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문화생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너의 모든 계절을 사랑해]

출처 :여성시대 너의 모든 계절을 사랑해

스무살이란 원래 막막하라고 있는 나이 같았다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전경린

주섬주섬 먼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내 청춘이.

슬픈 속도/김주대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 누워서만 울 수 있는 어른이 됐다.

말하자면 좋은 사람/정이현

어린 시절엔 말야

내가 꿈꾸는 것은 뭐든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뜀틀을 못 넘기도 하고

모두 대답할 줄 아는 문제를 혼자만 모르기도 하고

점점 인생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지.

어른이 될수록 인생이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이 보여.

29세의 크리스마스/카마타 토시오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몸은 조금씩 노화의 징후를 보이는데,

마음은 여전히 말랑해서 작은 스침에도 쉽게 상처가 난다.

어쩌다 어른/이영희

인생이 한 권의 소설이라면

우리의 페이지는 작가의 말을 읽는 중일까.

아니면 쓰는 중일까.

날짜 없음/장은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완전히 겁을 먹고 있었다.

가장 두려웠던건,

내 두려움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뭘 두려워하는거지?

아마도 그걸 찾는데 난 젊음을 통째로 소모하고 있다.

풀에 눕는다/김사과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내게 무해한 사람/최은영

어제는 미래를 상상했고,

오늘은 오늘을 경험했고,

내일은 내일을 후회했다.

시간은 빛이 달아나는 속도처럼 빠르거나

빛이 불어나는 속도처럼 더 빨랐다.

졸업시즌/오은

그는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그 때 그곳에서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나날들을 통과해 나왔을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신경숙

다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할 수 없는 수천가지 이유를 댄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에는 그 일을 해야 할 단 한가지 이유만 있으면 된다.

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노진희

언젠가부터 나는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천천히 시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뭐든 무리하게 바꾸려면 너무나 큰 수고로움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 걸 각오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

좋든 나쁘든 모든 게 내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내가 선택했으므로 내 것이 된 것들. 그것들이 지금의 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과거나 미래 같은, 지금 있지도 않은 것들이

고개를 빼고 두리번거리는 동안 허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그런 후회는 언제나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들의 몫일지도 모른다.

딸에 대하여/김혜진

버티지 못한다고 비겁자는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이다.

익숙한 새벽 세시/오지은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천사가 엄마 뱃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 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눌렀고

그때 내 입술 위에 인중이 생겼다.

인중을 긁적거리며/심보선

나는 온전한 외로움, 텅 빈 허공, 떠도는 구름.

나는 무심한 바람, 기슭에 닿지 못할 파도,

물 위에 밀려올려진 빈 조개 껍질.

나는 지붕 없는 오두막 비치는 달빛,

언덕 위 헐리운 무덤 속의 잊혀진 사자,

우주 밖으로 흘러가는 작아지는 별.

사랑받지 못하여/캐들린 레인

"Sunshine is delicious, rain is refreshing, wind braces up,

snow is exhilarating ; there is no such thing as bad weather,

only different kinds of good weather."

"햇볕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힘을 돋우며,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

John Ruskin

행복은 자기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

다른 존재들에게 행복을 구걸하지 마라.

또한, 미래나 과거에서도 행복을 구하지 마라.

지금 현재의 그대에게 행복은 있다.

너도 많이 힘들구나/백정미

나는 남에게 걱정을 끼치는 게 싫어서 걱정이 많다 나를 걱정시키는 사람이 있어 잠 못 드는 밤이 있으나, 또 그런 나의 불면을 걱정하는 오랜 사람이 있어 나는 걱정이 많다 그래, 걱정은 몰래 하는 일이 되었다 주머니 속의 걱정을 만지작거리는 습관, 먼 데를 바라보며 그러는 습성이 병처럼 깊었다 지치도록 봄날도 깊었다 해저무는 마음의 골짜기로 저녁바람이 분다 바람의 뒤편에는 발끝 저린 노을, 걱정 말라고 발등을 쓸며 어둠이 온다 잠시 무심하고 적막하고 따스하다 그 사이를 바람이 불고 또 걱정이 보챈다 해찰이 길었다 걱정을 데리고 집으로 갈 시간이다 오늘밤도 나는 나 혼자가 아니어서 밤이, 더디게, 지날 것이다

우화(寓話)/오성일

"우울하게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걱정이나 불안으로 보내기엔 오늘도 짧다.

들판의 데이지가 아름답고 저녁 밤하늘이 반짝이지 않던가."

동화작가 타샤투더

망가져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지금 지옥에 있어도 괜찮아요.

영원히 거기 있을 거 아니니까.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김현진

정말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에요.

하지만 언젠가 한번은 그런 일이 생길 거에요.

꿈의 노벨레/아르투어 슈니틀러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발버둥 쳤으나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별은 너에게로/박노해

딱 한가지 하고 싶은 말은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당신 자신이 되세요." 입니다.

그것이 여러분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니까요.

어른이 된다는 건/요시모토 바나나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삼십세/최승자

[쿠키키쿠]

문구들 진짜 좋다 ㅠㅠ...다이어리에 필사했어

[밥먹고누웠지또누웠지]

올해 서른되었는데 마지막 문구 참 와닿는다

[국립국어연구원]

여시 덕분에 따뜻한 밤이다 고마워 ㅠ

[Nobleness]

글 너무 좋다ㅠㅠ다이어리에 적어놔야지~

[배고파 증맬루]

위로받고 갑니다

[다이루어져라2019]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환기]

이게 문학의 맛인가봐

[제니퍼러랜그]

고마워ㅠㅠㅠ 올해 서른 되고 일이 잘 풀리지않아 답답했는데 잠시나마 위로가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