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뿐 아니라 유럽까지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상황에서 미국만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선진국들은 올해 0%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성장률은 3%대에 육박할 예정이다. 이런 미국 예외주의가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IMF는 10월에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선진국 평균인 1.8%를 크게 웃돈다. 내년에도 역시 미국의 성장 전망이 2.2%로 선진국 평균 전망인 1.8%를 웃돈다. 경제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제규모 1위인 미국은 이런 법칙의 예외가 됐다.
이에 반해 다른 주요국 경제에는 그늘이 짙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 부진과 청년 실업률 상승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4.6%를 기록해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인 5%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IMF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4.5%, 2029년에는 3.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0.2%로 낮췄다. 현실이 될 경우 지난해 0.1%에 이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일본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에 빠졌다. 임금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고 내수는 부진하다.
경제가 미국만 좋은 주된 이유는 우선 자산 쏠림이 꼽힌다. 미국이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KOTRA 워싱턴무역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미 상무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 1조 2810억 달러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9%를 차지했다. 2위인 중국의 14.1%를 크게 웃돈다. 이는 '미국 내 자금조달→설비투자 확대→생산 증가→경기 활성화'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달러의 힘을 바탕으로 한 재정확장 정책도 미국 경제성장의 배경이다. 미국의 2024년도 재정적자 규모는 1조 8330억 달러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6.2%에 이른다.
미국의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120%를 넘었지만 기축통화인 달러 지위를 통해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달러 가치는 높게 형성되고 국채 수요도 풍부하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바이 아메리카'가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미국 예외주의'는 계속될 예정이다. 다만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거나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미국의 경제 호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