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몽지상강론(創夢紙上講論)』
<제166강: 벼락맞아 죽을 놈은 되지 말자>
흔히들 벼락이라 하는 낙뢰(lighting strike)는 보통 10~100억 볼트 정도의 전위차(電位差)와 10만 암페어 정도의 전류량을 지닌 전기로서, 직류도 교류도 아니며 하늘에서 땅으로 매우 빠르게 흐르는 대량 전류(massive current)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벼락을 맞으면 100% 죽는 줄 알고, 따라서 “벼락 맞아 죽을 놈”이라는 말은 “못된 짓을 너무 많이 하여 천벌을 받고 죽을 놈”이라는 말로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욕설 중에서도 가장 심한 욕설로 손꼽힌다.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그런 벼락을 맞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바로 돈벼락이 그런 벼락이다. 사람들은 죽어도 좋으니 돈벼락이나 한번 실컷 맞아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한다. 실제로 이런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남양뉴타운이라는 도시 개발로 86세 된 한 노인이 70억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70억원이라는 돈벼락을 맞은 그 노인에게는 동생이 한 명 있었다. 74세의 동생은 86세의 형을 찾아가 돈을 좀 나누어 달라고 요구하였다. 하지만 형은 순순히 응하지 않고 따지기 시작했다.
결국 동생은 그런 형에게 불만을 품게 되었고, 그 불만은 마침내 형은 더 이상 형이 아니라 죽여 없애야 할 원수가 되었다. 그래서 동생은 평소 가지고 다니던 사냥용 엽총을 들고 형을 찾아가 형과 형수를 죽이고 말았다. 이를 숨어서 보고 있던 조카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미 형 내외는 죽은 후였다. 평소 안면이 있던 범인을 진정시켜 체포하려 했던 파출소장은 형을 죽이고 분노의 화신이 된 동생의 엽총을 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3명을 죽인 동생은 자신에게도 총을 쏘아 자살하고 말았다. 벼락부자는 이렇게 종종 나쁜 결과를 동반하지만 벼락부자라는 말의 유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조실부모하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순둥이는 부모가 남긴 논 서 마지기 문서를 들고 외삼촌 집으로 들어갔다. 변변치 못한 외삼촌은 허구한 날 투전판을 쏘다니더니 금쪽같은 순둥이의 논 서 마지기를 날려 버렸다. 열일곱이 된 순둥이는 외삼촌 집을 나와 오씨네 집 머슴으로 들어갔다. 죽어라고 일해 계약된 3년이 꽉 차자 주인 오씨는 이런저런 핑계로 새경을 반으로 깎아 버렸다. 사람들은 사또에게 고발하라고 했지만 순둥이는 관가로 가다가 발걸음을 돌려 주막집에서 술을 퍼마시면서 “세상이 모두 나를 속이는구나”라고 탄식하며 분을 삭였다.
반밖에 못 받았지만 순둥이는 그 새경으로 나지막한 둔덕산에 땅을 산 후 골짜기에 한 칸짜리 초가집을 짓고 밤낮으로 둔덕을 일궜다. 순둥이는 “땅은 나를 속이지 않겠지?”하며 이를 악물고 잡목을 베어 내고 돌을 캐냈다. 한 마지기 남짓 땅을 일궜을 때 밭에 조와 메밀을 심어 양식을 하고, 겨울이면 읍내에 가서 엽전 몇 푼을 받고 남의 집 통시를 퍼 주고 그 똥통을 메고 와서 밭에 뿌렸다. 새해가 되어 언 땅이 녹자마자 또다시 밭을 일구기를 5년 동안 계속했더니 둔덕산은 번듯한 밭으로 변했다. 그해 봄, 순둥이는 콩 세 가마를 장리(長利)로 들여와 밭에 심기 시작했다. 콩을 다 심고 순둥이는 주막으로 내려가 술로 고된 일과를 풀었다. 부엌에서 일하는 열아홉살 주모의 질녀 봉선이를 점찍어 두고 가을에 콩을 추수하면 데려다 혼례를 올리겠다고 마음먹고 주모의 귀띔도 받아 냈다.
콩은 겨울마다 똥지게로 퍼 나른 인분 거름을 먹고 무성하게 자랐다. 가을이 되자 순둥이는 잘 익은 콩을 뽑아 둔덕 위에 쌓기 시작했다. 달을 보며 별을 보며 콩을 뽑아도 힘든 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가 이거 갖다주라고 합디다.”하며 봉선이가 노란 저고리를 차려입고 한 손엔 막걸리 호리병, 또 한 손엔 찐 고구마를 들고 왔다. “봉선아. 나는 이제 부자여. 이 콩이 마른 후 타작을 하면 스무 섬은 나올 거야.” 호리병째로 벌컥벌컥 막걸리를 들이킨 순둥이가 와락 봉선이를 껴안았다. 순둥이의 억센 손이 봉선이의 치마를 올리고 고쟁이를 벗겨 내렸다. 순둥이는 그렇게 봉선이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었다.
가을이 되자 순둥이가 콩을 뽑아 둔덕 위에 쌓아 올린 더미가 집채보다 커졌다. 콩깍지가 저절로 벌어질 때쯤 멍석을 대여섯장 깔고 타작을 할 참이었다. 하루는 순둥이가 잠시 주막으로 내려가 점심을 먹을 때였다. “짜짜자 짱!” 하늘을 찢고 땅을 가를 듯한 마른번개가 네댓차례 쳤다. “순둥이 여기 있는가? 빨리 나와 봐.”하는 고함소리에 뛰쳐나간 순둥이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둔덕에 쌓아 둔 콩더미에 벼락이 떨어져 활활 불이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둥이는 “하늘도 나를 속이고 땅도 나를 속이는구나”하며 짐승처럼 울부짖었고, 봉선이는 눈물만 펑펑 쏟아내었으며 동네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전 재산을 날린 순둥이가 술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검은 두건을 쓰고 긴 수염을 늘어트린 채 옥색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노인 한 분이 주막으로 찾아왔다. “벼락 맞은 콩 주인장 계시오? 소문을 듣고 찾아왔소이다.” 순둥이가 나가자 범상치 않은 그 노인은 새까맣게 탄 콩을 한 자루 담아 달라더니 데려온 사동의 등에 지우고는 콩 열 섬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주고 갔다. 벼락 맞은 콩은 자고로 진귀한 명약이요. 내 이것으로 시험해 보고 다시 오리다.”
그날 이후 소문을 듣고 팔도강산의 명의들이 쉼 없이 찾아왔다. 순둥이는 새까맣게 탄 콩 가마니를 쌓아 두고 찾아온 의원들에게 팔았다. 벼락 맞은 콩은 욕창, 등창, 문둥병에 특효가 있는 약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순둥이는 진짜 부자가 되었다. 동짓달 스무이레, 그날은 봄날처럼 따뜻했다. 온 동네에 잔치판이 벌어졌다. 순둥이와 배가 살짝 부른 봉선이의 혼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둥이가 벼락 맞은 콩을 팔아 진짜 부자가 된 그때부터 “벼락부자”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유래를 가지고 있는 벼락부자가 “벼락맞아 죽을 놈” 같은 나쁜 뜻으로 쓰이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자니 돈도 쓰이기 나름이듯 벼락도 쓰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어디 벼락만 그러하랴? 모든 것이 쓰이기 나름일 것이다. 예부터 선인선과(善因善果)라 했으니 우리 모두 순둥이 같은 벼락부자가 되도록 선인(善因)을 쌓아가자. 결코 벼락맞아 죽을 놈은 되지 말자.
(저는 “희망있는 나라만들기”를 갈구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창몽지상강론(創夢紙上講論)을 매주 월수금 요일마다 1,000회에 걸쳐 적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