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최고치 찍은 한우 도매·송아지 값… 그 이면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
정부의 실기(失期)가 부른 수급 불균형의 나비효과...상시 수급 조절 체계 '시급'
2015년 6월 19일 서울 제2축산회관 지하회의실.
이날 전국한우협회 김홍길 회장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이 던진 의제는 이후 한우업계를 뜨겁게 달굴 논쟁으로 번졌다.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 즉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이었다.
한우협회 홀로 외친 선제적 수급조절… 번번이 가로막히다
김홍길 회장이 처음 이 사업을 제안한 이후 정부와 농협,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육우수급조절위원회에서는 매번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은 각종 좌담회와 간담회, 토론회에서도 빠지지 않는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하지만 한우협회의 주장은 매번 외로운 싸움이었다. 정부와 업계 상당수는 생산자단체가 처음 들고나온 이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에 알레르기 반응에 가까운 거부감을 보였다.
“한우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소비자가 이탈한다, 송아지가격도 덩달아 오른다”는 주장이 반복됐고, “아직은 시기상조”라거나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논리도 단골로 등장했다.
한우협회는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 국회를 찾아 설득하는 등 전방위 농정활동에 나섰고, 결국 끈질긴 주장과 요구 끝에 사업은 2019년, 정부 예산이 아닌 농가들이 스스로 모은 한우자조금을 통해 첫발을 뗐다.
.한우협회가 처음 선제적 수급조절의 필요성을 주장한 건 2015년 김홍길 회장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서였다. 그때 이후 한우협회-정부‧농협‧연구기관의 논쟁이 지속됐다. 사진은 2015년 6월 4일 김홍길 한우협회장의 기자간담회 보도기사(한우 마릿수 조절 위해 미경산우 사업 신경).
사업시작 1년도 못돼, 제동건 농식품부
이렇게 생산자단체 중심의 수급조절 사업이 시작되는 듯했지만, 사업은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2020년 6월 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 안정적 수급관리 강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급작스럽게 열어, 그해 초 이미 승인해준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두당 30만원 지원)에 돌연 브레이크를 걸었다.
미경산우비육지원사업이 오히려 송아지값을 더 끌어올리고, 비육농가에 지원금을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사업을 밀어붙여 중단시켰다.
이미 승인 공문까지 내려받고 시군지부 설명회까지 마친 상태였던 한우협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홍길 회장은 "수년간 수급조절 간담회와 토론회만 스무 차례 한 상황에서 또다시 토론회를 여는 것은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물타기 시도"라며 "정부의 수급조절방안은 농가를 호구로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2020년 사업은 중단됐다.
정부가 선제적 수급조절에 지속적으로 반대입장을 견지하면서 농협과 학계, 민간연구기관도 인위적인 두수 조절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여기에 농가들 사이에서도 사업 찬반을 둘러싼 여론이 갈리면서, 한우협회가 사업을 밀어붙일 동력 자체가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잘못 끼운 첫 단추, 뒤늦게 커진 사업 규모
암소가 임신해 송아지를 낳아 출하하기까지는 약 3년이 걸린다.
당시 한우협회의 주장대로 2018년부터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이 꾸준히 이어졌다면 소값 하락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2021년 하반기 이후의 공급량 증가를 제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부는 송아지값 및 큰소값 상승, 예산 효과에 대한 우려, 비육농가들의 예산 독점 등을 앞세워 사업 시행을 차일피일 미뤘고, 여기에 대상 농가를 암소 농가로 좁게 한정하면서 정작 필요한 시점에 정책 효과를 내지 못했다. 급기야 사업 확대에 제동을 걸었고, 그 결과 2020년엔 사업이 아예 진행되지 못했다.
사업은 소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2021년에야 재개돼 2만여 두 규모로 집행됐고, 이미 암소 도축 심리를 억제해야 할 시점인 2022년엔 오히려 4만5,000두로 대폭 확대됐다.
정부는 이렇게 생산자단체의 자율적 수급조절을 무책임하게 막아놓고는, 정작 공급과잉으로 소값이 떨어지자 2023년 100억원 규모의 한우 소비촉진 할인판매 예산까지 투입해 뒷수습에 나서야 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 막은 셈이다.
한우 미경산우 및 경산우 비육지원사업 시행 현황(자료: 전국한우협회), 2020년 수급조절사업은 정부의 급작스런 제동으로 중단됐다.
정부·농협·지자체, 감축사업이 한꺼번에 겹치다
문제는 정부 사업 하나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4만5,000두로 확대된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 외에도 경산우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같은 해 함께 추진됐고,
농협은 자체 예산으로 난소결찰비용을 지원하는 별도의 감축사업을 벌였다.
경북도등 지자체 역시 자체적으로 비육지원사업을 시행하며 감축에 가세했다.
정부·농협·지자체의 유사 사업이 조정 없이 2022년 한 해에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감축 효과가 중첩됐고,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암소가 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한우 사육 통계에서도 이 시기의 과다 도축 흔적이 확인된다.
한우 도축두수 대비 암소 비중은 2020년 45.9%, 2021년 45.2%였던 것이 2022년 47.4%로 오르더니 2023년 50.4%, 2024년 49.1%까지 치솟았다.
암소 도축두수로 보면 2020년 34만8,000두 수준이던 것이 2022년 41만3,000두, 2023년 46만8,000두, 2024년 48만9,000두로 3년 연속 늘었다. 사업이 확대된 2022년 한 해에 그치지 않고, 이후로도 수년간 과도한 암소 도축이 이어진 셈이다.
이로인해 18개월령 이상 암소는 2023년 연평균 155만7,000두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53만2,000두, 2025년 147만7,000두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총사육두수 역시 2023년 연평균 350만두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4년 338만4,000두, 2025년 324만두로 꺾였고, 올해는 7월까지 월평균 319만4,000두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시기를 놓친 수급조절 사업이 필요 이상의 감축으로 이어지면서, 정작 공급이 부족해질 시점엔 되돌릴 방법이 없게된 셈이다.
큰소도, 송아지도 없다
잘못 끼운 단추의 여파는 지금의 극심한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6~7개월령 수송아지 평균거래가격은 509만원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수송아지 가격이 5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농협이 조사한 송아지 가격 흐름도 뚜렷하다.
6~7개월령 수송아지 산지가격은 2020년 428만원, 2021년 457만원까지 올랐다가 2022~2024년 391만원, 342만원, 354만원으로 내려앉았고, 2025년 409만원을 거쳐 2026년엔 475만원 안팎까지 뛰었다.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넘어오며 30.8% 급등한 수치다.
지난 6월엔 이미 496만원까지 올랐고, 같은 기간 한우 정액 판매량도 전년 대비 36% 늘며 '금송아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출하물량 부족은 큰소도 마찬가지다.
각 축산물공판장과 유통업체는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을 제외한 전국 공판장들은 출하기사 지원과 계통출하 독려 등으로 감소한 공급물량을 채우는 데 비상이 걸린 상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도매시장의 한우 kg당 평균경락가격은 2만1,778원으로 전월(2만1,204원) 대비 2.7% 올랐고, 전년동월(1만8,025원) 대비로는 20.8% 상승했다.
이 가운데 7월 한우 등급판정물량은 6만8,754두로 전년동월(7만9,325두)보다 13.3% 줄어, 물량 자체가 준 것이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임을 보여준다.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의 한 중매인은 “지금의 가격은 어디까지나 공급물량 부족에 의한 것”이라며 “소가 워낙 없다 보니 물량 확보 차원의 경쟁이 과열돼 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적기를 놓쳐 시행된 수급조절사업은 현재 큰소 및 송아지가격의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가는 여전히 적자 늪, 손익분기 겨우 넘어
가격만 보면 호황처럼 보이지만, 농가의 실제 손익은 다른 얘기다.
통계청의 축산물생산비조사를 보면 비육우 두당 순수익은 2021년 29만원 흑자를 낸 이후 2022년 -69만원, 2023년 -143만원, 2024년 -161만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고, 2025년에도 -100만원으로 4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도매가격이 오른 만큼 사료비·송아지값·인건비도 함께 올라, 오름세가 고스란히 원가 상승에 잡아먹힌 셈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걸로 보인다는 점이다. 소를 출하한 자리엔 다시 송아지를 들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 송아지값 자체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뛴 상태다. 여기에 사료·약품·관리비 등 생산원가까지 두당 600만원 안팎으로 불어나면서, 큰소를 팔아 받는 출하대금에서 새 송아지 입식비와 생산원가를 걷어내고 나면 농가들의 통장 잔고는 텅빈 수준이다.
이에 따라 1++등급을 받은 못할 경우 마리당 수익이 마이너스로 고착되고 있고, 1등급 수준으로 출하할 경우 간신히 생산비를 건지는 수준밖에 되지 않고 있다. 결국, 1++등급이야 아니냐가 그대로 농가의 생존 여부를 가르는 선이 되고 있다.
상시적 수급조절 체계 마련 시급
더 큰 문제는 지금의 호황기에 이렇다 할 대책이나 대응방안이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높은 가격은 번식 붐을 부르고, 이 붐은 2~3년 뒤 공급 과잉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6월 정액판매량은 108만5,000여스트로로, 가임암소 수가 줄었음에도 전년 대비 24.0% 늘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한우 도축두수는 2028년 82만7,000두로 최저점을 찍은 뒤 2029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사육두수 역시 2027년부터는 13년 만에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돼 2028년엔 전년보다 1.2%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호황기의 정점에서 번식의향이 크게 불붙는 지금, 이를 식혀줄 장치가 없다면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수급조절은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뒤에 손을 대면 이미 늦는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 2015년부터 한우협회가 홀로 강조했던 선제적 대응은 매번 정부·농협·연구기관의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부딪혔고, 2019~2022년의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이 그랬듯 예산 효과나 부작용을 앞세워 시기를 미루다 뒤늦게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과도한 감축으로 귀결됐다.
4년째 이어진 농가 적자 구조까지 감안하면, 산업 스스로 완충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다음 사이클에서도 같은 실수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정부 재량에 기댄 구조 자체다. 농가들이 낸 자조금을 쓰는 사업조차 여러 단계의 정부 협의를 거쳐야 했고, 이미 승인 공문까지 내려온 뒤에도 정부의 판단 하나로 뒤집힐 수 있었다. 이런 구조에서는 가격이 오를 때든 내릴 때든 시의적절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관건은 그때그때의 정부 판단, 즉 재량에 기댄 대응이 아니라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작동하는 준칙과, 예외적 상황에 대응할 최소한의 재량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일이다. 정책이 정권이나 담당 공직자의 판단에 따라 매번 흔들려온 지금까지의 경험이 이를 보여준다.
이제는 정부가 개입해 수급을 조절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가 스스로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우공제사업과 같이 농가의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상시적 수급조절체계 도입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정책 타이밍을 번번이 놓쳐온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승인 없이도 농가들이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출처 : 팜인사이트(http://www.farminsight.net)
(사)한국수입육협회 http://www.korm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