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0 총선을 목전에 두고 상대 후보 간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법을 위반했거나 허위 사실을 사실인 양 퍼뜨렸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문제는 흑색 비방이다.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또 이를 부풀려서 상대방을 중상ㆍ모략 하는 게 문제다. 흑색 비방의 가장 큰 폐해는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얼토당토않은 일을 들고나와 의혹을 제기하면 듣는 쪽은 귀가 솔깃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상대방을 무차별 비방해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도 유포자만 처벌받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선거 결과는 대부분 번복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흑색 비방에 휩쓸려 낙선했지만 선거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울산 지자체장 선거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상대 후보의 재혼 사실을 한껏 부풀려 퍼트리는 바람에 낙선한 후보는 선거 후 정신병 치료까지 받았다. 그런 사실이 왜곡 오도돼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자랐던 아이들까지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고 한다. 한 가정이 사실상 와해 위기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이후 선거가 끝나자 이런 흑색 비방 사건은 세인들의 뇌리에서 사라졌고 결국 피해자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좋은 일보다 그렇지 못한 쪽에 귀를 쫑긋거리는 게 세상사다. 밑져 받자 본전인 측은 어떻게든 내용을 공론화해 상대방에 타격을 입히려 할 것이다. 반면 허위사실 유포라며 법적조치를 취하는 쪽은 정당한 상황에서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사실 여부 확인에 앞서 유권자들이 내용을 그대로 수긍할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이다. 흑색 비방자들은 바로 그것을 노린다.
지난 19대 총선부터 사이버 공간을 통한 선거운동이 허용됐기 때문에 여론 오도를 위한 각종 흑색 비방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나경원 흠잡기`식으로 일단 허위 사실을 유포한 뒤 그것이 사실인 양 퍼트리는 수법이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해 교묘히 경쟁상대를 흠잡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론 조사를 빙자해 전화 통화로 은근히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편법도 등장했다. 엉터리 여론 조사가 유권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사회 문제화 된 상태다.
올해 총선은 여야의 대립이 날카롭다. 때문에 후보자들이 지역 현안이나 민생에 절실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상대방을 헐뜯어 유권자들의 귀부터 솔깃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수준 미달 후보들이 이런 사탕발림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잘잘못을 가려야 이럴 엄두를 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