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풍경
5월이 되어 어버이날이 되었는데 가사 선생님이 어머니가 보고 싶다면서 서울을 갔는데 온다는 약속날을 지나 하루 늦게 오다가 석항에서 상동에 들어오는 버스가 굴러떨어져 열세 명이나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지요. 학생들이 가사 선생님이 사고 나서 병원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 뛰다 싶어 병원 갔는데 어떤 분이 무용선생님이 죽었대요~~ 나는 깜짝 놀라 내가 무용 선생님인데요 ~ 돌아가신 분은 가사선생님이에요 했죠. 학교장으로 하고 산속으로 가서 화장하는데 이틀이나 결렸답니다. 바로 옆집에서 서로 의지하였었는데 너무 무서웠습니다. 밤이면 수돗가에 물 뜨러 못 가고 혼자 잠도 못 자서 교장 선생님께서 중3인 따님을 보내주고 다른 학생들과 번갈아 자기도 했었죠. 강원도 상동은 산악지대라 사람들이 거칠고 투박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순하고 정이 많더라고요.
여학생들도 모두 예쁘고 남학생들도 잘 생겼어요. .학생들도 저를 잘 따르고 순하고 귀엽고 예뻤습니다. 일요일이면 노랗고 기름이 자르르한 찰 옥수수를 삶아 오기도하고, 또 뽀얗고 포실포실한 감자도 쩌 오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밥그릇에 열무김치도 들고 왔어요.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답니다. 상동은 갈 곳이 없어 학교와 집, 뿐이라 나에 정열을 학생에게 쏟았습니다.
어느 날 목욕을 간다고 하니 상동은 목욕탕이 하나뿐이라 요일을 정해 한번은 남탕 또 한 번은 여탕이었어요. 나이 좀 드신 남자 선생님이 요일을 잘못 알아 아무 생각 없이 옷을 다 벗고 들어있는데 모두 여자들만 있어서 깜짝 놀라 옷장에서 옷만 꺼내 들고 밖으로 뛰어나와 골목길에서 옷을 입으려 하는데 동네 여자들과 마주쳤네요. 속옷도 못 입고 허둥지둥 겉옷만 입고 도망치듯 집으로 왔는데요, 그분들이 학부모였을 거라며 잊지 못할 이야기 하며 한바탕 웃었답니다.
어느 날 체육 선생님께서 출장을 가면서 남학생 수업을 부탁했어요. 운동장에 나가서 출석만 부르고 축구공 하나 던져주면 된다고 하셨어요. 나는 쉽게 생각하고 출석부와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에 나갔어요. 반장에 구령 소리에 학생들과 인사를 하고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는데 1번, 누구 2번 누구, 3, 5번까지 불렀는데 남학생들이 재미나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순간 아~ 한 명이 계속 목소리를 바꾸어 가며 대답했더라고요. 여선생이라고 장난친 거였지요. 나는 표정을 굳히고 열중쉬어해 놓고 교무실로 뛰어가 교무 선생님께 몽둥이 좀 빌려 달라고 했지요. 교무 선생님은 당구봉 같은 반질반질한 긴 몽둥이를 항상 들고 다니셔서 발렸어요. 교무 선생님은 웃으며 뒤따라와 복도에서 운동장을 쳐다보았답니다. 나는 굳은 얼굴을 하고 대답한 학생 나와 했더니 키가 크고 수염까지 난 학생이 앞으로 우뚝 서서 뒷머리를 극적 긁고 있었죠. 나는 엉덩이를 세게 때렸어요. 그런데 바위를 때린 것처럼 손이 찌르르하며 몽둥이를 떨어트릴 뻔했어요. 내 손이 너무 아팠답니다. 그 학생은 싱글벙글하며 여전히 뒷머리만 극적... .공을 던져 주고 교무실에 들어갔더니 선생님들이 깔깔 웃으시면서 전 선생 오빠도 때려? 그 학생은 전 선생님보다 2살 더 많은 학생이라며 시골이라 나이 먹은 학생도 있다면서 모두 함께 웃었습니다.
저도 따라 웃었던 생각이 나네요. 순간 남학생들은 얼마나 재미있었을까요?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그때 그 순간을 생각하며 혼자 웃었답니다. ㅎㅎㅎ
첫댓글
본 동문회 카페에서 모셔 온 글. 전행자 무용선생님의 두번째 이야기 ~