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신경림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덧붙임
“결혼에 대한 많은 비유가 존재하지만,
나는 종종 하나의 나침반을 들고
함께 걷는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나침반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나서야
비로소 더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고 멈춘다.
그러므로 흔들리지 않고 멈춘
나침반은 고장 난 나침반이다.
부부 역시 방향을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가는 존재들 아닐까.”
-백영옥(소설가)-
천주교 신부님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고된 수도생활이
결혼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나’나 ‘너’가 아닌
‘우리’의 정체성을 만든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 신도들이 서로 한마음되는 것도
공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로 소리를 내면서 그 소리가 째지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가 서로 하모니를 이룰 때 수행은 되는 것이다.
수행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