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에 울컥...
2023년 5월 6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열이렛날
오늘은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 立夏)이다. 여름
절기로는 첫 번째, 24절기로는 일곱 번째로 드는
절기이다. 산골의 기후조건은 정말이지 특이하다.
세 계절을 품어안고 있는 욕심쟁이인 것 같으니...
오늘은 비가 내리지만 아침으로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 지붕을 덮고 있는 겨울의 짖궂은 심술이 아직
남아있다. 그래서 본격적인 농사는 대기상태이다.
그런가하면 햇살 퍼지면 온세상이 연두연두하고,
초록초록하며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봄이다.
그런데 절기는 뎁다 내달려 여름이 시작된다고....
참으로 아이러니한 산골의 날씨라서 하는 말이다.
이른 아침 비바람 소리에 잠을 깼다. 봄비가 내리는
것은 반갑고 고마운 것이다. 다만 농사를 시작하기
전이라서 얼마후 모종을 밭에 내다심은 다음에도
이따금씩 비를 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욕심
이다. 하늘의 뜻에 달려있겠지만 말이다. 그젯밤에
시작한 비는 어린이날인 어제도 온종일 오락가락
하더니 벌써 날수로는 사흘째 비가 내리고 있다.
예보와 달리 어제는 바람도 없고 천둥번개도 없는
그저 평범한 비내리는 날이었다. 예보를 알아채고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오늘은 엄청 거센 바람에다
빗방울 마저 꽤 굵다. 후드득거리는 빗소리는 마치
여름날에 내리는 빗소리 같다. 하긴 오늘이 절기상
입하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지금 한창 하얀꽃이 만개하여
보기좋은 팥배나무꽃이 거센 비바람에 못이겨 뽐을
내기도 전에 그만 땅바닥에 떨아지고 있다. 이런 걸
두고 꽃비가 내린다고 했던가? 어째 안스럽기까지
하다. 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촌부만의 생각일까?
비가 내려 실내가 눅눅할 것 같아 난롯불을 지폈다.
5월 초순에, 절기상으로 여름 시작이라는 입하에
난롯불을 지핀다는 것이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뭔
상관이겠는가? 비내리는 날 눅눅함보다는 이렇게
뽀송뽀송한 것이 너무 좋은데...
어제는 잠시 진입로 초입 절벽과 같은 언덕배기에
올라가 두릅을 조금 꺾어왔다. 이서방이 아내더러
단지에 피고있는 두릅을 꺾는 손맛을 보라고 하여
내려가니 아직 덜 피었다. 전날 마을 아우가 오면서
보니 두릅이 피는 것이 보였다고 하여 이서방하고
둘이 내려가 이서방은 밭가로 가고 촌부는 윗쪽을
향해 올라오며 두릅을 꺾었다. 이미 피어 억센 것도
있고 먹기에 안성맞춤인 것도 있어 제법 꺾어왔다.
갈 때는 비가 잠시 그쳤는데 갑작스레 비가 쏟아져
올 때는 비에 흠뻑젖어 비에 젖은 생쥐처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비를 맞으며 정신없이 꺾어왔다.
처제가 두릅장아찌를 담갔으면 하여 좀 억센 것은
가시를 다듬어 처제에게 모두 주고 알맞게 핀 것은
나눴다. 아내는 우리보다 둘째네 더 줘야한다면서
자꾸만 더 얹었다. 이 사람은 욕심이 없다. 아우를
배려하는 곱디고운 그 마음이 좋긴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가 아니겠는가 싶기까지 했다. 아우들을
먼저 챙기려는 언니의 마음, 그 마음이 너무 고와서
하는 하는 말이다.
어제는 비가 내리는 어린이날이라서 점심은 외식을
하자고 했다. 이상하게 바지락 칼국수 생각이 났다.
엊그제 오후 밭에 멀칭을 하며 이서방이 도와주어
쉽게 빨리 끝낼 수 있어 고마움에 바지락 칼국수를
함께 먹을까 하고 나갔으나 문을 일찍 닫아 먹지를
못했다. 비내리는 날이라 그런지 너무 맛이 좋았다.
아내는 물론 처제와 이서방도 맛있게 잘 먹어 아주
메뉴선택을 잘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칼국수집에 들어서며 울컥했다. 이 집은
지난해 작고하신 엄마(장모님)가 바지락 칼국수를
너무나 좋아하셔서 생전에 자주 갔던 집이다. 3년
전 엄마를 요양원에 모신 이후 지금껏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 집에 가면 분명 엄마 생각이 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울컥할 것이라 생각
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아내와 처제가 갔더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엄마 안부를 묻더라고 하여 그때도
자매가 엄마 생각이 나서 울컥했다고 했었다. 어디
한 곳 엄마와의 추억이 없을까마는 특히 이 칼국수
집은 엄마와의 추억이 많은 곳이다. 바지락을 건져
드리는 것을 참 잘했던 아내와 막내사위 장서방을
엄마는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그런데 이놈 촌부는
장서방처럼 살갑게 대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많이
죄송하고 후회스러워 엄마 작고하신 후 이 집 가는
것을 꺼려했다. 이번에도 주인 아주머니께서 엄마
생각이 난다면서 우리를 위로하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다보니 들어가며, 나오면서 엄마 생각이 나서
울컥했던 바지락 칼국수집이다.
첫댓글 귀한 두릅이 심심치 않게 피어 오르네요~
생명의 신비가 느껴집니다.
비 내리는 날은 바지락 칼국수가 제격이지요.
어머니와의 애환이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와 함께 전해지는듯 합니다.
즐거운 주말 맞으세요.
인근 야산에 띄엄띄엄 두릅이 자라고 있어 시기에 맞춰 채취를 합니다. 그런대로 저희 식구들 먹을 만큼은 꺾어오고 먹는 호사를 누립니다.
바지락 칼국수를 유난히 좋아하셨던 엄마 생각에 한동안 못갔습니다. 간만에 먹었더니 좋았는데 결국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혼자드시는건아니쥬
양푼이 진짜커유
슬쩍 꼽사리. 한젓가락
ㅎㅎㅎㅎㅎ
그렇지요.
넷이서 먹었습니다.
오시지 그러셨어요?ㅎㅎ
이다음 오시면 대접하겠습니다.
두릅을 사려고 했더니
너무 비싸서 들었다가 그냥 두고 나왔답니다.
튼실한 두릅을 보면서 마음만으로 침샘을 자극합니다.
자연산 두릅은 여기서도 엄청 비싸더군요. 아마 고기보다 더 비싼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저희는 야생두릅을 먹는 호사를 누립니다. 저희만 먹어 죄송하군요.
두릅이 눈에 화악 들어 오네요
그렇지요.
도시분들이 보면 눈이 번쩍하지요.
저희만 호사를 누려 송구한 마음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