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창밖에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눈송이가 테크노 춤을 추는 것같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그 눈보라가 우리의 원정 벙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유성TG를 벗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보이는 붉은 색의 행렬에 이미 뭔가가 틀어지고 있음을 직감했지만 말 그대로 이미 버스는 출발한 뒤였다.
버스 안의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도착하자마자 발자국만 남기고 바로 올 생각에 다들 우울한 가운데 소설 한 권을 다 보고나서야 드디어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게 되었다.
지하철이 끊기기 전까지인 1시간 반여동안 땅고를 췄고 그 사이 실수가 아닌 듯한 음악의 끊김이 4번 정도 있었다. 들리던 음악의 약 3분의 1정도가 엘초클로와 같은 전형적인 밀롱가용 땅고곡이고 나머지는 클래식, Tango nuevo와 같은 추기 힘든 땅고곡, 살사곡도 서너곡 나왔다. 음악이 자주 끊기지만 않는다면 다양한 장르의 곡에 맞춰 밀롱가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리브레의 독특한 점으로 부각시킬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밀롱가 주인의 땅고에 대한 지식이 점점 더 깊어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밀롱가의 바닥은 꿈에 그리는 나무 바닥이었고 슈즈를 신고 춤을 추자 스핀과 아라스뜨레가 예술처럼 잘 되었다.
처음보는 사람들이나 다른 집단(동호회 또는 지역 더 넓게는 나라)의 사람들과 춤을 추는 것이 재밌고도 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리드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겪어볼 수 있고 그에 따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어제는 우연찮게 LnT 땅고 1기, 2기, 3기 이렇게 한분씩 땅고를 추게 되었는데 전반적으로 진중한 느낌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다. 리드할 때 가볍지 않고 정확한 리드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느낌을 받았다. 일례로 변형된 메디아 루나 동작(땅고 7기 레슨중에 퍼뜨린 이름..)을 할때 땅게라의 오른발 아뜨라스가 있고 나서 보통은 왼발의 오픈동작이 있게 되는데(대전라속의 땅게라들의 경우) 내가 추었던 세명 모두 오픈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아델란떼 리드신호 후 곧바로 아델란떼로 이어졌다. 땅게라의 입장에서 땅게로의 리드에 온전히 의존하는 식과 땅게로의 리드를 해석하고 그 해석에 따라 행동하는 식 둘다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전자는 안정성과 편안함이 있다면 후자는 남녀모두 대등히 창조의 기쁨을 누릴수 있다는 것등이다.
요새 들어서 땅고를 추거나 다른사람의 땅고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선뜻 무언가 영감같은 것이 떠오르곤 한다. 사실은 오래전에 보거나 배운 것이 우연히 어떤 자극을 받아 머리속에 떠오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동작과 길을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이나 자신의 춤에 새로운 동작들이 추가된다는 것등은 춤생활에 있어서 참으로 기쁨과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어제도 리브레에서 추는 짧은 시간동안 몇 가지의 생각할 거리들과 고민할 동작들을 얻게 되었으니 들인 공에 비해 너무나 짧았던 리브레에서의 시간도 보상이 될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