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
동지 섣달 추위야
어쩔수 없지만,
기억속에 설날은 찬바람이
유난히 쌩쌩불고 추웠다.
섣달 그믐날 아침 출근길.
다른 여늬해에 비해 포근한 날씨탓에
수다쟁이 참새들의 재잘거림이
상큼하여 봄이 오는건 아닌가하는
막연한 기대가 괜한 설레임으로
자신도 모르게 한결 발걸움이 가벼워졌다.
일주일 동안 지하 식품매장 입구에서
설맞이 의류행사 하고있다.
임시 가판대를 만들어 건과류와 생필품
그리고 실한 과일로 구성된 선물상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정성이 가득 들어있다.
한복 곱게 차려 입은 판매사원들의
고운 자태가 명절 분위기를 한층
고조 시키고있다.
선물 사러 나온 고객들의 표정속에서
설날의 풍성한 분위기는 느낄수 없지만,
그들의 밀고가는 카트 속 선물 꾸러미는
그들의 마음이리니
마음이 먼저 설날을 맞이 하나 보다.
새하얀 튀밥 잘게 부셔 소복하게 묻혀있는
손가락 산자 봉지를 직원들이 맛있다며
너도나도 두어개씩 집어든다.
찹쌀가루 반죽하여 들기름에 튀겨내어
조청 듬뿍 묻혀 쌀 튀밥 고명으로
소복하게 얹은 산자는 할머니께서 특별하게
잘 만드셨던 간식이다.
어미 일찍 여윈 장손녀가 따님 한분없는
할머님께는 딸같았는지 무던히도 애지중지
아끼셨다.
할머니 살아생전 자주 찾아 뵙지 못하고
효도 한번 못한게 한으로 남아
두고두고 후회하리라는 것을
예전에는 미쳐 몰랐다.
어찌 생각하면 덧없는게
우리네 인생이거늘
유난히도 포근했던 설달 그믐같이
개들의 생일인 병술년에는
포근한 정이 넘쳐 흐르는 한해 이기를.....
06.1.28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