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56) - 심각 단계에 이른 코로나19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하여 삽시간에 전 세계로 번진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던 차에 최근 국내 감염확산 추세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최초 감염자 발생 후 한 달동안 30명 수준이다가 최근 6일간 800여명 감염)하여 온 나라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24일 현재 확진자 833명, 사망자 8명) 이에 놀란 정부는 엊그제(2월 23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리고 총력대응태세에 돌입하였다. 감염병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된 것은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11년 만, 심각 단계가 되면 정부는 자율 격리와 이동제한 등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대응조치를 발동하게 된다. 이에 따라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일주일 연기되고 다중이 모이는 집회와 행사도 취소하는 등 시민 모두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방역작업을 펴느라 국회가 전격 폐쇄되고 법원도 재판 일시중단조치에 들어가는가 하면 증권시장이 요동치는 등 혼란상태, 당국은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이 코로나19 확산을 좌우할 중대 고비로 보아 긴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자주 이용하는 복지관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2월 24일부터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고 걷기행사도 줄줄이 취소다. 당초 2월 24일부터 한 달 간 대만에서 열리는 한국‧일본‧대만 3국 동호인들의 ‘2020 대만국제우정걷기’행사에 참가할 계획이었다. 출국예정일은 23일, 날짜가 다가오자 대만 행에 대한 고심이 깊어졌다. 출발을 며칠 앞두고 대만에 친지가 있는 지인을 통하여 현지의 분위기를 탐문하였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 홋카이도 걷기에 참가하러 일본 측 의향을 살피니 염려말고 오라는 답이어서 내심 대만에서도 걱정할 것 없다는 반응을 기대하며. 배경이 다른 두 명의 지인에게서 돌아온 답은 의외, 현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한국 참가자는 4명, 관련기관과 의논 끝에 출발 사흘 전 대만 행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다. 뒤늦게 성지순례 여행객들의 이스라엘 입국이 거절된 사례 등을 접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에 안도하기도. 대만도 오늘(2월 25일)부터 한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는 뉴스, 약속된 일정을 걱정스레 지켜보던 가족들도 한시름 놓았다.
전날 내가 살고 있는 충청북도와 청주시에서 보내온 안내문자, ‘코로나 19 지역전파 차단을 위해 집단행사 참여를 자제하시고 개인 위생수칙 준수 및 발열, 호흡기 증상 발생시 1339 또는 시군보건소로 상담바랍니다.’, ‘코로나19 확진자 택시 현금 결제자를 찾습니다. 청주시와 보건소 홈페이지에 게재하였으니 조속히 확인 후 보건소에 신고바랍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졸업식 등의 꽃 선물이 줄어들자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이 판매가 부진한 화훼농가로부터 사들인 꽃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너나없이 위중한 상황, 개인이나 가정, 학교, 직장 등 모든 공동체가 슬기롭게 대처해야할 절체절명의 난국에 놓였다. 살다보면 더러 위기에 봉착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첨단기술이 등장해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난제들이 수없이 많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꿈꿀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위기는 우리의 생존력을 테스트하는 시금석이기도. 이를 극복하는 지혜와 용기를 갖추는 것이 현자와 지도층의 덕목이다.
*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 19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글을 살펴보자.
팬데믹
2014년 에볼라 사태 당시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질병 퇴치에 기여한 제프리 샤먼 미국 컬럼비아대 환경건강과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전례 없는 확산 속도를 보이고 있어 2년 안에 세계 인구의 절반을 감염시킬 수 있다”며 ‘팬데믹’(전 지구적 유행 상태) 가능성을 경고했다.
팬데믹(pandemic)은 전염병이 크게 유행한다는 의미를 강조할 때 쓰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최고 수준의 전염병 경보 단계를 말한다. 경보는 위험 정도에 따라 6단계가 있는데 이 중 최고 단계다. 현재 코로나19는 ‘세계적 대유행이 임박’한 5단계로 규정돼 있다. 5단계는 1개 대륙의 최소 2개국에서 병이 퍼지는 게 선포 요건인데 코로나19는 현재 아시아 중동 유럽 북미 대륙의 29개국으로 확산돼 있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한 흑사병을 비롯해 최대 5000만 명이 사망한 1918년 스페인독감 등이 대표적인 팬데믹이다. 1946년 WHO 설립 이후에는 80만 명이 사망한 1968년 홍콩독감 사태와 1만9633명이 사망한 2009년 신종플루 확산 때 등 2차례 팬데믹이 선포됐다. WHO는 지난달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팬데믹에 대해선 아직 신중한 태도다.‘(동아일보 2020. 2. 21, 횡설수설에서)
WHO는 아직도 이 결정을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에서 하루새 코로나19 확진자가 2배로 급증하는 등 비교적 안전지대에 속했던 유럽에도 코로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통제불가능해지는 변곡점(tipping point)에 근접하고 있다는 경고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