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섬 침몰 호화 요트에서 '영국의 빌 게이츠' 시신 수습, 10대 딸은 실종

[알자지라]

"블루머 회장 부부·모르빌로 변호사 부부 시신 수습"
오토노미 창업자 린치 무죄 판결 축하여행 중에 참변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대원들이 21일(현지시간) 시칠리아섬 호화 요트 침몰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 한 구를 팔레르모시 포르티첼로 항으로 옮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로이터 통신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호화 요트 바이에시안호가 침몰한 지 나흘째인 22일(현지시간) 실종자 6명 중 다섯 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전날 다섯 번째 시신을 발견했으나 어둠이 깔려 수거 작업을 중단했는데 이날 재개해 회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날 수습된 시신은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던 유명 정보기술(IT) 기업가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자라고 BBC는 전했다. 린치의 10대 딸 해나는 여전히 실종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침몰 사고 사망자는 모두 6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캐나다와 안티과 이중 국적의 선상 요리사 레칼도 토머스의 주검이 침몰 당일인 지난 19일에 수습됐다.

전날 수습된 시신 4구는 영국 금융인인 조너선 블루머 모건 스탠리 뱅크 인터내셔널 회장과 자선단체 신탁인 아내 주디, 국제 로펌 클리퍼드 찬스의 미국 변호사 크리스 모르빌로와 보석 디자이너인 그의 아내 네다로 신원이 확인됐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전했다. 물론 이탈리아 당국은 시신을 모두 수습하고 가족에게 통보할 때까지 실종자와 사망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지 언론은 이를 보도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자. 로이터 자료사진

영국 선적 바이에시안호는 56ｍ 길이의 호화 요트로 지난 19일 새벽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시 포르티첼로 항구에서 약 700ｍ 떨어진 해역에서 정박 중 갑작스러운 폭풍우에 휘말려 침몰했다. 탑승자 22명(승객 12·승무원 10명) 중 린치의 아내, 한 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15명이 구조됐지만 선상 요리사가 시신으로 확인됐고, 린치와 10대 딸을 포함한 6명은 실종 상태였다.

탑승객들은 린치가 2011년 미국 휼렛패커드(HP)에 오토노미를 110억달러(약 14조7천억원)에 매각할 당시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사기 혐의에서 최근 벗어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린치는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블루머 회장은 린치의 변호인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했고, 모르빌로는 린치를 대리한 로펌의 변호사였다. 린치는 자신과 함께 법정에서 싸워준 이들을 초대해 무죄 판결을 축하하는 호화요트 여행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죽음의 항해'가 되고 말았다.

목격자들은 바이에시안호가 침몰하기 전 폭풍과 함께 용오름(해상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요트는 불과 3∼5분 만에 수심 49ｍ 깊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이탈리아 당국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뉴질랜드인 선장 제임스 컷필드를 포함해 모든 생존자를 조사 중이다. 영국의 해양 사고조사국도 조사관 4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침몰 당일부터 소속 심해 잠수부들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지만, 통로를 가로막은 가구들 때문에 선체 내부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잠수사의 건강을 고려할 때 한 번 잠수 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12분 남짓이라 수색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안경비대는 잠수팀을 보강하고 한 번에 6∼7시간 동안 잠수해 주변을 촬영할 수 있는 수중 원격 조종 로봇을 활용했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수색이 가능해져 이날 실종자 시신 다섯 구를 찾아냈으나 마지막 한 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바이에시안호의 침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용오름 현상.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흔히 눈에 띄는 기상 현상이라고 영국 BBC는 전했다.게티 이미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