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풍선 외 1편
원성은
시끄러운 앵무새 한 마리 때문에 불면을 앓는 사람들,
이 동네에서 가장 현명한 학자가 박제사를 데리러 바다를 건넜다는 소문
팝, 하고 발음해보면
아주 커다랗게 부푼 풍선이 터지는 소리가 난다
휴식을 모르는 부리가 충혈된 채
팔월 정오의 태양을 물고 있다
한 방울도 뱉지 않으려고 했는데, 붉은 방울들
울음과 노래가 구분되지 않을 때쯤
박제사가 도착했고 흉하게 뻗친 깃털들을 뽑아갔다
햇빛에 노출되어 창백하게 타들어간
단상은 텅 비어버렸고 관객의 기다림만이 지속되는
휴가, 매미의 울음소리
새는 무대 위의 배우가 될지 관객석의 박수 소리가 될지 고민한다 그때, 새는 관찰자가 아니었고 살아 있었다
여름은 이미 끝나 있었는데
이방인
식은 총구 안에 팔월의 태양을 장전시킨 후였습니다
아무도, 고아의 난잡한 연애 감정이나 해변의 낮잠이 휴식이 아니라 기절의 형식이란 건 몰라요
덧칠하지 않아도 이미 위협적인
무더위를 형광펜으로 죽죽, 눈부시게 중언부언 중입니다
슬픈 외국어를 강조합니다
심장이 고자질하면서 떨군 붉은 눈물방울들, 결 고운 백사장 속에 숨은 깨진 초록색 유리 조각
얼굴이 빨간 아이는 울음을 참을 때 가장 우스꽝스럽고 무서운 표정이 됩니다
울리는 데에는 재능이 없습니다 어느 공포 영화 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 이외의 공포 영화를 못 봐요
파도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서 이 격렬한 만조의 페이지를 완성시켜주세요 떠나겠습니다
붉고 캄캄한 해저터널이라고 거대함이나 추위 같은 것에 익숙해지고 싶었습니까
날개에게 낯설고 두려운 중력을 심장이 선뜻 허락해버리는 발칙한 침잠, 그것을
고아라고 일찍 학습하고 싶었겠습니까
여름은 언제나 이번 여름 한 번뿐이라서, 한밤중 해변에서 혼자 깔깔거리는 영악한 폭죽놀이라서
역사를 도둑맞은 태양이
고래의 배 속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중입니다 끈적거립니다
혓바닥이 볼에 덴 듯이 뜨겁습니까?
뗏목 위에 길게 누운 그의 낮잠이 기절의 형식이란 건 아무도 몰라요
그것이 무더위의 기만적인 맥박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몸부림이라는 것은, 아무도
그 새의 이름을 영원히 모른 채 고아가 예외 없이 총을 쏘아버리는 결말,
다만 중력을 망각한 깃털처럼 천진해지고 싶었습니다 날아오르고 싶었어요
이래도, 고백은 형식의 문제입니까
그렇다면, 폭발 직전의 태양이 아주 신 자몽처럼 쥐어짜낸 눈물이나 대단원을 체념한 달의 소름끼치는 미소 같은 이분법은 어떻습니까
여기까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인칭의 첫 문장을 쓰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 원성은 시집, 『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 (아침달 / 2021)
원성은
대구 출생. 2016년 《문예중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