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할 바엔 한동훈 조기 투입이 낫지 않나
김기현-이만희로는 이재명의 민주당 상대 어려워
한동훈, 총선 나오려면 정치 입문 당겨야 할 수도
개인적으로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보다 더 충격적인 건 선거 후 국민의힘 행보다. 선거 수개월 전부터 떠돌았던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를, 더 정확히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었던 중도층의 이반을 확인하고서도 실질적으로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총선에선 공천이 절대적인 만큼 사무총장 인선만이 참패 후 여권의 변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다른 임명직 인선이나 ‘민생에 주력하겠다’류의 선언은 별 의미 없다. 그런데 그 중차대한 사무총장에 경찰 출신 친윤 이철규 의원에 이어 경찰 출신 친윤이자 대구경북 지역구인 이만희 의원을 임명했다. 이만희 의원은 올해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윤 그룹이 어떻게든 최고위원으로 만들려 했으나 컷오프됐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전당대회 컷오프가 정치인의 전부를 말하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대중 정치인으로서 부족하다는 얘기다.
필자는 강서구청장 보선 후 대통령실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김기현 대표 체제는 유지되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이유를 이만희 사무총장 인선을 보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김기현-이만희 라인을 통해 내년 총선 공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처럼 공천을 전횡할 수는 없겠으나, 친윤 후보들을 최대한 많이 공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천하는 것과 본선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최근 주요 선거를 보면 판세는 공천과 몇 명의 키 플레이어가 어떤 메시지를 내고 어젠다를 잡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에선 메신저 자체가 메시지이다. 유감스럽게도 공약이나 정책 대결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각 당에서 대개 엇비슷하게 수렴되기 때문이다. 대선은 후보, 총선은 당 대표와 선대위원장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 좌우되기 십상이다. 지난 대선에서 무엇이 기억에 남는가. △윤 대통령의 김종인 이준석 극복기와 정치인으로의 성장 스토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후보 간 공방 △선거 막판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정도가 결정 변수였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친윤 공천 후 김기현-이만희 라인을 전면에 내세워 어떤 메시지를 내 국민을 설득하려 하는가.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여당의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선거 중립 의무로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 발신은 제한적이다. 인지도와 대중 영향력 기준으로 최근 보수정당 총선 지도부 중 최약체가 검찰을 상대로 산전수전을 겪으며 ‘진흙탕 내공’을 쌓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선거전을 치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벌써 여권 주변에서 적지 않다.
그 때문에 김기현 대표 체제를 정 유지하고 싶다면 내년 총선 역할론이 꾸준히 나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어떤 식으로든 조기 투입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천한 정치 경험과 국회에서 보여주는 검사 특유의 고압적 자세로 인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을 제외하고 현 여권에서 메시지 발신력을 갖춘 거의 유일한 메신저가 한 장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장관은 아직 총선 출마나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아끼고 있다고 한다. 정무직 장관으로서 이미 정치를 하고 있으니 벌써 발을 담글 이유는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강서구청장 보선으로 정치 시계가 확 달라졌다.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이나 내년 총선을 이기겠다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형제의 연’이라는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승헌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