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과학자’ 키울 과기의전원 설립 속도낼듯
[의대 정원 확대 추진]
KAIST-포스텍 설립 의지에도
의료계 반대-의대 정원 묶여 좌절
尹정부, 120대 국정과제로 추진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궤도에 오르지 못했던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KAIST와 포스텍은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해 과기의전원이 필요하다며 설립 의지를 밝혀왔다. 의사 과학자란 의사이면서 과학자로, 임상뿐 아니라 과학·공학 영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연구자다. 신약 개발이나 바이오 분야에서 주로 활동한다. 앞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 및 치료할 미래를 위해 의사 과학자를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의사 과학자 양성’은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달 KAIST는 2026년부터 의사 자격이 없는 일반 학생을 모집해 4년간 의무석사 과정과 추가 4년의 박사 과정을 거치게 하는 과기의전원 설립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의무석사 과정에선 기초 임상 및 공학을, 박사 과정에서는 깊이 있는 과학 및 공학 과정 등을 습득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포스텍도 2021년 난치병, 인공장기 등을 연구하는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연구 중심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과기의전원 정원 역시 의대 정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17년 동안 의대 정원(3058명)이 동결된 현 상황에서는 설립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KAIST는 2004년부터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해 184명의 의사 과학자를 길러냈지만 이들은 모두 의대를 졸업하고 KAIST에 입학해 공학을 공부했다.
의료계는 “새로운 의대를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과기의전원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과기의전원을 졸업한 사람이 미용 분야 의사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의사가 보건의료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의료 분야 투자가 열악한 상황에선 공학을 전공한 의사도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의사로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에서 의대 졸업생 중 의사 과학자를 선택하는 비율은 1% 미만에 그친다.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