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내년 봄쯤 갈까? 근데 어디로?”
“ 싱가폴 어때? 애들 데리고 가볼 만한 곳이 많다던데… ”
작년 말, 이제는 몇 명 나오지도 않는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에서 나온 말이다.
조금씩이나마, 매달 얼마씩 회비를 걷었던 것이 20여 년 지나니 제법 목돈이 되었다. 계절 따라 가족들끼리 가까운 펜션에 놀러 간 적은 있지만, 3박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여행은 다들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계속 미뤄왔던 터였다. 내년엔 꼭 가자며, 이리저리 시간을 맞춰보니 모임 중 세 가족이 얼추 시간을 맞출 수 있단다.
우리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가족은 아이들이 초, 중학생들이고 애들의 첫 해외 여행이라, 아이들이 가볼 만한 또는 좋아할 만한 여행지로 골랐다. 개인적으론 “아시아의 뉴욕 마라톤 대회”라고 불릴 만큼 규모가 큰 “싱가포르 마라톤 대회” 답사(?) 의미도 있었기에, 세 가족 모두 어렵지 않게 여행지에 대한 의견을 맞추었다.
내가 단지 여행지를 추천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항공권 및 숙박 예약 및 현지 일정 섭외에 가이드까지 모든 짐을 떠안았다는….꽃보다 할배 이서진 당첨 ^^;;
싱가포르(Singapore)
말레이시아 반도 끝에 자리잡은, 그 크기가 겨우 서울과 비슷한 도시 국가지만 1인당 GDP가 세계 8위 (거의 우리나라의 두 배)인 작지만 큰 나라이다. 인접한 말레이시아처럼 불교, 도교, 이슬람교, 기독교 문화가 복잡 난해하게 섞여 있지만, 또한 더없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언어만 하더라도 공용어가 무려 4개(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나 되지만, 소위 싱글리쉬(^^;;)라고 불리는 영어를 대부분 사용, 쿠알라룸푸르나 홍콩에 비해 훨씬 의사 소통이 잘 되는 편이다.
여행지로써의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에서 홍콩과 더불어 전형적인 관광 여행지이다.
싱가포르에 흔한 수영장. jpg (마리나 베이 샌즈 인피니티 풀)
캄보디아처럼 역사적 유적이나 필리핀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의 기술과 아이디어들이
집약된 건축물들과 인공물들만으로도 매년 천만 이상의 관광객들이 다녀간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모든 싱가포르
관광 가이드 책 1면에 소개하는 첫번째 관광 상품은 바로 “야경”.
그런데, 난 밤에 술 마셔야 되니 “야경”은 패스….ㅋㅋ
“야경”보단 참가자가 6만여명(풀:2만, 하프+10k+5k:4만)이라는 “싱가포르 마라톤 대회”가 더 궁금했다. ^^
2010년인가, 심재덕씨가 마스터즈 베테랑 부문에서 우승을 했던 대회란다.
해외 참가자들은 약 3000여명, 나머지는 싱가폴 자국민이라는 건데, 거의 전체 인구의 1%가 참가하는 대회라고 하니
마라톤의 열기가 어마어마하다.
“열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동네, 달리기 하기엔 너무 덥다!!! ^^;;
피부가 탈 것 같은 더위는 아닌데, 무엇보다 습기가 장난 아니다.
어떤 기분이냐 하면, 딱 동네 목욕탕 사우나에서 겨울 패딩을 입고 달리는 기분??? ㅎㅎ
2015 “Standard Chartered Marathon Singapore” 풀 코스 맵
동네가 좁다 보니, 코스가 엄청 복잡하다. ㅡ.ㅡ*
코스 대부분이 평상시엔 차가 다니는 길이기 때문에 오늘 아침에 뛰어볼 코스는 35번~41번을 포함한
마리나 베이(Marina Bay)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대략 10키로 코스.
출발은 12시 방향 Mandarin Oriental 호텔, 다리를 건너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의 워터 릴리 연못에서 턴, 다시 마리나 베이로 돌아와 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한 바퀴를 돌아 집(^^;;)이라고 표시된 숙소로 돌아오는 코스.
원래 계획은 녹색 화살표 방향 강변 도로를 더 달려, 클락키 지역의 칠리 크랩으로 유명한 점보 레스토랑을 찍고 오는
코스였는데, 스콜이 몰려오는 바람에 원래 계획보다 2k 정도 줄었다.
오늘은 혼자 달리는 게 아닌, 함께 여행 온 고등학교 친구 놈(나름 내가 마라톤에 입문시켰는데… 물론 나보다 잘 달린다 ㅡ.ㅡ*)과 동반주. 짧은 거리라 물도 없이, 음악 들을 휴대폰과 비상금으로 20 달러만 챙겨 나온다. 아침 7시경 숙소 앞에서 간단히 몸 풀고 출발.
출발 전 숙소에서 본 바깥 풍경. 다행히 적당한 구름이 따가운 햇볕을 가려준다.
숙소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쭉 달리다 다시 한번 우회전하면 싱가포르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로 건너가는
다리가 나온다. “ㅅ”자 모양의 세 개의 건물이 서핑보드처럼 생긴 길쭉한 건축물을 머리에 이고 있다.
그 보드 위가 유명한 인피니티 풀. 흥미로운 건 저 건물을 우리나라 쌍용에서 지었단다. 그러고 보면, 아시아 지역 랜드마크 중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은 건물들이 꽤 있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나 쿠알라룸푸르의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도 삼성에서 올렸으니…ㅎ
싱가포르 건널목엔 가로줄이 없네요…^^;;
다리를 건너오면 DNA 형태를 본떠 만들었다는 헬릭스 다리와 저 멀리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수상 경기장(아마 축구장? 골대가 보였으니..ㅎ)이 보인다.
밤이 되면 이런 모습으로…
다리 밑을 통과, 가든즈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로 들어간다.
이름처럼 바다 옆에 넓은 정원을 꾸며놨다. 정원 안에는 커다란 두 개의 식물원과 여러 개의 슈퍼 트리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거대 나무를 닮은 인공 조형물)들이 있다.
이번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었던 장소.
아침부터 열.운.하는 분들이 꽤 많다. 역시 달리기는 언제 어디서든... ^^
가든즈 바이 더 베이 건너편으로 보이는 싱가폴 또 하나의 명물, 싱가폴 플라이어. 비싸서 타보진 못했다. ㅎㅎ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인다.
정원 안으로 달린다. 앞서 달리는 친구놈 ㅋㅋ
앞에 보이는 몇몇 수퍼 트리. 기둥 주변으로 많은 식물들이 심어져 있는데, 빗물과 태양열로 키운다고 한다.
가까이서 한 컷.
밤이 되면...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지는 멋진 쇼도 한다.
정원에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
바다를 끼고 돌아…
유명한 머라이언(Merlion) 상까지 오면 거의 한 바퀴를 다 돈 셈이다.
사진 찍는다고 숨을 참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 ㅋ
숙소로 돌아오면서 반대편 조깅녀 도찰.
숏팬츠에 탱크탑, 굉장한 복근을 가진 미모의 여성이였는데... 앞 모습을 찍었어야 했는데…아까비ㅋㅋ
골인.
10k. 1시간 10분. 6분 페이스로 천천히 뛰었는데, 많이 힘들었습니다. 땀을 2리터는 흘린 듯..^^;;
근데, 숙소 앞에서 발견한…
슈퍼카…@.@
비 오는 수영장에서…
역시 땀 흘린 후엔... 숸한 캔맥… 캬~
3박 5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골고루 즐거움을 주었던…
너~무 더웠던 건만 빼고….ㅎㅎ
나중에 이 곳 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긴다면…
두 발로 좀더 구석구석 이 멋진 도시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첫댓글 비싼 동네 마리나 베이...
싱가포르는...나라는 작은데 갈곳 볼곳 먹을곳이 엄청 많아요...
그래서 3일 계획하고 10일이나 있었다는...
이스트코스트에서 자전거 타는 풍경도..
뎀시힐에서 먹었던 블랙페퍼크랩도....
거기서 앵무새가 제 팔을 깨물어서 피가 나 상처가 생김.
왜 그랬는지...난 구경만 했을 뿐인데....
아기자기 잘 가꿔놨던 센토사도..
깨끗한 거리....
맛있었던 푸드스토어들...
대체적으로 영어가 통해서 불편한 점이 없었던...
쓰다보니...넘 그립네요...
작년 초에 다시 가려고 했었는데...ㅜㅜ
아시아 국가 중....젤 살아보고픈 나라였어요...
여행지로썬 굿,
살기엔 글쎄요...물가도 높고, 집값은 정말...^^;;
전, 목포가 젤 살기 좋은 거 같아요...^^
전..이번 여름에 2주동안 몽골 초원을 누비고 오겠음...
관광 설명보다 짧지만 달리기 이야기가 젤 재밌네요~~ㅋㅋ
몇년뒤에 시간적 여유가 되면 해외로 명품마라톤대회 여행을 시작 해야겟음(새로운 목표 생김)~~~
담에는 특히 조깅하는 언니들을 겁나 많이 찍어서 올려주삼~~
밑에는 이글을 읽으니 생각나는 박성배 아저씨 입니다.
저도 가깝고 참가 제한 기록이 없는 도쿄 마라톤부터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해외 참가자들은 추첨으로 뽑는데 참가권 당첨되는게 로또보다 어렵다네요...^^;;
1/10 정도 된다는데...제가 아는 분은 3년 연속 떨어졌다는...ㅋㅋ
전 명품대회까진 자격이 안되고, 그냥 참가비 내면 받아주는데 위주로...ㅎㅎ
조깅 언냐들은 담 기회에...ㅋㅋ
저자 : 박성배
저자 박성배는 아마추어 마라토너 / 리액션엔지니어링 대표. 40대 중반까지 등산 마니아였다가 홧김에 마라톤 동호인과 벌인 하프마라톤(2005) 내기에 이기면서 마라톤 마니아가 됐으며, 공개입양한 딸에게 젊은 아빠가 돼주고 싶어서 더욱 마라톤에 빠져들게 됐다. 2007년에 서브3를 달성했고 2010년엔 보스턴마라톤 참가를 계기로 세계 5대 메이저 마라톤 서브3완주 도전을 시작했다. 같은 해 베를린마라톤과 뉴욕마라톤, 2011년 런던마라톤과 시카고마라톤에서 모두 서브3 기록을 달성해 도전에 성공했고 한국기록원으로부터 한국 최초임을 인증받았다(세계적으로도 알려진 사례 없음). 이후 기 완주한 도쿄마라톤이
도쿄마라톤이 메이저대회에 편입되면서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 완주자가 됐으며 현재는 ‘전 세계 골드라벨 마라톤 서브3 완주’를 목표로 세계 각지를 누비는 중이다.
-개인최고기록 : 2시간 45분 48초
-2011년 세계 5대 메이저 마라톤 서브3 완주 (한국기록원 등재)
-2013년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 서브3 완주 (기 완주 대회 메이저 승격)
-전 세계 골드라벨 마라톤 서브3 완주 도전 중
늦깍이 마라톤 마니아가 돼 버린 50대 가장의 파란만장 리얼 스토리 『나는 러너다』. 언쟁 끝에 저지른 내기 때문에 하프마라톤에 참가했다가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저자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무후무한 진기록에 도전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각 대회의 도전 이야기마다 부록처럼 붙어 있는 내밀한 삶 이야기는 인생 절반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묵직하고 진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