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우리는 로켓맨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35호(2022.10.15.)
고정환(항공공학85-89) 동문 외 / 김영사
누리호 개발한 로켓맨의 최초 한국 우주개발사
작년 6월 21일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위성발사체 발사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실용급 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춘 7번째 나라가 됐다.
신간 ‘우리는 로켓맨’은 1988년부터 2022년에 이르는 한국 우주 개발사의 주요 순간을 최초로 정리한 책이다. 항공우주연구원 창립 멤버이자 2014년 항우연 10대 원장을 지내면서 나로호 개발·발사를 총괄한 조광래 연구원과 2015년부터 누리호 개발 총괄을 맡아 이끈 고정환 연구원이 썼다.
1988년 미국 우주연구소에 무작정 파견을 나가 로켓공학을 배우고, 우주센터 최적의 입지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 사연.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우주기술 선진국들의 협력 거절을 뒤로하고 만난 러시아와의 인연. 로켓 완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겠다는 러시아의 제안을 물리치고 기술 확보를 위해 자력 개발을 추진한 고집. 마침내 기초적인 볼트와 너트부터 우주로켓 핵심 기술인 킥모터와 페어링까지 순전히 우리 힘으로 만들어낸 연구원들의 치열하고 처절한 연구 기록 등 과학자로서의 사명으로 30여 년간 묵묵히 연구에 매진해온 로켓맨들의 감동 실화가 펼쳐진다.
1993년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로켓 KSR-Ⅲ 발사 이래 약 30년이 지난 지금 나로호와 누리호 성공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자력 우주발사체 보유 여부는 그 나라의 국제적 영향력을 크게 바꾼다. 개인이 체감하기는 어렵겠지만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이는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VIP 티켓과 다르지 않다. 스스로 우주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나라의 국격은 극적으로 변화한다.
그런 면에서 나로호와 누리호의 성공은 세계적 임팩트를 준 사건이다. 특히 나로호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인도, 일본, 중국에 이어 1톤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미국 주도로 진행 중인 국제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 2021년 아르테미스 계획 협정에 10번째 국가로 서명할 수 있었던 것도 우주 강국으로서 높아진 위상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로켓 발사를 큰 이벤트가 아니라 늘 하는 일상적인 일로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항우연 연구원들은, 우리나라, 나아가 인류의 미래가 우주개발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에 자신들의 사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기술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되며 일단 멈추면 퇴보하고 만다. 우리에겐 반드시 가야 할 누리호 ‘그다음’이 있다. 더 넓고 더 먼 우주로 영토를 확장하려면 더 크고 더 힘센 차세대 발사체가 필요하다. 물론 ‘그다음’의 길에도 견디기 힘든 시련과 역경이 놓여 있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로켓맨에게 포기란 없다”고 우주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