽기를 마쳤읍니다. 그런데 읽기가 참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어려운 한자 투의 옛말이 많고, 사람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가리켜 바로 살피기가 쉽지 않았읍니다.
그런데 글 끝자락에 허경진 선생님이 풀이해 놓으신 것은 교산 허균, 자신이 가려 뽑은 명나라 4명의 으뜸 시인 시가 1,300편이나 되고, 책으로는 26권이라고 하였지만 다른 데에서는 24권이라고 하여 영인본을 찾아서 확인해 보았더니 24권으로 기록되어 있었읍니다. 이러한 잘못은 맨 먼저 풀이를 하신 신호열 선생님의 어쩌다 잘못된 풀이를 그대로 가져 온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조금 아쉽네요.
이런 오늘도 고마움으로 교산 허균의 명사가시선 서를 힘들게 읽었읍니다. 고마워요.
첫댓글 오늘은 월요일이라 '교산 허균의 성소부부고' 읽기를 하였읍니다.
하지만 일찍 마치지 못하였읍니다.
어려운 한자 투의 옛말이 많고, 사람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비유하여
바로 살피기가 참으로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산 허균의 뽐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읽기였지요.
이런 오늘도 늦게 출발을 하긴 했지만 힘차게 움직입니다.
혹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