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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택 님께 |
2010년 12월 7일 (제17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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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죽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초월하려는 견고한 의지. 예술의 출발은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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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은
조병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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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은, 한 번 자리를 뜨면 뜬 그 자리엔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려니
구름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세월처럼,
인생도 세월 따라 흐르는 것이어서 그 자리엔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어라
아, 그와 같이 매일매일 순간순간이 이별이어라. 조병화, 2000.12.4. 경희의료원917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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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래 격조를 했습니다. 요즘 나는 한 2주일동안 경희대학교 의료원 한방의원 이윤호 박사에게 하루 걸러서 침을 맞고 있습니다. 구안괘사(口眼斜)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 말입니다. 안면신경에 마비가 와서 입이 좀 삐뚤어진 겁니다. 일전에 갑자기 강추위가 왔을 때, 이른 아침 사무실에 나간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하여튼 불편한 걸 참아가며 침을 계속 맞으러 다니느라고 생활 질서가 깨졌습니다. 병원에 다니는 길에 입원을 해서 한 이틀 종합진단도 받았습니다. 그 결과는 그리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주에 안과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백내장) 입원해서 병실에서 위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실로 요즘은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이별이요, 순간순간이 이별이요, 이러한 생각으로.
조병화, 『조병화 서간집- 편운재에서의 편지』, 문학수첩, p.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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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흐르는 것은
흐른다는 것은
다시 오지 못할 곳으로 간다는
뜻이지요.
아이들이 하나둘 곁은 떠납니다.
물론 또 다른 몇 아이들이 찾아오겠지요.
이렇게 산 지 벌써 서른해도 훨씬 넘겼습니다.
처음 아이들과 이별하던 날
밤새 동료들과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아이들과의 이별이
크리스마스 전후였습니다.
모두들 분위기에 들떠있는데
포장마차에서 닭똥집을 씹으며
패트김의 "이별'을 흥얼거리던 그때...
그래도 그때는 씁쓸했지만
희망이 있었습니다.
이제 흐르는 것에 집착하지 않을 겁니다.
매년 매 시간 뚝뚝 떨어져나가는 시간과 함께
주변의 모두가 그렇게 흐르고 있습니다.
멍하니 있어도 휑하니 지나는 시간이 야속(?)합니다~~~ 그 무엇에도 집착하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매년 12월이면 겪는 진통이군요.
이별에 대한 연습을 그렇게나 많이 하셨으면서도. ^^
그래도 잘 지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