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과대망상)
옛날 옛적 사향노루는 숲속 깊은 곳에서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고고하게 살아왔다.
사향노루는 이런 고상한 향기를 풍기는 자신을 선택된 존재라고 굳게 믿고 이 향기를 자랑하기 위해 숲속을 으시대며 누비고 다녔다.
숲속에서 알만한 동물들은 다 알게 되자 급기야 더 넓은 세상으로 내려가기로 결심 했다.
"이 고결한 향기를 온 세상에 퍼뜨릴거야!"
사향노루는 험준한 고개를 넘고 개울을 건너, 마침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에 서서 아래를 굽어보며 크게 기지개를 폈다.
그때, "휙~" 하며 화살 하나가 사향노루의 목덜미에 날라와 박혔다.
사향노루는 코끝에 맴도는 그 고상한 향기를 느끼며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절벽 아래로 달려온 사람들은 노루 같으면서도 노루가 아닌 이 희귀한 동물을 활로 잡았다고 하여 궁(弓)노루라고 부르고, 향기가 나는 배꼽 밑의 혹 같은 주머니도 사슴 록(鹿) 밑에 활 사(射)를 붙혀서 사향(麝香)이라 했다 한다.
알고보면 사향노루의 이향기는 배꼽 안쪽에 있는 향낭에서 풍기는 것으로 발정기에 암컷을 자극하여 교미에 이르기 위한 생리적 분비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고 난 후 세인트헬레나라는 작은 섬에서 고립된 생활을 했다.
패배의 절망감을 떨쳐내지 못한 나폴레옹은 너무 우울해 자살을 결심했다.
그는 자신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라 보통 사람의 치사량에 해당하는 독약으로는 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일반인 치사량의 여섯 배에 달하는 독약을 삼켰다.
그러나 오히려 너무 많은 량의 독약이 위장에 들어 가자 그의 몸은 거부 반응을 일으켜, 삼켰던 모든 독약을 토해내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나폴레옹은 독약을 토하고 나서도 이렇게 생각했다.
"이 정도의 독약으로도 죽지 않는 것을 보니, 역시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
이런 경우를 자기과대 평가, 혹은 과대망상이라고 한다.
실제로 나폴레옹은 가벼운 과대망상증 환자였고, 그런 과대망상이 정복전쟁을 가능하게 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제국을 세우고 전쟁에서 승리하여 유럽의 많은 영토를 지배했다. 그는 자신을 위대한 지도자로 자부하며, 자신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과대망상은 실수와 패배를 초래하기도 했다.
알랙산더의 어머니 올림피아스는 항상 알랙산더가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주장했고, 알랙산더는 자신을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며, 신성한 자격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그의 측근들에 의하면 적어도 그는 스스로가 신이 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알렉산더는 숱한 전투에서 불사신처럼 살아남으면서 차츰 스스로를 신격화하는 과대망상에 빠져들어 갔고, 특히 말년에 절친한 친구이자 참모인 헤파이스티온의 죽음 이후 과대망상 증세를 뚜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알렉산더의 일생은 확장적인 제국을 건설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등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맹목적인 정복욕은 그의 과대망상적인 자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는 견해가 많다.
줄리어스 시저도 로마 제국을 확장하고 로마의 정치적 지도자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 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 역시 자신을 로마의 구원자로 여기며, 신적인 존재로서의 역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부심과 과대망상은 결국 그를 암살의 대상으로 이끌었다.
1934년 미국 중앙 정보국(CIA)의 전신에 해당하는 전략 첩보국(OSS : Office of Strategic Services)은 정신 분석학자이자 하버드 대학 교수인 헨리 머레이(Henry Murray)에게 아돌프 히틀러의 성격 분석을 의뢰하고, 그 행동을 예측하려고 했다.
229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머레이씨는 히틀러는 "보통의 인간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한 과대 망상적 인격 파탄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히틀러의 과대망상은 오천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기록한 2차대전의 주범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인물들의 과대망상은 그들의 업적과 권력에 대한 자기 중심적인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과대망상은 종종 큰 성취와 업적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실수와 오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처럼 역사적 영웅들의 과대망상은 인간의 복잡성과 역설성을 설명하는 사례로 종종 활용헤 왔다.
그러나 언뜻 부정적 뉘앙스를 가지는 과대망상이 인류의 문명과 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의 우주 탐사는 인류의 과대망상과 비전이 현실로 이뤄지는 좋은 예이다.
예를 들어, 달에 사람을 보내고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지만, 인류는 이를 실현시켰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상상력과 과대망상을 통해 상대성 이론을 개발했다.
이는 과학적 발견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으며, 우리가 현재까지의 물리학적 이해를 크게 바꾸었다.
스마트폰은 처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통신기계였지만, 인간의 과대망상은 이를 실현시키고 현재 우리 삶의 필수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많은 혁신적인 기술은 비현실적인 아이디어와 비전에서 출발하였다.
이렇듯 기술 혁신에도 과대망상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술과 문화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영역이고 나아가 과대망상의 표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가들은 비현실적인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통해 비범한 작품을 창조하며, 이를 통해 사회에 영감과 감동을 전달한다.
결국 과대망상은 인류의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패망의 길로 인도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과대망상은 항상 현실적인 제약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상상력을 가지고 가능성을 모색하면서도 현실적인 조건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오늘은 별밭골 텃밭에 가을농사를 짓기위해 밭을 만들어서 무우랑 배추, 가을 감자를 심어야 한다.
먼저, 봄감자를 파낸 밭에 로타리를 치고 이랑을 만들어 멀칭을 해야 하는데, 관리기를 가져와 작업을 해주기로 한 후배가 갑자기 코로나에 걸려 못오게 되었다.
하는수없이 모든 작업을 삽과 괭이로 직접, 원시적 방법으로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밭이라고는 하지만 수확하지 않은 고구마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을 제외하면 삼사십 평에 불과한데 삽질과 괭이질이 너무 힘들다.
옛날 연부역강할 시절에는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지치지 않았는데, 이제는 십여분 일하면 이십여분 쉬어야 한다.
그것도 뜨거운 낮시간을 피해, 시원한 아침이나 저녁 나절, 불과 두 세시간 정도 밖에 일을 할 수가 없다.
옛날에는 가능했던 일들이 이제는 점점 불가능해진다.
옛날에는 과대망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과대망상이 아닌 것들이 많은데, 요즘 나에게는 과대망상이 아니던 것이 과대망상으로 되어가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세월이란 놈은 참 괴이하고 요상하다.
지리산 별밭골에서 池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