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리는 팝 음악들은 거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의무에 지쳐 있거나 화가 진뜩 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메 '분기탱천 '이라는 말이 더 이울릴 듯 싶다하지만 그 어무니 분노라는 게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김정을 공유하지 않고서는 좀처럼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고 보면 요즘의 그것들은 진정한 의미의 어무나 분도 라기 보다는 일종의 유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그저 평범한 나의 삶, 사랑' 등을 나지막하게 '소근소근 얘기하는 노래를 만나면 어 편지 요즘 노래 같지 않은 느낌이 들곤한다.
도나 루이스(Donna Lewis), 그녀의 노래도 따지고 보면 그런 스타일이다. 그런 데 누가 봐도 여자의 이름 같고 그 이름만 봐도 이 여자가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이라 고 50% 정도는 짐작이 가는 가수가 그 흔한 이름을 무슨 배짱인지(?) 그대로 들고 팝계에 도전장을 냈다. 그것도 엘라니스 모리셋이니 돌로레스 오라이어든처럼 이름 도 어렵고 노래도 거의 남자들을 때려눕히고도 남을 힘이 넘치는 여걸들이 판을 치 는 이 시절에, 편하다 편한 노래들을 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도나 루이스의 노래는 이름이 주는 인상처럼 평범하고 특징없는 음악은 아니다. 한마디로 호락호락한 음 악은 아니라는 얘기다. 소근소근 속삭이는 것 같지만 천사의 옹알이처럼 듣는 이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 그리고 마냥 순정만화 같지 않은 힘있는 가사들이
그 증거다.
도나 루이스는 영국 태생이다. 싱어 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녀는 웨 일즈의 Cadini에서 태어났다. 재즈 피아니스트인 아버지 덕택에 이미 여섯살 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한 그녀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작곡들을 카세트 테입에 옮겨 녹음하는 음악소녀가 되었고 '이담에 크면' 잘나가는 스타가 되 겠다는 꿈을 그 테입들에 담곤 했었다. 대학도 웨일즈 칼리지에서 드라마와 음악을 전공했다. 그런데 이정도면 우리나라 학생 같은 경우 '강변가요제라든가 대학가요 제 같은데 출전을 하든가 아니면 웨일즈식대로라면 클럽이나 편으로 곧장 진출했을 그녀는 의외의 진로를 택한다. 대학을 '암전히 (?) '졸업한 도나는 학생들에게 플 을 가르치는 음악선생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어린 학생들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더 큰 것을 창조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던 그녀는 자신이 누려야 할 더 큰 만족을 위해서 교직을 버리고 어두 운 클럽을 택한다. 그리고 나서 도나 루이스에게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무명가수의 길이 시작되었다. 하루에 다섯시간씩,, 일주일에 여섯번 도나 루이스는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했다. 하지만 스스로 소모전이라 표현했던 이 노동은 도나 루이스의
음악을 만드는 일종의 담금질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녀는 이 시간들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리키리 존스 리든가 프린스, 케킷 부쉬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커버하면서 남모르는 희열을 느꼈고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면서 짜릿한 홍분을 만났다. 결국 영국과 독일에서 맥주 몇 커버 밴드들을 전전하며 피아노를 연주하던 도 나는 버밍햄으로 거처를 옮긴 후 자신의 노래를 대중 앞에 드러내기로 결심한다. 어둡고 작은 클럽이 아닌 레코드 시장이라는 밝고 넓은 세상에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시작은 조약했다. 드럼 머신과 DX7 키보드 마이크로폰이 전부였던 4트랙 홈스튜디오에서 작사 작곡으로 몇 날을 보낸 도나 루이스는 첫 작품을 버밍 햄 지역에 수줍게 발표했다. 그러나 수줍던 처녀작은 버밍햄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자신감을 얻은 도나는 그 곡들을 계속 손질해 드디어 1993년 미국 시장에 뿌리는 성과를 얻는다. 그리고 1996년 여름, 이젠 마국 팬들이 열광하는데 이어 세계팬들 이 그녀의 음악에 빠져들 차례다.
Now in a minute-지금 이 순간이라는 역시 평범한 제목을 달고 있는 도나 루 이스의 세계시장 데뷔 앨범은 연약한 듯 하지만 결코 여성아니고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섬세함과 정열이 가득 담겨 있다. 지치고 상처받은 삶을 위로하는 노래, 마 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몽롱한 목소리는 햇살이 환히 비추는 일요일 오후 같 은 나른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앙증맞고 연약한 스타일은 아니 다. 케인 부쉬나 엘비스 코스텔로 U2 등의 음반을 프로듀스했던 Kevin Killen과 의 공동 프로듀스로 만들어진 이 앨범은 재즈 뮤지션의 가정에서 성장한 덕택인지 재즈적인 뉘앙스가 듣는 이의 귀를 경쾌하게 만들기도 하며 (<I Love You Always Forever>), 마치 U2의 기타 리프에 그녀가 노래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모던 록적인 넘버도 있다(<Nothing Ever Change>). 또 결코 착칙 늘어지지 않는 도시풍 리듬엔 블루스 감성을 느낄 수도 있다(<Without Love>), 또 한 이미 첫번째 싱글로 커트된 지 Love You Always Forever>가 빌보드 싱 글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상태이고 보면 그녀의 세계시장 진출은 어느 정도 성 공한듯 보인다.
그러나 도나 루이스는 평범한 이름에 요즘 잘나가는 여자들처럼럼 크지도 않고 그다지 화도 나 있지 않은 목소리를 가진 탓에 어쩌면 이 데뷔 앨범으로 '지금 이 순간' 멋진 스포트 라이트를 받을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목소리가 커야만, 몸 더 사나와야만 의사 전달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두들 아우성 치면서 싸울 때 는 소근소근 낮고 작은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하는 소리가 더 잘들리는 법이라는 걸 이 Now in a minute,를 듣는 팬들은 절감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96. 7. 글/신 은 희
https://youtu.be/sFL_T2fVfNE
첫댓글 모닝음악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