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죽살염(揷竹撒鹽)
대나무를 꽂고 소금을 뿌린다는 뜻으로, 황제가 타고 다니는 양이 좋아하는 대나무와 소금을 뿌려 황제를 맞이했다는 이야기이다.
揷 : 꽂을 삽(扌/9)
竹 : 대 죽(竹/0)
撒 : 뿌릴 살(扌/12)
鹽 : 소금 염(鹵/13)
출전 : 진서(晉書) 후비전(后妃傳) 호귀빈(胡貴嬪)
이 성어는 진서(晉書) 후비전(后妃傳) 호귀빈(胡貴嬪)전에서 연유하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귀빈 호방(胡芳)의 아버지의 이름은 호분으로 따로 전기가 있다.
胡貴嬪芳. 父奮, 別有傳.
태시(西晋) 황제 무제(武帝) 사마염(司馬炎) 9년 황제가 양가의 자녀들을 뽑아 후궁을 채웠는데, 몸소 미인을 골라 붉은 비단으로 팔에 매달아 주었다.
泰始九年, 帝多簡良家子女以充內職, 自擇其美者以絳紗繫臂.
호방은 선택이 된 후 전각 아래로 내려가 소리 내어 울었다.
而芳旣入選, 下殿號泣.
그러자 좌우의 신하들이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 “폐하께서 들으시오.”
左右止之曰 : 陛下聞聲.
호방이 말했다. “죽음도 두렵지 않거늘 어찌 폐하가 두렵겠소.”
芳曰 : 死且不畏, 何畏陛下.
황제는 낙양령 사마조책을 보내 그녀를 귀빈에 봉했다.
帝遣洛陽令司馬肇策拜芳爲貴嬪.
당시 황제에게는 총애하는 희첩이 아주 많았는데, 오나라를 평정한 후 다시 (오왕) 손호의 궁녀 수천 명을 받아들여 그로부터 후궁이 거의 만 명에 이르렀다.
時帝多內寵, 平吳之後復納孫皓宮人數千, 自此掖庭殆將萬人.
그러자 총애를 다투는 자들이 심히 많아 황제는 어느 처소로 가야 할지를 몰라 항상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양이 가는대로 맡겨 (양이) 이른 곳에 침소를 정했다.
而竝寵者甚衆, 帝莫知所適, 常乘羊車, 恣其所之, 至便宴寢.
궁녀들은 대나무 잎을 취하여 문에 꽂고 소금물을 땅에 뿌려 황제의 수레를 끌어들여 황제가 자기에게 총애를 베풀도록 했다.
宮人乃取竹葉揷戶, 以鹽汁灑地, 而引帝車.
하지만 호방이 가장 총애를 입어 황제를 독차지하는 총애를 입었으며 시중이나 의복이나 장신구가 황후에 버금갔다. (···) 호방은 무안공주를 낳았다.
然芳最蒙愛幸, 殆有專房之寵焉, 侍御服飾亞於皇后. (···) 芳生武安公主.
(晉書/后妃傳)
이런 궁녀들의 행위에서 ‘대나무를 꽂고 소금을 뿌린다’는 뜻의 ‘삽죽살염(揷竹撒鹽)’이란 말이 나왔다.
그런데 일설에 의하면, 무제가 처음 양 수레를 다고 다니기 시작했던 무렵, 이상하게도 언제부턴가 양이 항상 같은 후궁의 방 앞에서만 멈추는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어떤 머리 좋은 후궁이 자기 방문 앞에 소금을 뿌리고 대나무 잎을 꽂아 두었기 때문이었다는데,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마도 이 후궁이 바로 호방이 아니었을까?
이 비밀은 모든 후궁들 사이에 퍼져 너도나도 소금을 뿌리고 대나무 잎을 꽂아 두는 진풍경이 벌여졌으며, 나중에는 민간에까지 퍼져 민간의 유흥업소에서는 손님들이 많이 오라는 뜻으로 소금을 뿌리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신하들도 황제의 음탕과 호사에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 그러다 보니 지배계급 전체가 사치스럽고 부패한 생활에 젖어 들게 되었다.
이들의 이런 행태가 자제들의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귀족 자제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무위도식과 사치와 방탕을 일삼았다.
서진이 50여 년밖에 존속하지 못한 데에는 다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 揷(꽂을 삽)은 형성문자로 插(삽)은 본자(本字), 挿(삽)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臿(삽)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揷(삽)은 ①꽂다 ②끼우다 ③삽입하다 ④찌르다 ⑤개입(介入)하다 ⑥끼어들다 ⑦가래(흙을 파헤치거나 떠서 던지는 기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꽂을 진(搢)이다. 용례로는 주로 신문이나 잡지나 서적의 문장 속에서 문장의 내용을 보완하거나 이해를 돕도록 장면을 묘사하여 그린 그림을 삽화(揷畫), 꽃이 핀 가지나 줄기를 꽃병 따위에 보기 좋게 꽂음을 삽화(揷花), 산가지를 꽂음을 삽주(揷籌), 꺾꽂이로 식물의 가지나 줄기나 잎 따위를 자르거나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 내리게 하는 일을 삽목(揷木), 꺾꽂이를 하려고 일정한 길이로 잘라 낸 나뭇가지를 삽수(揷樹), 에피소드로 어떤 이야기나 사건의 줄거리에 끼인 짤막한 토막 이야기를 삽화(揷話), 끼워 넣음을 삽입(揷入), 총기에 탄알을 삽입함을 삽탄(揷彈), 인쇄할 때에 기계에 종이를 먹임을 삽지(揷紙), 제사 지낼 때에 숟가락을 밥그릇에 꽂는 의식을 삽시(揷匙), 논에 볏모를 심음을 삽앙(揷秧), 논에 모를 모종하여 심는 일을 삽종(揷種), 사모나 복두 따위의 뒤 쪽에 뿔을 꽂음을 삽각(揷角), 힘차고 굳센 모양을 삽랄(揷辣), 말뚝을 박음을 삽말(揷抹), 쓸데없이 말참견을 함을 삽취(揷嘴), 비스듬히 비껴서 꽂음을 사삽(斜揷), 대나무를 꽂고 소금을 뿌린다는 뜻으로 황제가 타고 다니는 양이 좋아하는 대나무와 소금을 뿌려 황제를 맞이했다는 말을 삽죽살염(揷竹撒鹽), 패랭이에 숟가락 꽂고 산다는 뜻으로 살림이 결딴나서 떠돌뱅이가 된 신세를 이르는 속담을 평양삽시(平陽揷匙), 무른 땅에 말뚝 박기라는 뜻으로 만만한 대상은 누르기 쉽다 또는 매우 하기 쉬운 일이라는 말을 연지삽익(軟地揷杙) 등에 쓰인다.
▶️ 竹(대 죽)은 ❶상형문자로 대나무 잎의 모양으로 대나무를 나타낸다. 竹(죽)의 옛 모양은 筍(순; 죽순) 따위의 글자에 붙어 있는 것에 의하여 알 수가 있다. ❷상형문자로 竹자는 '대나무'나 '죽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竹자는 두 개의 대나무 줄기와 잎사귀가 늘어져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竹자를 보면 잎사귀만 늘어져 있는 모습만이 그려져 있었으나 금문에서 부터는 대나무와 잎사귀가 함께 표현되었다. 竹자는 '대나무'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물건이나 '죽간(竹簡)'을 뜻하게 된다. 또 부수로 쓰일 때는 모양이 바뀌게 되어 단순히 잎사귀 만이 표현된다. 그래서 竹(죽)은 (1)곡식을 물에 풀리도록 흠씬 끓여 훌훌하게 만든 음식 (2)팔음(八音)의 한 가지 대로 만든 관악기(管樂器)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대, 대나무 ②대쪽(댓조각), 댓조각(대를 쪼갠 조각), 죽간(竹簡: 글자를 기록하던 대나무 조각) ③부챗살 ④피리(악기의 하나) ⑤죽(세는 단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대로 만든 창을 죽창(竹槍), 대로 만든 그릇을 죽기(竹器), 대나무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서 말로 삼은 것을 죽마(竹馬), 대나무 숲을 죽림(竹林), 대로 만든 칼을 죽도(竹刀), 대자리를 죽석(竹席), 대나무의 가지를 죽지(竹枝), 대나무의 잎을 죽엽(竹葉), 대의 땅속줄기에서 돋아나는 어리고 연한 싹을 죽순(竹筍), 우거져서 숲을 이룬 대나무의 떨기를 죽총(竹叢), 가는 대통에 불을 지르거나 또는 화약을 재어 터뜨려서 소리가 나게 하는 물건을 폭죽(爆竹), 소나무와 대나무를 송죽(松竹), 나무와 대나무를 목죽(木竹), 산에서 나는 대나무를 산죽(山竹), 푸른 대나무를 녹죽(綠竹), 먹으로 그린 대나무를 묵죽(墨竹), 단면이 네모가 난 대나무를 방죽(方竹), 껍질을 벗긴 대나무를 백죽(白竹),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옛 친구라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가까이 지내며 자란 친구를 이르는 말을 죽마고우(竹馬故友), 대지팡이와 짚신이라는 뜻으로 먼 길을 떠날 때의 간편한 차림을 이르는 말을 죽장망혜(竹杖芒鞋), 죽마을 타고 놀았던 오랜 벗이라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를 이르는 말을 죽마교우(竹馬交友), 대나무 조각과 나무 부스러기라는 뜻으로 쓸모 없다고 생각한 것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 후에 긴히 쓰인다는 말을 죽두목설(竹頭木屑), 비가 온 뒤에 솟는 죽순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일시에 많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을 우후죽순(雨後竹筍),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라는 뜻으로 세력이 강대하여 대적을 거침없이 물리치고 쳐들어가는 기세 또는 세력이 강하여 걷잡을 수 없이 나아가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파죽지세(破竹之勢), 매화와 난초와 국화와 대나무 즉 사군자를 일컫는 말을 매란국죽(梅蘭菊竹), 깨끗한 땅에는 소나무를 심고 지저분한 땅에는 대나무를 심음을 이르는 말을 정송오죽(淨松汚竹), 저지른 죄가 너무 많아 이루 다 적을 수 없다는 말을 경죽난서(磬竹難書) 등에 쓰인다.
▶️ 撒(뿌릴 살)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散(산, 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撒(살)은 ①뿌리다, 흩뜨리다 ②흩어져 떨어지다 ③놓다, 놓아주다 ④펼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액체나 기체 상태의 물질이나 약품을 공중으로 뿜어서 뿌리는 것을 살포(撒布), 물을 흩어서 뿌림을 살수(撒水), 비료를 뿌림을 살비(撒肥), 모래를 흩어 뿌림을 살사(撒砂), 벼랑에 매달려 잡고 있는 손을 놓는다는 뜻으로 손을 놓으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손을 놓는 용기나 결단을 이르는 말을 현애살수(懸崖撒水) 등에 쓰인다.
▶️ 鹽(소금 염)은 ❶형성문자로 소금을 뜻하는 鹵(로)와 음(音)과 함께 짜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監(감; 염)으로 이루어졌다. 소금이라는 뜻이다. 암염(巖鹽)과 구별하여 사람이 만든 소금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鹽자는 '소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鹽자는 監(볼 감)자와 鹵(소금 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監자는 대야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소금이라는 글자로는 이미 鹵자가 있지만 鹽자는 식용 소금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다. 이미 가공한 상태의 소금이라는 뜻이다. 이전에는 소금을 만드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염전에서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마솥에 끓여서 증발시키는 방법이었다. 鹽자는 대야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그린 監자를 응용해 가마솥에서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鹽(염)은 (1)소금 (2)산(酸)의 수소(水素) 원자(原子)를 금속(金屬)이나 양근(陽根)으로 치환(置換)한 화합물(化合物)의 통틀어 일컬음. 산을 염기(鹽基)로 중화할 때 물과 함께 생김. 식염(食鹽), 황산(黃酸)나트륨, 황산아연(黃酸亞鉛), 황산(黃酸)칼슘 따위 등의 뜻으로 ①소금 ②자반 ③노래의 이름 ④후렴 ⑤산(山)의 이름 ⑥못의 이름 ⑦성(姓)의 하나 ⑧절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소금기를 염분(鹽分), 소금을 만들기 위해 바닷가의 넓고 평평한 곳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논이나 밭처럼 만들어 놓은 곳을 염전(鹽田), 소금에 절이어 저장한다는 염장(鹽藏), 소금기의 정도로 짠 정도를 염도(鹽度), 짠물이 된 호수를 염호(鹽湖), 염소 밖의 다른 물질이 염소와 화합하는 현상을 염화(鹽化), 소금을 만들어 파는 사람에게 물리는 세금을 염세(鹽稅), 소금을 굽는 사람을 염한(鹽漢), 염분이 섞인 축축한 기운을 염기(鹽氣), 바닷물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염밭에 만들어 놓은 못을 염지(鹽池), 소금기가 스며 있는 땅을 염지(鹽地),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염돈(鹽豚), 간수로 습기가 찬 소금에서 저절로 녹아 흐르는 짜고 쓴 물을 고염(苦鹽), 굳어 덩어리진 소금을 견염(堅鹽), 산에서 캐는 소금을 산염(山鹽), 소금기가 없음을 무염(無鹽), 땅 속에서 천연으로 나는 소금을 암염(巖鹽), 소금을 만듦을 제염(製鹽), 바닷물로 만든 소금을 해염(海鹽), 굳어 덩어리진 소금을 고염(固鹽), 곱고 깨끗하게 잘 만든 흰 소금을 백염(白鹽), 아무리 꾸며도 무염이란 뜻으로 얼굴이 못생긴 여자가 아무리 화장을 해도 미인과 비교할 바가 못됨 즉 비교가 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각화무염(刻畫無鹽), 소금을 팔다가 비를 만난다는 뜻으로 일에 마魔가 끼어서 되는 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매염봉우(賣鹽逢雨),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끈다는 뜻으로 유능한 사람이 천한 일에 종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기복염거(驥服鹽車), 아침에는 고사리를 먹고 저녁에는 소금을 씹는다는 뜻으로 몹시 곤궁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조제모염(朝薺暮鹽)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