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허세글’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같은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의 삶을 과장해서 올리는 글과 사진을 말한다. 본 것, 먹은 것, 알고 있는 것, 구매한 것에 대해 자랑 아닌 듯 자랑하는 유형이나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전하면서 명언을 인용하거나 불필요한 영어를 남발하는 것 등이 허세글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들을 보면 남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지나치게 과장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거나, 딱할 정도의 허세로 자신을 치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공작이 되고 싶어 공작의 날개를 자기 털에 꽂았던 까마귀처럼 말이다. 그러나 까마귀는 무슨 짓을 해도 까마귀이다. 까마귀가 제 아무리 몸치장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허세는 허장성세(虛張聲勢)를 줄인 말로 실력이나 실속이 없으면서 겉으로만 뭔가 있어 보이는 척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장군 선진이 위나라의 오록성을 공격할 때의 이야기다. 선진은 군사들에게 깃발을 산이나 언덕을 지나갈 때마다 꽂으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다른 장수들이 궁금해 하자, 선진은 위나라 백성들에게 우리 군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진나라 군사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위나라 백성들이 성 위에 올라가보니 진나라의 깃발이 온 산과 언덕에 셀 수 없이 펄럭이고 있었다. 위나라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달아났고 오록성의 관리들도 이 백성들을 막을 수 없었다. 진나라 군사가 오록성에 이르자 성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선진은 무사히 오록성을 함락하였다. 여기에서 허장성세가 유래되었다.
허세는 자기현시(self-revelation)에서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현시욕 때문에 남보다 더 인정받고 싶고, 덧보이고 싶어 한다. 자신만이 주목 받을 주인공이요, 타인은 관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허세를 부린다. 그런데 각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관객 없는 연극이 되어버리고 결국에는 그 누구도 주목 받지 못한다.
“나 이외의 사람은 모두 관객이 되어버리는 개개인이 만나니,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수긍할 수가 없고 다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듯 다른 사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누구도 나를 위한 조연, 관객이 되어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나만 도드라져 보이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어야만 모두가 주목 받을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집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