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항쟁 당사자들의 경험과 기억이 저마다 다르다.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피하려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기록을 읽어 내지 못한다
그래서는 자신의 기억 속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 배이상헌
1980년 5월의 학살.
광주의 참상을 알게된 이들 중에는
진상을 알리려다 목숨을 바꾼 분들이 있다.
그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나는
살아 있으니 무엇이라도 해야지.
배이상헌은 시민군이었던 친구는 아무 말도 못하는데
막상 도망을 쳤던 자신은 지금
5월묘역을 안내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광주의 기억을 조작하고 훼손하려는 이들이 있다.
종편을 도구로 삼아 깐죽거린다.
그러니 증언/기억을 살려내고 기록/전승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5.18재단에서 올해 5월문학상을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선정하면서 기록과 르포의 동시대적 역할을 언급한 것은 의미롭다.
기억과 기록을 현재의 삶으로 불러오는 것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더 중요하고 새삼스레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총탄과 저항의 흔적이 말끔히 지워진 조형물같은 도청과 그 앞 분수대와 시계탑이어도 다행스럽다.
당시 6층의 주교실에서 처참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광주 윤공희 대주교의 증언도,
그가 목격했던 장소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으로 재탄생한 것도 그렇다.
함성이 넘쳐났던 도청 앞 금난로가
다소 색다른 프로그램 진행으로 쾌히 공감은 안 가지만,
그럼에도 5월의 이 자리에 청년학생들이 함께하는 것을 보니 뭉클하다.
2016년 5월, 광주 이곳저곳을 거닐며
그날의 흔적을 접하고,
오늘의 나를,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년, 2017년의 5월 광주, 기억의 집회는 어떨지.
※교육운동분야에서 5월묘역에 모신 분들을 조명해 보자고 배이상헌 선생이 제안을 했다. 내년에는 그 모습을 대략 볼 수 있을지도.
▲광주 서창 들어가는 초입 연못에 세 정자들이 연이어 있다. 만귀정, 습향각, 묵암정사 들이다. 송정역에서 만나 송정 떡갈비와 애호박찌개를 먹고 길을 나섰다.
▲서창에 있는 서창전통한옥문화체험관이다. 광주YMCA에서 운영하는 곳이다.(http://cafe.daum.net/familystraver) 이번 집회에 벗들이 많이 모였으면 묵었을 뻔한 숙소. 이곳에 들러 사무국 분과 인사를 나누고 포충사로 향했다. 포충사(褒忠祠)는 절이 아니고 사당이다. 임진왜랄 때 의병을 모아 싸웠던 고경명 등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라고 한다. 산책 삼아 오신 분들이 많이 보인다.
▲배이상헌 선생이 근무하는 효천중학교. 올해 신설한 학교이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고 있어 1학년을 빼고는 2, 3학년은 2~3명을 앞에 두고 수업을 한다고 한다. 가끔 민망하기도 하단다.
▲도청 앞 상무관. 항쟁 당시 희생자들 주검의 임시 안치소였다. 이를 포함해 리모델링한 유적지들의 문제는 이 기사를 참고하시길. http://www.gjdream.com/v2/news/view.html?news_type=201&uid=473164
▲전면 벽체만 남은 도청. 깨끗한 흰색페이트칠.ㅠㅠ
▲금난로 거리는 차량을 통제하고 항쟁기념 기간 내내 여러 행사를 벌인다.
▲도청광장 한켠에는 오월의 노래 무대가 있고, 또 그 옆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 7주기를 기리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또 한켠의 예술인 행동장.
▲저 색소들은 탐관오리를 잡을 때 쓰는 주머니에서 터져나온 것들인데... 음...
▲금난로 양쪽 길가에 청년상인들의 푸드트럭들을 배치하고 중앙에 테이블을 놓았다.
▲▼무엇을 들고 오는가 했더니, 주먹밥 상자이다. 이 즈음엔 광주의 학교들에서는 주먹밥을 급식으로 내곤 한단다.
▲이 튜브는 시민오리 놀이터용이라는데, 뭔지 모르겠더라는...ㅠㅠ
▼아래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전시 유물들과 방문객들 메모... 기록관은 5.18당시 카톨릭센터로 7층 주교실에서 윤공희 주교가 참상을 목격하였다고 증언하였다.
▲그날의 전남도청 현판. 고물상에 넘어가 없어지려는 것을 한 시민이 발견해 보관해 왔단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1층 입구.
▲아이들에겐 놀이가 되고
▲가수 백자와 관객들에겐 또 다른 의미가 되고
▲▼기억과 증언과 재현이 어지러이 어우러지는 공간, 5월 광주 도청 광장(아래 시계탑도 다시 세운 것이다)
▲5.18 문학상 시상식도 진행하고
▲노래꾼들 희망새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팔뚝질도 하고
▲ 허기를 메우고 갈증을 채우는 시간도 갖고(황석어 철이라고 합니다. 그 젓갈과 튀김이 일품이었습니다)
▲신시와라는 예쁜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잤습니다.
▲이튿날 아침에는 김덕령 장군 동상을 세운 충장중학교도 들러 의병을 모아 침탈군에 맞섰던 그의 정의와 기개가 오늘의 교육에 살아 있는지를 묻기도 했습니다.
▲5월묘역 입구의 영령들을 기리는 현수막들도 보고
▲묘역을 드나들 때 전두환을 여러 번 밟아주고
▲5월항쟁 영상을 전세계에 알렸던, 엊그제 이곳에 묻힌 위르겐 힌츠페더의 명복도 빌고
▲돌탑도 쌓고
▲일반묘지 위에 무대를 놓은 어처구니 없는 행정도 질책하고
▲묘역에 모신 영령들께 향을 올렸습니다.
▲군부대의 분풀이에 총에 맞아 숨진 학생들의 묘도 돌아보고
▲참배하러 온 다른 분들도 바라보고
▲▼1991년 5.18항쟁기념식도중, 참교육실현과 노태우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항거한 김철수의 묘소도 찾았습니다. 90년대의 젊은 죽음들은 어쩜 참교육과 함께한다는 아픔일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듣고요.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기려야 할지도 좀 더 생각하고 정리해 보자는 얘기도 듣고요.
▲교사로서 통일운동을 해왔던 김형근 선생님의 묘소도 찾았습니다. 월간 우리교육 때 이분의 글을 받아 싣기도 했었은데, 지난해 암으로 돌아가셨다니ㅠㅠ
▲교사로서 삶을 이어가며 운동을 벌이던, 배우 문근영의 외조부로도 알려진 류락진 선생의 이야기도 듣고
▲딱! 마주쳤습니다. 전주 고영주 벗 가족들과도요. 기념사진^^. 박재현 벗도 만났는데, 사진을 못 찍었네요.
고영주, 배이상헌 두분이 반가움이 빛을 확 끌어들였나 봅니다. ^^;
5월 광주, 기억의 집회는 이렇게 만남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내년의 집회 때는 또 다른 인연들이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
1박 2일 함께하며 길잡이를 해 주신 배이상헌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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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생생한 르뽀네요. 사진이 많아서 단편단편 나누어 소개하면 볼만할텐데, 너무 많아 몇 차례 예선을 거쳐 남은 사진만 게시하셨군요. 나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다시 듣는 느낌은 나름 경이롭습니다. 내공이 크신 분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을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고백합니다. ㅎㅎ
네. 예선전을 치르고 좀 길게. ㅋㅋ. 녹음기를 준비해갔는데, 현장에서 사용하는 걸 잊어먹었습니다.ㅠㅠ. 제 머리가 보기에 비해 기억용량이 크질않아 버벅거립니다. 아님 좀 더 풍부할 텐뎅.ㅠㅠ. 5월에 샘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감사해요^^
서창이 제 고향동네랍니다^^ 요즘도 그 동네 살고 있기도 하구요. 이번에 오랜만에 잠깐이라도 반가웠어요^^
와! 그 아름다운 동네에! 아주 잠깐이어서 아쉬웠어요. 아이스크림이라도 나눴어야 하는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