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23> 못다 한 사랑
중국해양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어의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운지 물었던 적이 있다.
첫째는 띄어쓰기 규칙,
둘째는 사이시옷 용법,
셋째는 존댓말 활용이라고 답했다.
이 세 가지는 중국 학생들에게만 어려운 부분이 아니다.
어쩌면 한국어를 일상으로 쓰는 한국인에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①못다한 사랑 ②못 다한 사랑 ③못다 한 사랑 ④못 다 한 사랑 중 어느 표현이 맞을까?
이유는?
어느 CF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 “난감하네”가 아니길 바란다.
정답은 ‘③못다 한 사랑’이다.
여기서 ‘못다’는 부사로 뒤따르는 관형어 ‘한’을 꾸민다.
물론 관형어 ‘한’은 기본형 ‘하다’의 어간 ‘하-’에 전성어미 ‘-ㄴ’이 결합된 관형사형이다.
이참에 생각나는 ‘고칠 거리’로 문서에 자주 등장하는 몇몇 난감한 띄어쓰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동안, 그중, 그다음, 오래전, 관리하에, 법률상, 제4차’ 같은 표현은 죄다 붙여 써야 하고
‘이 같은’과 ‘너만 한’은 띄어 써야 한다.
한국어문교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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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24> 옳음과 바름 사이
오래전 필자가 어느 외국인과 통화하면서 난감했던 적이 있다.
“I watched a film, yesterday(나 어제 영화 봤어)”라고 호기롭게 한 문장 날렸는데
상대편에서 “Watched what?”이라고 했으니,
상대 외국인이 필자가 똑똑하게 발음한 ‘필름(film)’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에프-아이-엘-엠’이라 했더니 ‘아, 프이염’이란 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렸다.
‘올바름’은 옳고 바름을 아우르는 말이다. ‘
옳음’은 사리에 맞음을 뜻하는 말이며 ‘바름’은 규범이나 사리에 맞음을 뜻하는 말이다.
‘옳음’의 반대말은 ‘그름’이며 ‘바름’의 반대말은 ‘틀림’이다.
어쩌면 ‘프이염’이 ‘옳음’이고 ‘필름’이 ‘바름’이라는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진짜 발음이 옳음이라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는 바름일 수 있으니까.
글을 쓸 때는 바름을 지향하는 것이 바로 옳은 방법이다.
그래야 교열사의 ‘딸기밭(적색 펜 수정 흔적)’을 피할 수 있다.
한국어문교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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