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너한테 미안해야 하는 거지."
"오은채!"
"내가 나쁜거지. 그치 민해솔."
"..."
"내가 밉니?"
"..하."
숨을 토해내며
내 눈을 마주보는 그 사람.
눈에 보일정도로 떨리는 그 사람의 손.
차갑게 식은 그 사람의 눈.
"내가 싫어졌니?"
말없이 내 눈을 쳐다보던
그 사람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단호한 말 한마디.
"네가 싫다."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의 그사람과 나.
<네가 싫다.>
"올해가..몇년도지?"
"나참. 이제 고만해라? 2008년이다. 이년아."
2008년.
아직 그거 밖에 안됐어?
"난 또 100년이나 지난 줄 알았지."
"미쳤다이. 하루하루 사는 재미가 있어야지.어?"
"나 맨날 웃잖아. 누구 때메 웃는건데."
"그래. 꼬맹이를 생각해서 라도 웃어야......너 우냐??"
고개를 숙인채
고개를 저었다.
5년이나 지났다고 해야하니.
5년밖에 안 지났다고 해야하는 거니.
"이 가시나야. 왜 우노. 아직도 못잊어서 이카나"
아파.
혜수야.
나 아파.
어떻게 잊어. 응?
나 그 사람 맨날 봐.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한 식탁에서 밥 같이 먹고
내 품에서 잠들어.
이 애 얼굴 보면 그 사람이 보여.
그런데 어떻게 잊니.
"그렇게 못되게 헤어졌으면 고만 잊어야지. 우짤라고 이러노. 내 마음이 아푸다."
날 안아주는 혜수의 손길에
펑펑 터지는 눈물샘.
혜수야.
네가 내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너같은 이모가 있어서
우리 꼬맹이도 좋아할거야.
고마워.
간신히 진정하고,
차가운 오렌지 주스를 꺼내 들었다.
유리컵에 두잔을 따르고
쇼파에 앉아있는 혜수에게 다가갔다.
"신혜수. 그나저나 왜 온거야?"
"..섭섭하데이. 내 언제 맨날 니네집 안왔나."
"웃기네. 너 일한다고 뉴욕가놓고. 뉴욕에서는 사투리 안쓰지? 일 잘해야지. 왜 왔어."
"이 가시나! 내 얼마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왔는데. 실은.."
"응. 뭐야. 왜케 뜸들여?"
상 위로 오렌지주스가 담긴 컵을 놓고 혜수를 쳐다봤다.
조용히 입술을 다물다가 곧 입을 연다.
"민해솔이. 꼬맹이 아빠. 한국 왔데이."
쨍그랑.
"아이고 괜찮나!"
깨어진 유리컵.
신혜수. 죽을래
간신히 진정시킨 가슴
왜 다시 떨게 만드니.
"..한국..?왜? 아예 한국오는 거야?"
"내 뉴욕에 갔는데, 알아보니깐
민해소리 사진찍고 있더라. 사진작가로 좀 이름 날리고 있대
사진전으로 한국온다카드라.
벌써 와있는지도 모르제."
"..사진..사진 찍고 있었구나.
하..언제? 언젠대? 사진전."
"갈라..갈라고????이년이 미쳤나.
나 너 이러라고 말한거 아니다. 걍 소식 알려준거제."
"혜수야. 얼굴..한번만 볼래. 응?? 언제야."
"아따. 다음주다. 다음주 월요일. 어딘지는 책자보면 알겠제."
혜수는 큰 숄더백에서 책자 하나를 꺼낸다.
'민해솔 첫 사진전'
이라는 큰 글씨아래로
안내되어 있는 장소와 시간.
책자 안에는
그 사람의 사진이 실려있다.
"혜수야. 해솔이 살빠졌다. 그치.
머리도 짧아졌네. 얜 왜 더 멋있어지고 그러니."
"..사진빨이다. 고거."
"멋있다. 우리꼬맹이 진짜 아빠랑 똑같다."
"꼬맹이..데꼬 갈거가."
"아빠..얼굴 보여줘야지."
"눈치 채면 우짤라고?"
깨진 유리조각을 치우며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해솔이는..딴 남자 애 인줄 아는데 뭘."
\.
월요일. pm.2:32
"나 늙어보이니?"
"아이고. 쓸데없는 걱정 한대이. 이뻐. 애엄마로 안보인다."
"너밖에 없다. 민석씨는?"
"유치원에 들렸다가 3시에 오기로 했다."
"..둘이 결혼할 때 꼭 내가 피아노 쳐줄게."
"그래. 꼬맹이는 민석씨가 잘 데리고 있을게다
잘 생각했다.
민해솔한테 꼬맹이 보여줄 필요가 뭐있노. 꼬맹이도 차라리 아빠얼굴 모르는게 낫다."
"..응.고마워, 일 열심히 해."
"그래. 힘내라."
혜수에게 활짝 웃어보이고서
발걸음을 돌렸다.
몇년동안 안신던 높은 하이힐을 신으니
벌써부터 뒷꿈치가 아파온다.
민해솔. 해솔아.
그거 아니.
더 멋있어진 너한테 안꿀리려고
안어울리는 진한 화장에
안어울리는 혜수정장 빌려서 입었어.
5년동안 나, 행복하게 잘지낸다고.
너 없어도 이렇게 잘 지낸다고
그렇게 보이려고.
몇번이나 거울보며 웃는 연습을 했어.
마음은 찢어지는데.
'민해솔 첫번째 사진전.
memory.(기억)'
북적거리는 사람들.
적응이 안돼.
꽃다발을 쥐고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건물 벽에는 해솔이가 찍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그 사진들 볼 여유가 없이.
네가 보여.
사람들 속에서 웃고 있는 네가.
걷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수없이 웃는 연습을 했는데
천천히 굳어가는 안면근육.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
서둘러 눈물을 떨구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려 힘을 주었다.
"..민해솔."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네 모습.
입가에 띄고 있던 그 미소가
서서히 사라진다.
"오..은채."
발걸음이 빨라지고
곧 내 눈 앞에 그 사람이 서있다.
5년동안
많이 변했다.
사진이랑 똑같네.
혜수야.
해솔이, 사진이랑 똑같이 멋있어 졌어.
아니, 더 멋있어졌네.
"오랜만이다. 5년..만인가? 사진전도 열고 멋있어 졌네."
들고있던 꽃다발을 해솔이에게 건내주었다.
가만히 꽃다발을 응시하는 해솔이.
그리고 곧 꽃다발을 품에 안고
5년 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 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마음이 찢어질듯 아프다.
"넌 살 쪘네. 잘 지내 보인다."
다행이다.
네 눈에 그렇게 보여서..정말 다행이야.
"사진..찍는 줄 몰랐어."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거였어."
"유학간거니?"
"..응.뉴욕에. 원래 갈 계획은 없었어.누구 때문에."
.....
내 눈과 마주치는 해솔이의 그 떨림없는 두 눈.
뉴욕가서 성공해서 축하해.
뉴욕에서 네가 하고싶은 일 하면서 성공해서 정말 축하해.
정말..축하해.
진작에 헤어졌어야 한거였나봐.
"딴데서..이야기 할래?"
"아니. 지금 바빠서.미안."
결혼은 했니.
사귀는 여자는 있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랑하는 사람 생겼니.
어머님 말씀은 잘 듣고있는거니.
다시 뉴욕으로 갈거니.
실은 너한테 싫증이 나서 헤어진거 아냐.
딴남자 애 가진거 아니야.
민해솔 애 가진거야. 네 애야.
할말..너무 많은데.
"아직도..내가 싫니?"
부들떨려오는 손.
5년전과 똑같이 차갑게 식은 민해솔의 눈.
"..네가 싫다.네 얼굴 보는거 아직 힘들다."
눈물 흘리면 안돼.
마음 아픈 표정 지으면 안돼.
천천히 억지로 또 미소를 지어.
제발.
그렇게 쳐다보지마.
해솔아. 지친표정으로 날 보지마.
"엄마~~..!!!!"
커진 해솔이의 두 눈.
떨리던 심정이 크게 고동친다.
두근.두근.
해솔이의 두 눈은 내 어깨 너머로 향해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눈물이 떨어졌다.
"..은솔아."
"엄마!"
내 품으로 쪼르르, 뛰어오는 꼬맹이. 우리..은솔이.
은솔이 뒤로
민석씨가 보인다.
"미안. 은솔이가 계속 엄마보고 싶다고 울어서."
뒤로 고개를 돌릴..엄두가 안난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니.
민석씨의 두 눈은 내 뒤로 해솔이에게 향해있고.
민석씨는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보았는지 곧 은솔이를 품에 안았다.
"은솔이. 이리와. 엄마 친구 만나잖아. 착하지.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엄마! 빨리나와. 웅?"
"응.엄마..좀있다 갈게. 나가서 있어. 우리 착한 아들."
"알쪄.빨리와!"
해솔이와 똑같은 웃음을 짓고서
민석씨의 품에 안기는 은솔이.
민석씨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은솔이와 다시 밖으로 향했다.
"..애..낳았구나."
등뒤로 들리는 해솔이의 떨리는 목소리.
두손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미소를 지으며 해솔이와 마주섰다.
"응. 은솔이야. 민..은솔. 5살이야."
너랑 똑같지.
네 눈, 네 입술.
네 웃음.
너처럼 귓볼에 점있는 거 까지.
쏙 닮았어.
오은채의 은, 민해솔의 솔.
네 성 따서 민은솔.
멋있지.
"..너 닮았다."
너랑 더 닮았어.
"나 가야겠다. 은솔이 때문에. 사진전,축하해."
"..은채.야."
"..응..?"
"아니.아니야. 고맙다..잘가."
"응..안녕."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젠 정말 바이를 해야할 그 사람에게.
이젠 잊을 수 있을거같애.
널.
그래도
'행복해'라는 말 못해줘서 미안해.
더 나 싫어하겠다.
미안.
미안해.
"엄마..울어?웅??"
"으응..아냐. 엄마가 왜 울어."
"울디마.엄마. 은솔이가 있자나!"
"응응. 우리 아들. 이리와."
"사랑해.엄마."
"응.울엄마도 사랑해. 은솔아."
끝까지 너에게 싫은 여자가 되어버려서.
마음이 아파.
5년동안 고민을 해왔어.
너에게 말하고 싶었어.
은솔이 네 애라고.
널 사랑한다고.
오늘 너 웃는거 보니깐 마음이 아프다.
성공한 널 보니깐 그래도 기뻐.
이대로 지내는게 더 좋을 거 같애.
잊을게.
오늘 얼굴 평생 마음속에만 담아둘게.
우리 꼬맹이랑 둘이 행복하게 살게.웃으면서.
안녕.
내 사랑.
<어제 '황금신부'마지막회를 보다가
영수랑 세미 재회장면보고 필받아서 쓴 소설이에요(부끄)>
첫댓글 엇저도황금신부애청자에요!어제마지막회슬펐어요ㅠㅠ소설도너무 슬퍼요ㅠㅠㅠ번외!!!번외!!써주세요!
아감사합니다^_^~네에*^>^*번외써야져!
번외볼라고 다시 읽었는데!봐도봐도 안질려요ㅠㅠ
감사함니다^_^
why!!!!!!!!!!!!!!!!!!!!!!!!!!!!!!!!!!!!!!!!!해솔이와 은채가 왜이렇게 엇갈렸을까요~? 그리고 은채는 아기를 가졌을까요.....*^^* 아우 부끄져 전 사실 황금신부를 안보는.......아하하하 전 만화랑 소설이 더 재밌다는 <퍽퍽퍽 요거요거 번외...나가쭈세요>_<!! 아잉~ < 퍽퍽퍽 으허헛 부끄럽네요 은솔이는 커서 어떻게 될찌!!!!!!! 아버지인 해솔이에게 복수의 칼날을....!!!!!<퍽퍽 으헝흐어....죄송해요 해솔이와 은채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떠요!!!! 그리고 혜수가 참......사투리가 정있네요 님도 부샨샤람~?히히히ㅣ히히히히 전 부샨사람 입니더~<응? 히히 많이 기다린 만큼 좋은 소설 들고 와주셔서 감사해요~뿅
저경상도여자랍니다*(__)*늘빵빵한감상글!wow정말감사드려요번외써야져!^>^
번외있는거죠?ㅇ_ㅇ??그렇게 믿습니다.
번외!기다려주세요^>^~감사합니다!
번외!!!!....둘이 이어지게 해줘여
번외기다려주세요*^>^*해피엔딩..유훗!감사합니다~
엇…제가전에쓰려던장편소재랑똑같아여!!!!!!!뭐,지금은머릿속에서날아간지오래됐지만ㅋㅋㅋㅋㅋㅋㅋ우린뭔가통하는게있나봐요!ㅋㅋㅋㅋ아우증말에몽씨이렇게계속소설잘쓰시면미워할꺼야ㅠㅠㅠ
앗특별판님이랑저랑통했..wow님이랑통하니막기분이좋네요ㅋㅋㅋㅋㅋ..ㅋㅎ특별판님소설잘보고있어요*^>^*!님이저보다짱이시져!ㅠ>ㅠ~따봉!님이짱이시긔ㅋㅋㅎ
번외~ 기다리고 있을게요>< 보다가 은채...였나? 쨋든 은채 따라 울뻔했어요~ 번외편에선.... 암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함니다^>^~번외기다려주세요기대에못미칠수도있지만ㅠ>ㅠ 복받으세요~
ㅠ0ㅠ자기아들도못알아보고성도민씨라고알려줬는데ㅠㅠㅠㅠㅠㅠ
후후번외기다려주세요^>^감사함니다!복받으세요~
흑흑 눈치좀 채지.나빴어요.번외기다릴게요.ㅋㅋ
네번외기다려주세요*^.^*감사합니다~복받으세요^>^!
안돼ㅠㅠㅠㅠㅠ번외주세요ㅠㅠㅠ뭐야 왜이렇게 눈치가없어ㅠㅠㅠ자기아들도 못알아보고ㅠㅠㅠ
ㅠㅠ읽어주셔서감사해요~~
둘이 잘됬으면 좋겠어요 ㅠㅠ 지금 번외 읽으러 가요 ㅠ
번외고고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