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동해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우리말 교가를 모두 불렀다는 뿌듯한 소식이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오전 10시 간토다이이치고와 우승을 다투는데 "우리 조상" 같은 우리말이 들어간 교가가 공영방송 NHK 생중계를 통해 일본 전역에 다시 울려퍼질지 관심을 모은다. 내친 김에 우승해 재연했으면 하는 바람인데 일부 국내 언론은 경기에 앞서 양쪽 고교 교가가 모두 연주되고 불린다고 했다.
1915년 창설된 고시엔은 올해 106회째를 맞이한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인데 학교의 교가를 들려주는 전통이 있다. NHK는 본선 경기를 모두 생중계하고 있어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승전고를 울린 후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꾸준히 전파를 타 왔다.
재일교포들은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는 1958년 대한민국 정부의 인가를 받고, 2003년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학교 인가까지 받아 교토 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 기준 교토 국제고에는 모두 160여명의 학생(중학교 포함)이 재학하고 있다. 소규모 한국계 학교로서 현재 전체 학생의 30%가량이 한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부원들도 모두 일본 국적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선수들이 우리말 가사의 교가를 함께 부른다니 특이한 일이긴 하다.
교토 국제고는 21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본선 4강에서 아오모리 야마다고를 3-2로 꺾었다. 선발 투수 나가자키 루이가 4이닝 동안 2점을 내줬으나 두 번째 투수 니시무라 이쓰키가 5이닝 무실점으로 버티며 승리를 이끌었다.
1999년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한 교토 국제고는 2021년 처음 고시엔 본선에 진출하는 기쁨을 만끽한 뒤 4강까지 올랐고, 올해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감격을 맛봤다.
그런데 불편한 점이 한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고교생 선수들이 모두 삭발한 듯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모습이었다. 교토국제고 선수들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8강전 상대 일본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위 사진은 교토국제고가 지난 17일 예선 3차전을 4-0 완승으로 장식한 뒤 교가를 함께 부르는 모습이다. 좋게 말하면 혼연일체로 이기겠다는 강한 승부의식이 느껴지고, 조금 신랄하게 지적하자면 일사불란, 다시 말해 집단주의 교육 문화의 잔재가 읽힌다. 우리 고교에서는 식민 문화의 잔재를 부분적으로나마 털어냈는데, 아직도 일본 고교 야구부에는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은가 하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결이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서울신문 온라인에 21일 오전 게재된 아래 기사와 연결되는 대목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야구부 선수들이 승리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한 삭발과 고집스레 체벌은 좋은 것이라고 우격다짐으로 강변하는 교장 발언이 어떻게 연결되느냐, 지나친 비약이라고 질타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의 냄새가 나란히 묻어난다는 것이 적어도 내 판단이다.
두 번째로 불편한 것은 같은 날 조선일보의 칼럼이다.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NHK는 교토국제고 교가에 일본어 자막을 붙이면서 고유명사 '동해'를 '동쪽의 바다'로 표기해 국내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이 많았다. 교토국제고의 선전 기사를 보고 '국뽕 지린다' 같은 댓글이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 기사에 '일본에서 왜 한국어 교가를 부르나' '교육법 위반이다' 같은 댓글도 달린다. 일본의 극우 세력들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혐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교토국제고가 짧은 기간 이렇게 우승을 노릴 정도로 전력이 급상승한 비결이 궁금했는데 아직 이런 기사를 보지 못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일본 청소년들이 야구부 하나만 보고 이 학교 입학을 바란다는 얘기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혹시 우리 고교 야구처럼 저변이 무너지는 현상 덕분(?)은 아닐까 짐작해 보는데 이런 분석 기사도 우승한 뒤에 나와 함께 그 의미를 곱씹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