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앞으로 다가온 日 2025엑스포, 지금 유메시마섬은
5년 전 가을 일본 오사카는 들떠 있었다. 2025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오사카가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새벽 시간임에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해냈다”며 만세를 불렀다. 전후 일본의 부흥을 만방에 알렸던 1970년 오사카 엑스포의 영광을 재현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엑스포 개최를 1년 6개월 남겨두고 특파원이 전하는 현지 분위기는 개최지 선정 때와는 다르다.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최 지역은 인공섬 유메시마다. 특파원들이 헬기를 타고 둘러본 유메시마는 ‘꿈의 섬’이란 뜻과 달리 아직 허허벌판이다. 엑스포 상징물은 지름 615m의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이 될 ‘링’인데 둥그런 윤곽을 드러냈을 뿐이다. 링 안쪽엔 ‘엑스포의 꽃’인 해외 각국의 전시장이 들어설 예정이나 텅 비어 있다. 현지 건설업체들이 원자재와 인건비가 급등했다며 건설 수주를 꺼린다. 엑스포 현장 건설비는 당초 예상의 2배인 2350억 엔(약 2조2920억 원)으로 불어났다.
▷오사카 현지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행사 개최 전 전시관 완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중앙정부는 올여름에야 건설업체와 참가국들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느리게 움직였다. 이대로 가면 2820만 명이 방문해 18조 원의 경제효과를 내리라는 기대와 달리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많이 쓰고 최악의 적자를 본 2021년 도쿄 올림픽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코로나로 연기돼 무관중으로 치러진 도쿄 올림픽은 계획했던 예산의 2배인 13조5000억 원이 들어 최소 7조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사카 엑스포는 올림픽과는 다를 것이라는 낙관론도 여전하다. 엑스포 개최 기간은 6개월로 3주간 열리는 올림픽보다 길어 훨씬 많은 방문객이 찾는다. 가장 성공한 엑스포로 꼽히는 2010 상하이 엑스포는 7500만 명이 방문해 직접적 경제효과만 베이징 올림픽의 3.5배인 13조 원을 거두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2%포인트 높아졌다고 한다. 엑스포 이후 코로나 이전까지 연간 상하이 방문객은 엑스포 전보다 배로 늘어났고 외국인 투자도 15% 증가했다.
▷상하이 엑스포는 지역 행사가 아닌 국가 프로젝트였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 엑스포를 통해 중국 전체의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개최지 선정 후 7년간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며 전력을 쏟았다. 공교롭게도 2030 엑스포 유치에 도전한 부산은 상하이의 자매 도시다. 부산 엑스포를 침체 일로의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로 만들려면 ‘한국 엑스포’인 듯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전후 폐허 속에서 첨단 도시로 성장한 부산이 엑스포를 개최해 평화 속에서 인류 번영을 이끄는 기술의 경연장이 되길 응원한다.
이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